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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장 기술, 어디까지 왔나?

대한인 2015. 12. 24. 06:17

식물공장 기술, 어디까지 왔나?

“상용화 초기지만, 따라잡을 수 있어”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대안 농업의 한 방법으로 식물공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폭설과 폭우·가뭄 등의 외부 환경변화와 관계없이 연중 내내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농약 사용 없는 친환경 농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자동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으므로 농업부문의 심각한 인력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한복판에도 식물공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우선 네이버·다음 등의 포털 검색창에 ‘식물공장’이라고 쳤을 때 나타나는 가득한 정보에 우리나라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 저녁 우리 가족이 삼겹살과 함께 먹은 상추나 두부찌개에 들어간 버섯이 식물공장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느낀다면, 또 한 번 크게 놀랄 것이다.

서울시민이라면 아이들 손을 잡고 서울역에 한 번 가보자. 근처의 L마트에서 태양이 아닌 LED 조명과 흙이 아닌 인공영양액으로 재배되고 있는 상추와 쑥갓을 볼 수 있다. 마네킹처럼 그냥 홍보차원에서 이미지만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와 샐러드가 포장된 채 팔리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기준으로 그곳에서 생산된 비타민 샐러드 가격은 한 봉지에 1천700원이다. L마트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의 시설은 9평 남짓한데, 상추 단일 품목만도 연간 400kg이 재배된다고 한다.
 
L마트 시설이 공장 내부의 핵심적인 한 부분만 옮겨다 놓았다 한다면, 경남 함양읍 웅곡리에 세워진 식물공장은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농업회사법인인 리프레시 함양(주)가 세운 이 식물공장은 약 1천135평의 대지에 512평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기존의 수경재배 방식과는 달리 자체 개발한 배합토를 이용하고 있는 토양 방식의 돔형 식물공장이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인공적인 환경 제어 시스템 등 광범위한 첨단 과학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에는 당시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이 격려 차원에서 방문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은 시설이다.

▲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설치된 LED를 이용한 엽채류 재배 시설. ⓒ송찬영


공장 내부는 23층의 다단식 선반 재배 틀이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목은 상추와 느타리버섯이다. 상추의 경우 육묘는 유리 온실에서 별도로 한다. 완전한 식물공장의 경우 씨뿌리기 – 발아 – 녹화(줄기를 튼튼하게 하는 것) – 재배틀 – 정식 – 양액 – 수확이 모두 기계화 및 자동화된 것이라 할 때, 함양의 돔식 식물공장은 유리 온실에서 발전된, 인공광원을 결합한 식물공장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상용화란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식물 공장이기도 하다.

적상추 느타리버섯 인삼 재배 상용화

이곳에서 생산하는 적상추는 연간 7천808kg에 달한다. 상추 1박스가 보통 4kg이니 1년에 총 1천954박스가 생산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육묘 등의 기간을 제외하고 305일 수확이 가능하다. 이곳 식물공장에서는 느타리버섯도 재배된다. 지난 2011년 가동된 버섯공장에서는 1년에 1만7천600kg의 버섯이 재배된다. 버섯은 1년 중 265일 수확이 가능하고, 1회 평균 400kg을 수확한다고 한다.

리프레시함양(주) 엄영섭 대표는 “주광원을 LED를 이용하고, 보조광으로 자연광을 이용해서 상추를 키우고 있는데, 병충해가 없는 클린룸에서 식물을 속성 재배하는 방식이라 일석이조의 생산효과가 난다”며 “현재 인터넷통신판매를 이용해 직접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기업체, 사립학교의 단체 식당 등지에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세이푸드는 2001년 5월 총 5천 평 규모의 부지에 1천 평의 식물공장을 세워 가동하고 있다. 아직도 계속해서 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이곳의 식물공장은 “관리동을 제외한 순수 공장은 700평으로 6~8단의 재배단에서 상추와 샐러드용 작물, 미트 르꼴라 등의 허브 류를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농학 전공의 류희용 대표이사는 “상추의 경우 하루 400Kg 정도를 생산하는데, 주로 롯데마트와 농협중앙회 하나로마트, 지역 하나로마트에 출하한다. 이곳의 식물공장은 태양광 병용형 식물공장으로 지열과 전기를 활용해 온도를 조절하고, 육묘를 포함해 수확을 제외한 나머지 전 과정을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이사는 “믿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사명감과 향후 블루오션이 될 분야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올해 들어 비로소 안정적으로 상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아직도 계속해서 마케팅 섭외하는 과정인데, 초기와는 달리 시에서도 관심을 가져주고 중앙정부에서 함께 연구하자는 제안도 있다”고 밝혔다.

함양과 당진의 식물공장이 설립 초기 민간의 힘으로 설계돼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면, 경남 울주군의 인삼재배공장은 농진청의 기술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민간에 기술 이전된 정부 주도의 첫 식물공장이라 할 수 있다.

완전 제어형 스마트 식물공장도 문 열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 식물공장은 들어가면서부터 세균유입을 막기 위한 소독처리 시설을 거쳐야 한다. 다단 선반으로 이뤄진 재배지는 발아부터 재배까지 모두 자동화 돼 있다. 거의 완벽하다 할 만큼 자동제어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재배지 밖에서 스마트 제어가 가능하다.

