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한계선서 자라는 ‘물고사리’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39
양치식물은 곰팡이나 이끼처럼 포자로 번식하지만 유관속(維管束)을 가지고 있으며, 관속식물이지만 씨가 아니라 포자가 생기므로 종자식물과도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양치식물 350여 종 중에서 다시마고사리삼, 줄석송, 파초일엽 등은 이미 멸종된 식물이 되고 말았고, 비늘석송, 눈썹고사리, 검은별고사리 등도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환경부는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물고사리, 제주고사리삼, 파초일엽 등 양치식물 3종을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양치식물 중에 멸종위기에 놓인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 양치식물 중에 다시마고사리삼과 줄석송은 이미 절멸되어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파초일엽은 증식한 개체들만이 남아 있어 ‘야생멸종’으로 기록되었다. 야생멸종을 멸종의 범주로 취급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양치식물 중에 이미 3종이 멸종된 식물에 해당한다.
아열대 식물인 다시마고사리삼은 일제 강점기 때 전남 대둔산에서 채집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절멸하고 말았다. 제주도에서 채집된 표본이 러시아 코마로프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는 줄석송도 지금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한 파초일엽은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 삼도(섭섬)에 살았지만 관상용으로 마구 수집되는 바람에 절멸하였고, 지금은 인공 증식해서 심은 개체들만이 생육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방계 식물로 설악산 정상부에서만 기록된 비늘석송, 남방계 식물로 제주도 돈네코계곡에서만 발견된 눈썹고사리, 역시 남방계로서 제주도에 한두 곳의 자생지만이 있는 검은별고사리 등은 우리나라에서 절멸위기에 놓인 대표적인 양치식물들이다.
환경부는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파초일엽을 비롯하여 제주고사리삼, 물고사리 등 3종의 양치식물을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제주고사리삼은 제주도 곶자왈에서 근래에 발견된 양치식물로서 종(種)뿐만 아니라 속(屬) 자체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속이다. 이 신속(新屬) 식물이 곶자왈에서 발견됨으로써 무분별하게 개발되던 곶자왈 지역에 대한 보존 필요성이 조명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논에 사는 아열대성 양치식물 물고사리
물고사리(Ceratopteris thalictroides (L.) Brongn., 물고사리과)는 한때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1990년대 중반 다시 발견되었다. 이후 몇몇 곳의 자생지가 더 알려졌으며, 환경부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한 2012년 이후 정밀조사가 수행되어 여러 자생지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물 흐름이 없는 논, 논둑 또는 수로 등지에 무리 지어 자라는 한해살이 정수성 수생식물이다. 잎은 1-3회 깃꼴로 갈라지고, 영양엽과 포자엽이 다른 모습인데, 포자엽이 더 크고 갈라진 잎 갈래가 더 가늘다. 포자낭은 포자엽의 가장자리가 뒷면으로 말려 그 안쪽에 달린다. 영양엽은 난형 또는 난상 삼각형으로 길이 3-20cm, 너비 2.5-17cm, 잎맥은 그물 모양, 갈래는 크기가 제각각이다. 윗부분의 열편은 포자엽으로 변하는 것도 있고, 잎 표면이나 갈래 사이에서 무성아가 형성되어 새로운 개체로 발달하기도 한다.
물고사리의 생태적 습성은 독특한 점이 많다. 보통 한해살이지만 여러 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분포의 경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살아남지 못하므로, 모두 한해살이풀의 습성을 보인다. 하지만, 열대에서는 몇 해를 살기도 하며, 특히 온실에서 재배하는 경우에는 여러 해 동안 죽지 않는다.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양한 것도 특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자라도 30cm 이하이고 작은 것은 3-4cm에 불과하지만 열대에서는 영양엽이 60cm, 포자엽은 1m 이상 자라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남부형, 북부형, 제3형 등 3개의 서로 다른 형태가 알려져 있는데, 남부형은 다른 두 형과 염색체 수도 다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분포 범위는 매우 넓다. 열대와 아열대지역에 널리 자라면서 온대지역까지 분포역이 확장되어 있는데,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이고 아메리카 열대와 온대지역에도 분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위해외래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해발 1300m까지도 자라지만 대개는 500m 이하의 연못, 수로, 늪지대에 생육한다.
열대에선 흔한 종, 분포의 북방한계 한반도에서는 희귀종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경남, 광주, 전남 강진, 전북 군산, 김제, 충남 서천 등지에 생육하며, 충북 개체군은 소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서천에서 최근에 발견된 자생지는 중국 최북단 자생지인 산둥성 웨이산호(微山湖) 지역에 비해서 위도가 1도 이상 높아, 세계적으로 볼 때 분포의 가장 북쪽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자생지는 모두 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 이는 모든 종류의 습지에서 생육하는 열대나 아열대의 생육지 특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남방계열 식물이지만 논이 많지 않은 제주도에는 자생하지 않는 특징도 있다.
물고사리는 세계적으로 관상용, 실험용, 식용 등으로 이용된다. 수족관에 심는 식물로서 이용 가치가 매우 높은데, 뿌리를 땅속에 박고 물속에서 살아가는 정수성 식물이지만 수족관에서는 물에 띄워서 키우기도 한다. 또한, 생장 속도 및 생활사가 빠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재배하여 유전물질을 연구하는 데 이용된다. 잎에 발암성 물질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먹기도 한다.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는 익혀서 요리를 해 먹고, 미크로네시아에서는 생체로 샐러드를 해 먹는다.
물고사리의 영어 이름은 ‘물의 요정’이라는 뜻의 ‘워터 스프라이트(water sprite)’를 많이 쓴다. ‘워터 혼펀(water hornfern)’이라고도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물뿔고사리’라 할 수 있고, 이는 포자엽이 뿔처럼 생겨서 붙여졌다. 속명인 케라토프테리스(Ceratopteris)의 케라토(Cerato)도 뿔이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물고사리속(屬)에 속하는 식물은 세계적으로 4-6종이 알려져 있다.
-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4.10.3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