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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을 고쳐 만든 서툴지만 다정한 전원주택

대한인 2015. 12. 16. 18:25

 

 

시골집을 고쳐 만든 서툴지만 다정한 전원주택

제주 동북쪽 조용한 마을, 목수를 꿈꾸는 남편과 자칭'미싱장이'아내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시골집을 고쳤다. 쓰러져가던 낡은 집을 마음으로 매만져 완성한 집. 이곳을 다녀가는 손님들은 늘 아늑하면서도 청량한, 휴식 같은 하루를 선물 받는다.

 

 

 

↑ Studio_13의 전경. 시멘트가 덮여 있던 마당은 흙이 덮인 정원으로 바꿨다.

 

↑ 천장을 트고 트러스를 노출시켜 개방감을 더한 내부. 벽면에는 파레트를 해체해 일일이 붙이고 나무로 리네스트라 벽등을 제작해 달았다.

 


제주도의 풍경은 그 안에 어떤 것을 가져다 놓아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어준다. 괜히 삐뚤어지려던 마음도 고이 내려놓게 만드는 신기한 힘도 가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제주도에 내려가 오래된 농가나 창고를 직접 고쳐 살거나 게스트하우스, 렌탈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덧없이 인터넷을 뒤지다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제주 집을 만나면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보게 되는데, 종종 전문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서 더 멋스러운 곳을 발견하기도 한다.

'Studio_13'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감각도 감각이지만, 단순히 '예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 묘한 매력이 있는 집. 그 안에서 나른하게 배어나는 감성과 편안함이 발길을 이끌었다.




■ Studio_13 리모델링 과정

 

↑ 01 구옥은 집과 축사가 한데 붙어 있는 형태의 오래된 시골집이었다.

 

↑ 02 마당에 있던 야외 변소와 불필요한 벽체, 천장, 오래된 창호와 문 등을 철거했다.

 

↑ 03 벽과 천장에 시공한 단열필름 위에 각재를 대고 그 위에 미송합판을 댔다.

 

↑ 04 트러스를 잘라 다락 공간 확보 후, 목재로 트러스 가장자리를 받쳐 하중을 분산했다.

 

↑ 05 구체적인 전기도면을 바탕으로 조명 위치, 콘센트 위치 등을 고려하여 배선한다.

 

↑ 06 낡은 수도관의 연결 상태를 파악하고 재정비한다.

 

↑ 07 지붕에 상을 걸고 강판을 덮어 고정한 뒤 빗물받이를 설치한다.

 

↑ 08 보양 작업을 충분히 하고 외벽의 구멍이나 크랙을 방수재로 메꾼 후, 페인트칠한다.

 

↑ 철물을 달고 각재를 집성해 만든 미닫이문(barn door)

 

↑ 포근한 핸드메이드 침구가 준비된 침실

 

↑ 공사 과정에서 떼어둔 철물로 창문가리개를 만들어 달았다.

 


"디테일한 설계도면 없이 집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만 머릿속에 있었어요. 철거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서 이런저런 실수가 잇따랐죠. 그런데 가장 큰 사고는 따로 있었어요."

주택 수리 경험이 풍부한지 확인하지 않고 가장 적은 금액을 제시한 철거업체와 계약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나마 쓸 만했던 지붕은 칠만 새로 하려고 했는데, 중장비 기사가 물어보지도 않고 지붕을 부수려다 커다란 구멍을 뻥 뚫어 놓은 것이다. 뚫린 곳은 수습했지만, 비와 바람이 잦은 제주 날씨에 은주 씨는 밤마다 잠을 설쳤고 결국 추가 비용을 들여 수선해야 했다.

부부의 좌충우돌 리모델링 작업은 10월, Studio_13을 오픈하기까지 반년 가까이 걸렸다. 지붕 수리와 설비, 전기, 욕실 공사 등을 외부에 맡기고, 운 좋게 솜씨 좋은 목수를 만나 단열 작업과 다락 공사를 무사히 마쳤다. 전문가가 필요한 공정이 끝나고나서도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남아 있었다. 축사 개조, 잔디 마당 깔기, 각종 가구 제작과 인테리어 등 폐허나 다름없던 집을 사람 사는 집으로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졌다.





 

↑ 깨끗한 느낌의 욕실

 

↑ 직접 만든 패브릭 쿠션이 놓인 소파 공간

 


Studio_13이 있는 제주 송당리는 아직 외지인들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조용한 동네다.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온 채희곤, 이은주 부부는 고즈넉한 동네 정취와 돌담을 두른 마당의 커다란 잣밤나무, 키 큰 야생동백에 반해 작년 1월 이 집을 샀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매일 밤 '이 집을 어떻게 고칠까?'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고 석 달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저희가 가장 노력했던 건 '마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어요. 외지인이 이곳에 들어와 요란 떨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죠."

집의 처음 모습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한쪽에 딸린 축사는 물론 화단 흙 속에서도 우산, 자동차 배터리, 음식물이 담긴 플라스틱용기 등 별별 쓰레기가 끝도 없이 나왔다. 이를 정리하고 낡은 문과 창호, 천장, 야외 화장실, 불필요한 벽체 등을 철거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 벽과 떨어진 곳에 후드를 설치하느라 애를 먹었던 주방

 

↑ 욕실 위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

 




 

↑ 마당에 직접 만든 트리하우스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