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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 상태 직면한 ‘한라송이풀’

대한인 2015. 12. 25. 18:21

절멸 상태 직면한 ‘한라송이풀’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43

 
한라송이풀은 1947년 세상에 알려진 한라산 특산식물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라산 백록담 일대에서 비교적 쉽게 관찰되던 이 식물은 2014년 현재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개체수가 급감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절멸 직전의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기후변화, 생육지 환경 변화 등이 그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서 매년 자손을 퍼뜨려야 하는 생태적 습성도 절멸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04년 9월 한라산 영실 능선에서 촬영한 한라송이풀. 과거에는 영실과 백록담 일대에서 비교적 흔게 관찰되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한라산에서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다. 절멸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현진오

2004년 9월 한라산 영실 능선에서 촬영한 한라송이풀. 과거에는 영실과 백록담 일대에서 비교적 흔게 관찰되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한라산에서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다. 절멸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현진오

 

 

일정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 그곳에서 멸종하게 되면 지구상에서 멸종하는 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특산식물을 보전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지구적 사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은 400여 종류로 일컬어지는데, 전체 식물의 10%쯤에 이른다. 이들 모두는 세계적으로 보아 보전해야 할 식물들인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에 따라 지구에서의 멸종위기 정도를 평가한다면 대부분이 위협 받고 있는 종으로 평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특산식물 전체에 대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기준에 따른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특산식물 가운데 하나인 한라송이풀은 지구상에서 멸종한 첫 번째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 발견된 한라산에서 더 이상 관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라산 고지대 풀밭이나 화산석 송이가 많은 지역에서 비교적 쉽게 발견되었지만, 몇 해 전부터 한두 개체만이 눈에 띄다가 2014년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필자도 과거 관찰했던 기록을 더듬어 지난 가을에 한라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발견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 여러 전문가들이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아 이미 절멸했거나 절멸 직전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땅속에 묻혀 있는 씨가 살아남아서 내년에 다시 싹을 틔우기를 기대해 보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한라산에서 살아남아 있더라도 극소수가 남아 있을 뿐이므로, 한라산에서의 한라송이풀 절멸은 기정사실인 듯하다.

 

 

가야산의 한라송이풀. 1947년 한라산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2000년대에 필자가 설악산에서도 발견하였다. 가야산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설악산과 가야산 개체들이 한라송이풀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술 연구가 더 필요하다. ⓒ 현진오

가야산의 한라송이풀. 1947년 한라산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2000년대에 필자가 설악산에서도 발견하였다. 가야산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설악산과 가야산 개체들이 한라송이풀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술 연구가 더 필요하다. ⓒ 현진오

 

 

기후변화, 환경변화 등으로 한라산에서 멸종 직전 상태

필자는 2000년대에 설악산에서 한라송이풀과 유사한 식물을 발견하여 처음에는 구름송이풀로 생각하였으나 세밀한 관찰을 거쳐 한라송이풀과 같은 것으로 보고한 적이 있다. 다른 학자에 의해 이삭송이풀로 기록된 바 있는 가야산의 유사 식물도 한라송이풀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설악산과 가야산의 이 식물들도 특정지역의 좁은 면적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어서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라송이풀이 절멸 위기에 놓이게 된 이유로는 기후변화, 생육지 환경 변화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라는 생태적 습성도 이 식물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생각된다. 매년 발아에 성공해야 하는데, 발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있을 때는 바로 절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라송이풀 종자의 특성에 대해서는 깊이 연구된 바 없지만, 한해살이풀의 종자들 대개 휴면기가 짧다. 종자가 만들어진 이후에 땅속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지 못해서 몇 해가 지나면 싹을 틔울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한라송이풀 종자도 이런 습성을 가졌다면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에 자생하던 한라송이풀들은 이런 발아 특성에다 기후변화, 생육지 환경 변화까지 겹쳐서 절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다른 한해살이풀들처럼 한라송이풀 종자가 발아하려면 어는 정도의 교란 필요한데, 한라산에서는 소와 말의 방목이 금지되었고, 훼손지 복구 사업을 통해 토양환경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발아를 오히려 어렵게 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추정할 수 있다.

 

 

한라송이풀은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가야산에서 가을에 관찰된 어린 개체의 모습으로 이 상태로 겨울을 난 후에 이듬해 늦여름에 꽃을 피우고 죽는다. 여러해살이풀이 아니라서 매년 새로운 자손을 퍼뜨려야 하는 생태적 습성이 이들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  현진오

한라송이풀은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가야산에서 가을에 관찰된 어린 개체의 모습으로 이 상태로 겨울을 난 후에 이듬해 늦여름에 꽃을 피우고 죽는다. 여러해살이풀이 아니라서 매년 새로운 자손을 퍼뜨려야 하는 생태적 습성이 이들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 현진오

 

1947년 신종 발표된 관상가치 높은 특산식물

한라송이풀(Pedicularis hallaisanensis Hurus.; 현삼과)은 1947년 일본인 식물학자 후르사와(I. Hurusawa, 古澤潔夫, 1916-2001)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되었다. 그는 프랑스의 타케신부(E. J. Taquet, 1873-1952)가 1911년 8월 한라산 1509m 풀밭에서 채집한 표본을 관찰하고 이를 신종으로 발표하였다.

한라송이풀은 현삼과(科) 송이풀속(屬)에 속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높이 10-30cm로 자란다. 줄기에 부드러운 털이 많고 밑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잎은 모여나며 꽃이 필 때도 남아 있다. 줄기잎은 2-6장씩 돌려나며,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으로 길이 2-3cm, 너비 5-10mm이고, 5-7쌍의 갈래조각이 있다. 꽃은 8-9월에 가지 끝 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핀다. 화관은 입술 모양, 아랫입술은 넓고 3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수술은 4개이다. 북부지방에 자생하는 구름송이풀이나 이삭송이풀과 비슷하다. 구름송이풀은 전체에 털이 적고, 잎이 더 깊게 갈라지는 특징으로 구분되며, 이삭송이풀은 한라송이풀과 달리 개화기 때에 뿌리잎이 없어지는 게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한라송이풀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설악산과 가야산의 것을 모두 한라송이풀과 같은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들 두 곳의 개체군은 3-4개 정도에 불과하며, 한라산 개체군은 거의 소멸 상태이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한라송이풀을 보전하기 위해 환경부는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실질적인 보호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한라송이풀의 고향, 기준표본 채집지인 한라산에서 더 이상 이 식물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4.12.3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