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밤샘 데이트 하는 날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39
오는 22일은 음력으로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다. 한가위 보름달과 더불어 가장 친숙한 보름달이 바로 정월대보름달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가위 보름달과 정월대보름달은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정월대보름달과 한가위 보름달의 차이
겨울에 뜨는 정월대보름달은 가을에 뜨는 추석 보름달에 비해 평균적으로 일찍 뜨고 늦게 진다. 그리고 두 달 중 더 높이 뜨는 것도 거의 정월 대보름달이다. 둥근 보름달은 지구를 기준으로 달이 태양의 정 반대편에 왔을 때 보이는 달이다. 하늘에서 해와 달은 거의 같은 길을 따라 움직이는데 이 길이 바로 황도다. 겨울에는 해가 낮게 뜨는 대신 그 반대편에 위치한 보름달이 높게 뜬다. 또한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대신 보름달은 일찍 뜨고 늦게 진다.
그렇다면 정월대보름달과 추석 보름달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보일까? 사실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달의 겉보기 크기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거리가 가까우면 크게 보이고 멀어지면 작게 보이는데 그것은 계절과는 무관한 현상이다. 올해의 경우 가장 크게 보이는 보름달은 11월 14일에 뜬다.
올해 정월대보름달은 서울을 기준으로 저녁 5시 55분 경에 떠서 그 다음날 새벽 7시 15분 경에 진다. 이 시간은 지평선이 완전히 트여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늦게 뜨고, 조금 일찍 진다. 이번 정월대보름달이 가장 둥글게 보이는 때는 새벽 3시 20분 경이다.
정월대보름의 세시풍습
정월대보름은 젊은 남녀들이 밤새 데이트 하면서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던 날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한양 4대문 안의 통행을 금지하는 제도가 있었다. 밤 10시경 종각의 종이 28번 울리면 인정(人定)이라고 해서 통행이 금지되었고, 새벽 4시가 되면 다시 종이 33번 울리면서 통행금지가 해제되는데 이것을 파루(罷漏)라고 했다. 1년에 딱 두 번,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날이 있었는데 바로 정월대보름과 사월초파일이 그날이었다.
정월대보름은 1년 중 세시풍속이 가장 많은 날 중 하루로 그 중 상당수가 보름달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만큼 정월 대보름달은 우리 민족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달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새해의 첫 보름달을 보면서 자신과 가족, 그리고 마을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했던 풍속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 날만큼은 나라에서도 통행금지를 해제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럼 정월대보름 풍속 중 달과 관련된 풍속들에 대해 알아보자.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풍속이 ‘달맞이’이다. 사람들은 남보다 먼저 달을 보는 것이 좋다고 믿었기 때문에 앞 다투어 산에 오르기도 했다. 달을 보고 위정자는 임금님과 국가의 안녕을, 농민은 풍년을, 처녀 총각은 좋은 배필을, 학생은 과거 급제를, 부모는 자녀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 것이다.
‘달집태우기’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솔가지와 나뭇더미로 만든 달집을 태우는 풍속이다. 여기에는 질병과 근심을 다 태워버리고 밝은 새해를 맞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 불길의 높이로 마을끼리 경쟁하기도 했는데 달집이 고루 잘 타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고 한다.
해가 있을 때 달이 뜨면 흉년일까?
보름달을 보며 점을 치는 ‘달점’이라는 풍속도 있다. 달점은 달의 빛깔과 뜨는 위치, 뜨는 시간으로 한 해의 농사를 점치는 것이다. 달이 뜰 때 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질 징조로 보았다. 달이 남쪽으로 치우쳐 뜨면 해변에 풍년이 들고, 북쪽으로 치우쳐 뜨면 산촌에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해석했다. 또한 올해처럼 해가 있을 때 달이 뜨면 흉년이 들고, 해가 지고 난 후에 달이 뜨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달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물론 정답은 ‘없다’이다. 달은 뜨거나 질 때 붉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평선 근처에 안개가 있거나 습도가 높으면 더 붉게 보인다. 이것은 빛의 산란과 관련된 문제이다. 정월대보름의 양력 날짜가 매년 바뀌고, 보름달이 완전히 둥근 상태에서 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뜨는 위치나 시간도 매년 다르다. 물론 그것은 지역과 무관한 현상이며, 농사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다.
달을 통해 삼신을 몸으로 받는 ‘삼신달받기’ 역시 정월대보름의 중요한 풍속이다. 삼신은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맡은 신으로 삼신할매라고도 한다. 달 모양의 변화주기(29.5일)가 여성의 월경주기와 비슷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여인들은 정월대보름 밤에 은밀히 달받기를 했다. 달받기는 여인들이 보름달을 향해 호흡을 멈추고 치마폭으로 달의 기운을 받는 것이다.
대보름 전날 수수깡을 갈라 그 속에 12개(윤년에는 13개)의 콩을 나란히 넣고 우물 속에 넣었다가 대보름날 새벽에 콩이 불은 모양을 보고 일 년의 농사 운을 보는 ‘달불이’ 풍속도 있었다.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콩이 불어 있으면 3월과 5월에 비가 많이 와서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다른 풍속은 어려워도 달맞이 정도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풍속이다. 이번 정월대보름 밤, 달맞이를 핑계 삼아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기 바란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6.02.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