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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농사와 불편한 공존 중인 ‘매화마름’

대한인 2015. 12. 25. 18:25

논농사와 불편한 공존 중인 ‘매화마름’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44

 
사람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생물들은 멸종되기 쉽다. 인류의 경제활동 때문에 서식지나 생육지가 영향을 받는 동물과 식물들은 더욱 그렇다. 논에 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매화마름은 농민들에게 잡초로 인식되어 제거 대상이 되고 있으며, 경지 정리, 농수로 설치, 제초제 살포 같은 영농방식 변화에 의해서 위협 받고 있다. 농경지 매립 등 생육지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이 식물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강화도 초지리의 논에 자라는 매화마름. 이 자생지는 1990년 후반에 필자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래, 2002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시민자연유산 제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종 자체는 1998년부터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현진오

강화도 초지리의 논에 자라는 매화마름. 이 자생지는 1990년 후반에 필자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래, 2002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시민자연유산 제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종 자체는 1998년부터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현진오

 

 

요즘 세상에서 물웅덩이나 작은 연못, 우물 같은 장소들은 그리 관심을 끌만한 장소가 아니다. 어지간한 마을까지 상수도가 보급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던 우물이나 연못의 기능은 상실되었고, 관계시설이 잘 된 논들에서는 물 공급원으로서의 둠벙이나 소류지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크고 작은 습지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다.

습지가 파괴됨에 따라서 습지에 살고 있는 생물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데, 수초 또는 물풀이라고 하는 수생식물도 많은 것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흔하게 발견되던 구와말, 남개연, 참물부추, 물질경이, 자라풀, 통발 등이 점점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있다. 아예 멸종 위기에 놓여서 정부가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종들도 있는데, 가시연꽃, 각시수련, 매화마름, 물고사리, 순채, 전주물꼬리풀, 제비붓꽃, 조름나물 등 8종류에 이른다. 1930년대에 대구지역의 낙동강 배후습지에서 채집되었던 벌레먹이말은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매화마름은 서해안 일대의 논에 자라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 수생식물이다. 줄기는 길이 50cm쯤이며 속이 비고 가지가 갈라진다. 물속의 잎은 어긋나며 3-4회 가는 실처럼 갈라지고 마디에 있는 턱잎은 작으며 털이 있다. 꽃은 잎과 마주난 꽃자루가 물 위로 나와서 그 끝에 1개씩 피며 지름 1cm쯤이고 흰색이다. 꽃받침잎은 5장으로 길이 3.0-4.5mm이며 녹색이다. 꽃잎은 5장이며 길이 6-9mm다. 수술은 많고 노란색이다. 암술은 많다. 꽃은 매화와 비슷하고 잎은 붕어마름을 닮아 매화마름이라고 한다.

 

 

매화마름은 물속에서 자랄 때와 땅 위에서 자랄 때의 모습이 아주 다르다. 땅 위에서 자랄 때는 사진처럼 잎이 짧고 굵어진다. 가을이나 봄에 싹을 틔운 후에 모내기 이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익혀 한해살이를 마감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매화마름은 물속에서 자랄 때와 땅 위에서 자랄 때의 모습이 아주 다르다. 땅 위에서 자랄 때는 사진처럼 잎이 짧고 굵어진다. 가을이나 봄에 싹을 틔운 후에 모내기 이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익혀 한해살이를 마감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 현진오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위협 요인 많아 멸종위기

매화마름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영등포에서 채집될 정도로 흔했던 식물이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진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희귀한 식물이 되고 말았다.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후에 전국을 대상으로 정밀조사한 결과, 인천에서 전라남도까지 서해안을 따라서 주로 생육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주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이것도 매화마름과 같은 종류인지에 대해서는 필자가 현재 연구 중이다.

환경부 정밀조사 결과, 비교적 많은 장소에서 자라고 있는 게 밝혀졌지만 멸종 위험성은 매우 높다. 생육지와 개체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멸종 압력이 높기 때문에 멸종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 멸종 압력이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먼저 아무 논에서나 생존할 수 없는 생태습성 때문이다. 둠벙이나 소류지가 한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겨울철에도 수분이 많은 논에서만 이듬해 싹을 틔울 수 있다. 바닥이 완전히 마른 채로 겨울을 나는 논에서는 살지 않는다. 모내기 전후에 논 잡초를 없애기 위해 뿌리는 제초제에 의해서도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서 씨를 많이 만들지만 씨가 오랜 기간 휴면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이듬해 발아에 실패할 경우에 자손을 유지하기 어려운 특성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매화마름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필자는 영종도와 대부도의 많은 자생지를 오랫동안 모니터링 했는데, 수 만 개체가 큰 군락을 이루고 있던 논이 이듬해 택지로 개발된 것을 발견하고 허탈감에 빠진 경우가 여러 번이다. 이런 요인들에 의해서 멸종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개체군이나 개체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화마름을 법정보호종에서 제외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어 신종으로 발표된 매화마름은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의 논에 주로 자라고 있는데, 서해안 이외의 지역에서는 경주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된다. 경주의 매화마름은 논에 자라는 서해안과는 달리 농수로에 자라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어 신종으로 발표된 매화마름은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의 논에 주로 자라고 있는데, 서해안 이외의 지역에서는 경주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된다. 경주의 매화마름은 논에 자라는 서해안과는 달리 농수로에 자라고 있다.
ⓒ 현진오

 

강화도 군락지는 시민 기금으로 보전

강화도 초지리의 매화마름 군락지는 풍전등화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1998년 5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 군락지를 발견하여 보전 대상지로 선정하였으며, 2002년 5월에 시민 모금을 통해 총 3009㎡ 중 2640㎡를 매입하였고, 369㎡를 소유주로부터 기증받아 보전하게 된 것이다.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조사만 하였을 뿐이지 자생지임을 알리는 푯말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는 당국보다 한 발 앞선 멸종위기종 보전 노력으로 기록될 일이다. 이 매화마름 자생지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시민자연유산 제1호’가 되었고, 2008년 10월 13일에는 람사르 협약에 의한 국제보호습지로 등록됨으로써 자생지 보전의 기틀이 확고하게 마련되었다.

매화마름(Ranunculus kadzusensis Makino, 미나리아재비과)은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T. Makino, 牧野富太郞, 1862-1957)에 의해 1929년 새로운 종으로 발표되었다. 당시 그는 일본 카주사 지방(혼슈 지바현 일대의 옛 명칭)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제시하였으며, 일본의 다른 매화마름 종류들과는 달리 잎이 짧고 가늘다는 특징과 함께 꽃도 작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1988년 최신 연구에서는 유럽에 나는 매화마름 종류의 한 변종(Ranunculus trichophyllus Chaix var. kadzusensis (Makino) Wiegleb)으로 처리된 바도 있다. 종소명(種소명, species epithet)이나 변종소명은 ‘kadzusensis’ 또는 ‘kazusensis’가 사용되는데, 마키노의 원기재문에는 ‘kadzusensis’로 되어 있으므로 이 종소명을 써야 옳다. 뜻은 ‘카주사 (지방)의’ 또는 ‘카주사 (지방)에서 나는’이다.

 

 

  •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5.01.0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