2011년 말 문을 연 이 식물공장은 광원 기술의 한계로 상추 등 엽채류에 머물렀던 식물공장의 쓰임새를 우선 특용작물인 인삼 등으로 넓혔다는 점과 육묘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제어 된다는 점, 인공 광으로만 재배한다는 점에서 100%에 가까운 완전 제어형 식물공장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인삼은 인근 대학과 협동연구를 통해 현재 기능성 식품으로 생산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이밖에 전국적으로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동(2011년), 경기도 농업기술원 연구동(2010년), 전북대 익산캠퍼스 LED 융합기술지원센터(2011년), 인성테크(대표 김인수, 2009년, 용인시 죽전동), 대구 기술센터 주관의 도심형 LED식물공장인 “플랜트스퀘어”(2013년) 등이 있는데, 대부분은 농산물을 재배해 판매하는 것보다는 식품 시스템 연구가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연구는 농업외 플랜트 수출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는데,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경우 현재 중동의 카타르와 60억 규모의 식물공장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전북대는 최근 베트남 달랏대와 LED식물공장시스템 구축과 지원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전북대는 이 협약을 계기로 베트남 달랏 지역 환경에 맞는 딸기 모종을 생산·보급할 계획이다.

식물공장 기술, 카타르·베트남 수출

그렇다면, 우리나라 식물공장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우리나라 식물공장의 효시는 1990년 정부의 유리온실지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유리온실은 기존의 하우스 재배에서 나아가 수경재배와 연중생산을 가능케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행하는 ‘Bioin스페셜 WebZine 2010년 18호’에 김유호 당시 농업진흥청 연구관이 발표한 논문 ‘식물공장 국내외 기술동향 및 자동화시스템’에 따르면, 이후 1993년 육묘공장 산업화를 통해 수경재배기술이 산업화됐으며, 1997년부터 식물공장 생산시스템 연구에서 수평형 식물공장기반 기술이 연구되기 시작해 2004년 확립됐다.

또 식물공장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운영한 곳은 농업법인 인성테크로, LED를 사용한 인공광형 다단식 식물공장을 건립했다. 인성테크는 2010년 각각 롯데마트 서울역점과 신촌 세브란스 식품 매장에 식물공장을 설치했으며, 일부 샐러드바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국형 식물공장 모델은 지난 2010년 시작해 2011년 완성한 ‘수직형 식물 생산 공장 모델 산업’이며, 그해 농진청 부지에 세워진 식물공장 연구동이다. 이 식물공장 연구동은 실증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로 빌딩형 및 수직형 2가지 모델이 있다.

빌딩형 식물공장은 지하 1층~지상 3층, 높이 10m, 연면적 396㎡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수직형 식물공장은 높이 10m, 연면적 50㎡ 규모의 수직재배시스템을 갖춘 양지붕형 유리온실 형태로 각각 건립됐다. 에너지 공급을 위해 냉난방은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지열히트펌프를 설치했으며, 사용전력의 약 15%(10kw)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으로 생산된 전력이 이용된다.

또한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재배장치로 수평 및 수직으로 이동이 가능한 다단식 재배베드를 갖추고 있으며, 광원으로 수직형 식물공장은 태양광과 LED, 빌딩형 식물공장은 LED와 형광등을 각각 사용한다.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양분은 자동으로 조제돼 재배장치에 공급되는 순환식 및 유량제어식 양액공급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민적 관심· 첨단과학 발달, 선진국 따라잡을 수 있어”

그러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식물공장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김유호 연구관에 따르면, 먼저 식물공장 주체의 경우 유럽은 기업, 일본은 학교와 기업·법인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기업과 연구소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수준의 경우 유럽과 일본은 재배작물 품목을 확대하고 경비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실용화 초기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식물공장 시스템 중 설비·전자·제어 등 많은 첨단 분야와 농업기술면에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식물공장 핵심기술요소기술 개발연구로 지난 8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R&D에 선정됐으며, 최근 강원도 평창의 한 약초농가와 당귀의 식물공장 재배를 연구 중인 이공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 우려로 국민들의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외국에 비해 아직 실용화 초기 단계이지만, 기계 설비, 전자 장비 등 기타 연관된 분야의 수준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조만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최근의 국내 식물공장 연구 추세에 대해 “기존의 엽채류 중심에서 인삼 당귀 등 특용작물로 넓혀지고 있고, 수확 로봇 개발과 함께 고광원 개발을 위해 LED에서 나아가 TV에서 쓰는 OLED까지 확대되고 있어 향후 더 다양한 작목이 식물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관은 또 “앞서 국내에 설치됐던 식물공장의 경우 운용자의 재배기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동국대 등 대학 등의 기관에서 식물공장 전문 재배인력을 길러내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일본처럼 정부가 집중적으로 식물공장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진흥청 등에서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원활한 식량 공급과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 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련 산업의 파생 효과를 위해서,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차원의 식물공장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7월, 향후 미래 농업을 이끌 과학기술분야에 스마트(완전제어형) 친환경 식물공장 상용화 기술을 선정하고 집중 중점 육성할 계획임을 밝혔으며, 이 일환으로 상추 등 물가변동 폭이 큰 엽채류를 포함해 원예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장기 저리 융자방식의 식물공장 시설 지원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민들과 함께하는 식물공장 돼야”

상지대 농업과학원 임상철 교수는 “식물공장은 제조업이나 건축업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농업의 한 분야로 농업인이 중심에 서야 한다”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중 내내 맛이나 기능면에서 기존의 농산물보다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재배하는 목적에 맞게 식물공장이 설계되고 설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이공인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 박종석 충남대 교수(원예학)와 함께 당귀의 식물공장 재배를 산학연 차원에서 함께하고 있는 박정동 강원약초영농조합 대표는 현실적으로 식물공장이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상당부분 해결해주는 것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당귀의 경우 새싹 등 식물공장의 운용으로 기존의 한약재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농민들은 식물공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체의 농업 진출과 특정인들의 생산독점으로 농업기반이 붕괴될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후변화라는 국가적 어젠다 못지않게 농민들과 함께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