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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식충식물, 끈끈이귀개

대한인 2015. 12. 18. 05:40

토종 식충식물, 끈끈이귀개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19)

 

식물이지만 동물의 성질도 가진 식충식물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높다. 식충식물 전시행사가 열리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런 전시에는 으레 네펜데스, 드로세라 같은 외국산 식충식물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토종 식충식물도 12종류나 된다. 안타깝게도 이들 토종 식충식물 대부분은 자생지 환경의 변화와 무분별한 채취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식충식물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서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양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물처럼 다른 먹을거리를 소화시켜서 양분을 얻기도 한다. 식충식물의 먹을거리란 대부분의 경우 작은 곤충들이다. 식충식물이 동물 흉내를 내가며 벌레를 잡아먹는 이유는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질소나 인 같은 무기물질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곤충의 몸에서 그런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하여 식충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토종 식충식물 12종

▲ 끈끈이귀개는 신안, 진도, 해남 등 서남 해안의 바닷가 습지에 드물게 자라는 토종 식충식물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꽃은 5~6월에 피며, 줄기가 있으므로 끈끈이주걱과 구분된다. ⓒ현진오


우리나라에 사는 식충식물은 12종류로서 이들 모두는 통발과(科)나 끈끈이주걱과에 속한다. 통발과에는 통발, 들통발, 개통발, 이삭귀개, 땅귀개, 자주땅귀개, 벌레잡이제비꽃, 털잡이제비꽃 등 8종류가 있다. 끈끈이주걱과에는 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 긴잎끈끈이주걱, 벌레잡이말 등 4종류가 포함된다.

통발과의 식물들 가운데 통발, 들통발, 개통발은 물속에 사는 식충식물이다. 물속에 떠 있는, 가늘게 갈라진 잎에 포충낭이 달려 있어 벌레를 잡을 수 있다. 포충낭 속으로 작은 수서곤충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뚜껑이 닫히고 이것을 잡아먹는다. 통발이라는 이름은 포충낭 모양이 물고기를 잡는 통발과 비슷하여 붙여졌다.

이삭귀개, 땅귀개, 자주땅귀개도 이런 종류의 포충낭을 달고 있지만 물속이 아니라 습지에 산다. 육지와 물의 중간지대에 살고 있으므로 수생식물도 아니지만 육상식물도 아닌 것이다. 이들은 높은 산의 고층습원이나 산 속 계곡 가에 발달한 물기 많은 풀밭, 물이 촉촉하게 흐르는 산 속 바위지대, 바닷가의 양지바른 습지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

이삭귀개 종류들은 땅 근처 또는 땅속에 있는 잎이나 뿌리줄기에 작은 통발이 달려 있는데, 물기가 많은 곳에 살므로 포충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통발처럼 생긴 포충낭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모두 통발과(科) 통발속(屬)에 속한다. 따라서, 통발 종류들과 이삭귀개 종류들은 모두 형제뻘 친척 관계가 있는 셈이다.

이삭귀개 종류들은 지하로 뻗는 땅속줄기에서 땅 위로 드문드문 잎을 낼 뿐 줄기가 없으므로 꽃이 필 때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다. 길이 10cm 정도의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몇 개씩 달리는데, 이삭귀개의 꽃대가 가장 긴 편으로 잘 자라면 30cm에 이르기도 한다. 땅귀개와 자주땅귀개는 꽃대가 길어보았자 15cm를 넘지 않는다. 땅귀개와 이삭귀개는 같은 장소에서 곧잘 발견된다. 자주땅귀개는 주로 남부지방에 자라는데 매우 드물어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통발과의 또 다른 속인 벌레잡이제비꽃속도 식충식물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벌레잡이제비꽃과 털잡이제비꽃 등 2종이 포함되어 있다. 두 식물 모두 북부지방에만 자라므로 남한에서는 볼 수가 없다.

샘털에서 점액물질 분비해 곤충 잡는 끈끈이귀개

▲ 끈끈이귀개의 포충 활동. 잎에 난 샘털에서 점액질이 분비되어 작은 곤충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가둔 후 서서히 소화시킨다. ⓒ현진오


끈끈이주걱과에는 끈끈이귀개속과 벌레먹이말속 등 2개의 속이 있다. 끈끈이귀개속에는 끈끈이귀개, 긴잎끈끈이주걱, 끈끈이주걱 등 3종, 벌레먹이말속에는 벌레먹이말 1종이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다. 벌레먹이말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한 종이 속을 이루는 독특한 식충식물이며, 세계적으로 자생지에서는 이미 절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끈끈이귀개나 끈끈이주걱은 포충낭 대신에 잎에서 나오는 끈끈한 물질로 곤충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둔 후에 잡아먹는다. 점액성분은 잎에 난 샘털의 끝에서 분비된다. 통발 종류들에 비해서 더 큰 생물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데 파리나 개미처럼 비교적 큰 동물도 곧잘 걸려든다.

끈끈이주걱은 끈끈이귀개와는 달리 줄기가 없으며, 꽃이 필 때 꽃줄기만 발달한다. 주걱 모양의 잎에 샘털이 많이 나며, 여기서 점액질이 분비되어 벌레를 잡아먹는다. 꽃은 6~8월에 피며, 흰색이고 작다. 전국의 양지바른 산성습지에 자라지만 흔하지 않다.

끈끈이귀개(Drosera peltata Thunb., 끈끈이주걱과)는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 진도, 해남, 완도, 신안 일대에서만 매우 드물게 자란다. 바닷가 가까운 풀밭에서 자라는데 야산 등 민가 가까운 곳에 분포하므로 그만큼 훼손될 위험도 높다.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땅속에 둥근 덩이줄기가 들어 있으며, 줄기가 있고 높이 자라면 30cm까지 자란다. 잎은 초승달 모양이며, 겉에 샘털이 많이 난다. 꽃은 5월부터 7월까지 피며, 지름이 1cm 정도 된다.

독특한 습성을 가진 식충식물은 특별한 환경에서만 생육한다. 이 때문에 원래부터 자생지가 많지 않고 개체수도 작다. 생육환경이 훼손되면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육지와 그 환경을 보전하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의 토종 식충식물을 보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