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멸종된 특산식물, 단양쑥부쟁이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24)
민물고기 서호납줄갱이, 외떡잎식물 무등풀 같은 생물들은 우리나라 특산종들로서 우리나라에서 멸종됐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절멸된 상태이다. 호랑이, 따오기, 늑대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야생절멸’되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는 ‘현재 멸종우려가 있는 생물’ 범주 중 하나인 ‘위급’에 해당한다. 4대강 사업에 의해 자생지가 완전히 파괴되어 식물원과 대체 자생지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양쑥부쟁이는 지구상에서 ‘야생절멸’, 곧 이미 멸종된 식물이 되고 말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멸종우려가 있는 생물’을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 위기(Endangered: EN), 취약(Vulnerable: VU) 등 3개 범주로 나누고 있다. 또한, ‘이미 멸종된 생물’은 절멸(Extinct: EX)과 야생절멸(Extinct in the Wild: EW)의 2개 범주로 나눈다. ‘야생절멸’은 자연 상태에서는 멸종하고 동물원이나 식물원에서 보전되는 개체들만이 있다는 뜻으로서 ‘절멸’과 함께 이미 멸종된 생물의 한 범주에 해당한다. 또한, 이는 자연에서 자연적으로 살아남은 개체들이 인공적으로 관리되는 개체들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양쑥부쟁이는 생태적 습성이 매우 독특하다. 씨가 많이 만들어지고 또 많은 씨가 발아에 성공하는 등 왕성한 번식 특성을 가진 두해살이풀이지만 사는 장소가 많지 않다. 개체군이 몇 안 된다는 것인데,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 그것도 단양에서 여주까지의 남한강 줄기에만 산다. 더욱이 강 주변 아무데서나 사는 게 아니라 모래와 자갈이 적당히 섞여 있고 자연적인 교란이 약하게 일어나는 곳에서만 산다.
4대강 공사에 의해 자생지 파괴되어 ‘야생절멸’
이처럼 사는 곳을 가리는 특성 때문에 단양쑥부쟁이는 우리나라 어떤 식물보다도 멸종될 위험이 애초부터 높았다. 필자가 몇 해 동안 관찰하던 단양 남한강변의 개체군은 홍수에 의해 모래톱이 쓸려 내려가면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홍수가 나기 전 해에 단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씨를 채취해 증식함으로써 자생지 밖에서 보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단양에서 자생지가 사라진 이후에 여주 남한강변에서도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과거 단양이나 수안보 자생지에 비해 훨씬 많은 개체들이 발견되었고, 일대 여러 곳에서 아개체군도 발견되어 국내 최대의 자생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4대강 공사와 함께 이들 자생지는 모두 공사현장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공사 중에 여주 황학산수목원, 한택식물원 같은 곳에서 씨를 받아 자생지외보전을 시도해 성공하였고, 공사 후에는 일부 남한강 공사구간에 다시 식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4대강 공사를 통해 자연에 적응하여 스스로 번식하며 살아가던 개체들은 모두 사라졌고, 지금은 복원된 개체들만이 남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기준에 따르면, ‘야생절멸’된 것으로 지구상에서 이미 멸종된 식물이 되고 만 것이다.
일본학자에 의해 1937년 한국특산식물로 처음 등록
단양쑥부쟁이(Aster altaicus Willd. var. uchiyamae Kitam., 국화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사는 식물로, 우리가 보통 들국화라고 부르는 부류의 식물들 중 하나이다. 일본인 우치야마(T. Uchiyama)가 1902년 수안보에서 처음 발견하여 채집한 것을 나카이(T. Nakai)가 다른 식물의 학명으로 그 표본을 인용한 바 있고, 1937년 기타무라(S. Kitamura)에 의해 우리나라 특산의 변종으로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단양에서도 관찰된 바 있지만, 근래 들어서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자생지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인 채 남아 있었다. 2000년 전후해서 단양에서 재발견되었지만 수해로 자생지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고, 2005년에는 여주의 남한강변에서 큰 자생지가 새로 확인되었다.
단양쑥부쟁이는 잎이 가늘고, 강변 모래땅에만 살므로 우리나라의 다른 쑥부쟁이들과 구분할 수 있다. 잎은 솔잎처럼 가는데, 가을에 싹이 터서 겨울을 나는 어린 개체에 달린 잎이 더욱 가늘다. 꽃은 9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피며, 중앙에는 관모양꽃이 빽빽하게 많이 달리고 가장자리에는 혀모양꽃이 2줄로 달린다. 키는 50~100cm이며, 위쪽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매우 비슷한 식물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데 개쑥부쟁이(Heteropappus meyendorfii (Regel & Maack) Kom. & Klob.-Alisova)다. 2009년 단양에서 단양쑥부쟁이가 다시 발견되었으며, 이들은 강변 모래땅뿐만 아니라 강변 절벽에도 산다고 한 지방신문이 보도하였다. 원주지방환경청 담당자와 현장을 찾아가서 확인한 결과, 그것은 단양쑥부쟁이가 아니라 개쑥부쟁이였다. 잎이 가늘어서 단양쑥부쟁이와 혼동한 것이었는데 두 식물은 꽃 세부형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단양쑥부쟁이는 잎이 매우 가늘다는 특징 외에도 머리모양꽃(두상화)의 가장자리에 있는 혀모양꽃(설상화)이 한 줄이 아니라 2줄로 늘어서며, 꽃을 해부하여 보면 관모양꽃(통상화)과 혀모양꽃의 갓털(관모) 길이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에 의해 야생에서 절멸되어 지구상 절멸로 기록된 한국 특산식물 단양쑥부쟁이는 공사 당시에도 현재처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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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2.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