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주는 동기부여

인간의도리인오대덕목(五大德目)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지키자.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한글 사랑은 애국입니다

조경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

카테고리 없음

첫 발견지서 멸종한 희귀식물 ‘칠보치마’

대한인 2015. 12. 24. 07:02

첫 발견지서 멸종한 희귀식물 ‘칠보치마’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34

 

칠보치마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러시아 쿠릴열도,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장소인 수원 칠보산에서는 이미 절멸하였고, 그곳에 복원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남해도와 부산에서 재발견되었지만 몇몇 개체군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태생적으로 습성도 독특하여 멸종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전문>

 

 

자생지의 칠보치마.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수원시 칠보산에서는 절멸했으며, 최근 남해도와 부산에서 새로운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물기가 적당히 있으면서도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데, 등산로 변이나 임도 절개 면에서 생육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현진오

자생지의 칠보치마.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수원시 칠보산에서는 절멸했으며, 최근 남해도와 부산에서 새로운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물기가 적당히 있으면서도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데, 등산로 변이나 임도 절개 면에서 생육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현진오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면면이 드러났다. 이때 만들어진 목록이 우리나라 식물 목록의 근간이 되었는데, 해방 이후 조금씩 수정되어 현재 식물 목록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몇몇 종들은 1960년대 이후에 발견되어 우리나라 식물 목록에 추가되기도 하였는데, 칠보치마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이다.

칠보치마는 1968년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군의 경계에 야트막하게 솟아 있는 칠보산(234m)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우리말 이름의 ‘칠보’는 첫 발견지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원래부터 개체수가 많지 않았던 이 식물의 자생지는 발견 이후 과도한 채취 때문에 훼손되기 시작해 1993년에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한 개체도 없이 파괴된 자생지에 산림청 임업연구원(현 국립산림과학원)이 30포기를 심어 복원하였지만, 현재는 한 개체도 남아 있지 않다.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던 칠보치마가 다시 발견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7년 경상남도 남해도에서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조사팀이 새로운 자생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 개체군은 현재 가장 많은 개체가 안정적으로 생육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1년에는 역시 남해도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에 의해 새로운 자생지 4곳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꽃은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에 걸쳐 핀다. 뿌리에서 1-3개의 꽃줄기가 나오며, 환경이 좋아 잘 자란 경우에는 꽃차례가 가지를 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자라는 대부분의 개체들은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 현진오

꽃은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에 걸쳐 핀다. 뿌리에서 1-3개의 꽃줄기가 나오며, 환경이 좋아 잘 자란 경우에는 꽃차례가 가지를 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자라는 대부분의 개체들은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 현진오

 

 

첫 발견지 수원 칠보산에서는 절멸

칠보치마(Metanarthecium luteoviride Maxim., 칠보치마과)는 러시아 식물학자 막시모비치(C. J. Maximowicz, 1827-1891)가 1861년 일본 하코다테에서 채집한 표본 2장과 1863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채집한 표본 1장을 근거로 1867년에 신종으로 발표한 식물이다. 신종 발표 때에 사용했던 기준표본들은 프랑스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신종 발표 당시에는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로 처리되었고 이후에도 전통적으로 백합과 식물로 취급되어 왔으나,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한 계통 연구에서 백합목(目)이 아니라 마목(目) 식물이며 칠보치마과(Nartheciaceae)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칠보치마가 신종으로 발표될 때 칠보치마속(屬)도 새로운 속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속에는 세계적으로 칠보치마 한 종만이 속해 있을 뿐이므로 매우 독특한 식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일본 가고시마현 야쿠시마 섬에 나는 칠보치마 종류는 같은 종에 속하는 다른 변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칠보치마는 세계적으로 분포가 매우 제한적인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쿠릴열도, 일본에만 분포하는데, 쿠릴열도부터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큐슈 등 일본 전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북부지방을 포함해 전역에 생육할 가능성이 높다.

칠보치마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는 곧고, 많은 수염뿌리가 난다. 잎은 뿌리에서 10여 장이 나와서 사방으로 퍼지며, 길이 8-24cm, 너비 1-4cm이고, 누런빛이 도는 녹색이다. 꽃은 6-7월에 높이 15-55cm의 꽃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피며, 노란빛이 도는 녹색이다. 열매는 삭과이며 달걀 모양이다.

 

 

잎은 10여 장이 뿌리에서 나서 방석처럼 퍼진다. 경상남도 남해도의 자생지들에서는 잎만 돋은 채 꽃을 피우지 못하는 어린 개체가 많이 발견된다. ⓒ 현진오

잎은 10여 장이 뿌리에서 나서 방석처럼 퍼진다. 경상남도 남해도의 자생지들에서는 잎만 돋은 채 꽃을 피우지 못하는 어린 개체가 많이 발견된다. ⓒ 현진오

 

개체군마다 다른 방식의 관리 필요

물기가 적당히 많으면서도 양지바른 곳을 선호하는 생태 습성 때문에 잘 자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 속의 작은 도랑 옆이나 계곡 주변에 살고 있지만, 자생지 대부분에서 어린 개체들은 많지만 개화할 정도로 성숙한 개체는 드물게 발견된다.

필자가 올해 돌아본 한 자생지의 경우 300여 개체가 자라고 있었지만 개화한 개체는 10% 정도에 불과했고, 개화한 개체들의 꽃차례는 작고 부실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생육상태가 좋으면 한 포기에서 2~3개의 꽃줄기 나오고, 꽃줄기는 가지를 많이 치는 특성이 있지만, 우리나라 개체들은 대부분 한 개의 꽃줄기만이 나올 뿐이며 가지가 갈라지지도 않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개체군 모두는 자생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개체군마다 위협 요인이 제각각이다. 임도 절개 면에 자라는 개체들은 사태, 부주의한 임도 관리 등에 의해 사라질 수 있고, 등산로 변의 개체들은 등산객 발길에 생존을 위협 받을 수 있다.

또한 산지 도랑에 자라는 개체들은 생육 환경을 개선해 주지 않으면 차츰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개체군마다 처한 위협 요인들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자생지를 관리해야 이 식물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모든 개체군들을 위협 요인에 맞추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점은 여느 법정관리 멸종위기종들과 다른 점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발견된 이후 환경부가 2012년 신속하게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하였지만, 국립공원 내의 자생지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4.08.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