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이용 ‘회춘시험’ 성공적
미국 12개 기관, 노인 대상 시험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요법을 실시한 결과 성(性) 능력과 걷기 능력, 심리적인 기분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됐다. 이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이 ‘현대판 불로초’ 역할을 할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를 비롯한 미국 내 12개 의료기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전체 7개의 ‘테스토스테론 임상시험’[The Testosterone Trials (TTrials)] 중 성기능(Sexual Function)과 신체기능(Physical Funtion), 활력(Vitality) 등 3개 분야의 임상시험을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최근 발표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사람이나 포유동물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고환이나 전립선 등의 남성 생식조직 발달을 비롯해 근육이나 골량, 체모의 성장과 같은 2차 성징을 나타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골다공증 예방 등 기본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보통 성인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성에 비해 7~8배 높지만 이 호르몬은 여성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서 분비가 잘 안돼 그에 따라 성기능 저하, 활력 감소 현상 등이 나타나므로 의학계에서는 노화 대책으로 이 수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성기능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신체능력도 향상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 요법이 대상 노인들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젊은이의 중간 정상(mid-normal) 정도로 올려 놓았으며, 성적 활기나 욕망, 발기력 등 모든 성기능이 증진됐다고 밝혔다.
6분간 멀리 걷기에서 신체능력 시험대상으로 등록된 사람들은 특별한 개선을 보이지 않았으나, TTrials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이 능력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치료를 받아 정력(energy)이 왕성해 지지는 않았으나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 증상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TTrials의 주 연구자인 펜실베이니아의대 내분비 및 당뇨 대사학부 피터 스나이더( Peter J. Snyder) 교수는 “이번 TTrials의 결과들은 처음으로 이 요법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명백하게 낮은 노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게 이 요법을 실시할 것인가의 여부는 인지기능과, 뼈, 심혈관계, 빈혈 등 다른 네 가지 주제의 임상시험 결과와 함께 이 요법에 따른 위험도를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5만명 중 790명 뽑아 12개 기관에서 임상시험
2003년에 의학연구원은 이 같은 요법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사람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는 증거가 불충분해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가 대규모 TTrials를 수행하는 계기가 됐다. TTrials는 다른 요인은 빼고 나이에 의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드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이 요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현재로선 이 분야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이다.
TTrials 연구진은 5만1085명의 노인 가운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고 조건에 부합하는 시험대상자 790명을 선발했다. 시험대상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일년 동안 매일 테스토스테론 젤을 복용하고 다른 그룹은 성분이 없는 위약(僞藥)을 복용했다. 그런 다음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마다 효과를 측정했다. 성기능 여부와 활력, 기분, 우울증상은 질문지로, 신체기능은 질문지와 6분 간의 멀리 걷기로 평가했다.
3개 임상시험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부작용과 전립선 관련 부작용은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사람이나 위약을 복용한 사람이나 모두 같았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요법의 위험성을 판단하기에는 대상자가 너무 적어 스나이더 교수는 “더욱 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TTrials에는 미국 내에서 예일의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의대, 하버드의대 부설 브리검 앤드 위민스 병원 등 12개 기관이 참여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2.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