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주는 동기부여

인간의도리인오대덕목(五大德目)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지키자.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한글 사랑은 애국입니다

조경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

카테고리 없음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꽃의 빅뱅’

대한인 2015. 12. 27. 06:38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꽃의 빅뱅’

가장 오래된 꽃식물 화석 발견돼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서울에 살던 시절의 일화다. 다산의 집에 국화를 많이 기르는 걸 보고 지나치던 행인이 유실수를 심지 왜 쓸모없는 꽃을 잔뜩 심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산은 “실용이란 입에 넣어 목구멍을 넘기는 것만 가리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즉, 꽃을 감상하며 얻는 정신의 여유가 더 소중하다는 의미였다.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도 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꿀샘 길이가 27㎝나 되는 꽃을 발견하곤 주둥이 길이가 그만큼 긴 곤충이 분명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당시의 곤충학자들은 비웃었지만 수십년 후 실제로 그처럼 긴 혀를 가진 박각시나방이 발견됐다.

찰스 다윈은 관찰을 통해 많은 꽃식물들이 다른 종과의 교잡이나 근친교배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토마토는 친척 식물 종의 꽃가루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꽃가루도 거부하는 생화학적 기작을 지니고 있다. 다른 종과의 교잡 거부는 당나귀처럼 생식할 수 없는 후손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이며, 자신의 꽃가루를 거부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환경 변화나 병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을 막기 위해서다.

이처럼 꽃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하던 다윈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침엽수와 양치류 등이 번성하던 지층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던 꽃 화석이 어느 시기에 갑자기 다양한 형태로 한꺼번에 발견된다는 것. 다윈은 식물학자인 조셉 후커에게 쓴 편지에서 이 같은 꽃식물의 폭발적인 진화에 대해 ‘지독한 미스터리(abominable mystery)’라고 표현했다.

 

 

가장 원시적인 꽃식물로 알려진 '암보렐라'.

가장 원시적인 꽃식물로 알려진 ‘암보렐라’. ⓒ Scott Zona(위키미디어)

 

이끼류로부터 고사리류, 겉씨식물에 이를 때까지 식물의 진화과정은 상당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였다. 특정 생태계에서는 풍부하지만 종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으며, 늦게 자라고 장수하는 성향을 보인 것.

그런데 꽃식물의 경우 굉장히 파격적으로 출현하고 진화했다. 중생대 백악기 초기 지층까지 거의 보이지 않다가 백악기 중기부터 갑자기 나타나 약 500만년 만에 40만 종을 지구상 전역에 퍼뜨린 것. 가히 꽃의 빅뱅(대폭발)이라 할 만하다. 식물학자들은 주요 꽃식물 그룹 사이의 진화적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은 이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다양성을 띠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잦은 산불로 꽃식물 확산

꽃식물의 빅뱅 이유는 아직까지 수수께끼다. 당시의 큰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설이 있으며, 백악기 초기에 자주 발생했던 산불 덕분이라는 설도 있다. 당시에는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 산불이 잦았으며, 그로 인해 성장이 느린 겉씨식물보다 성장이 빠르고 수명이 짧은 꽃식물이 경쟁에서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꽃식물이 지닌 새로운 진화적 특징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는 꽃식물의 기원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다. 진화생물학자들이 꽃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지목한 식물은 목련이다. 그런데 1999년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 섬에서 서식하는 암보렐라가 발견되면서 분자계통학적 연구는 가장 원시적인 꽃식물이 암보렐라임을 밝혀냈다.

뉴칼레도니아의 18개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암보렐라는 황백색의 꽃을 가진 대형 관목이다. 이 원시 관목의 발견을 두고 일부에서는 오래된 소나무와 은행나무, 소철나무 등 겉씨식물과 꽃식물을 이어주는 ‘잃어버린 고리’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후 암보렐라는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꽃식물이 지구상에 갑자기 출현해 짧은 시간에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를 알려줄 기대주로 꼽혀 왔다. 또한 암보렐라의 발견으로 인해 꽃식물의 조상은 육지에서 기원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런데 2002년 중국 베이징 북동부의 한 호수에서 약 1억25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꽃 화석’이 발견되면서 육생식물 기원설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꽃의 초기 형태로 보이는 생식기관을 지닌 이 꽃식물의 가지 사이에서 9마리의 물고기 화석이 함께 발견된 것.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꽃식물이 수생식물에서 기원했음을 의미했다.

수생식물 기원설 뒷받침하는 화석 발견

최근 꽃식물의 수생식물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화석이 발견됐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연구팀이 스페인 중부와 피레네 산맥 지역에서 발견한 이 화석은 약 1억3000만년 전인 백악기 초기에 존재했던 꽃식물로서 중국에서 발견된 것보다 500만년이나 이른 시기임이 밝혀졌다.

각 꽃마다 한 개의 씨앗을 지녔으며 암숫꽃이 분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꽃식물 화석 역시 수생식물이었다. 따라서 인디애나대학 연구팀은 초기의 꽃식물은 물속에서 번성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구에 처음 등장한 꽃의 기원이 육생식물인지 수생식물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꽃식물의 진화로 인해 인류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꽃식물은 당시 맛없고 질긴 식물만 먹고 살았던 초식공룡에겐 최상의 먹이였다. 공룡의 멸종 후에도 특유의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꽃식물은 더욱 화려한 꽃과 열매를 만들어 생태계를 다양화시켰다.

꽃으로 모여든 곤충을 먹고사는 포유동물이 풍부해졌으며, 수많은 열매가 달린 꽃나무 숲 덕분에 그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영장류가 출현했다. 영장류는 잘 익은 열매를 얻기 위해 색채와 입체감을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을 발달시켰으며, 그중 일부는 키 작은 꽃식물이 만든 초원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직립 보행을 시도했다.

이렇게 진화한 인류에게 꽃식물은 과일 뿐만 아니라 밀과 벼, 옥수수 등의 곡식과 좋은 건축자재를 제공했다. 만약 꽃이 없었다면 지구는 현재와 아주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며, 인류의 출현과 발전상도 장담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다산 정약용이 쓸모없는 꽃의 쓸모 있음을 갈파한 혜안에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물론 이에 대한 비유로 등장한 유실수 역시 꽃의 등장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