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섬, 청산도 이야기
청산도는 인구 3천명에 해안선 길이가 42km로
완도에서 뱃길로 30분을 더 가야 하는 조그만 섬으로,
2007, 12, 1에 아시아 최초로,
'스로우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조용한 섬이다.
이때 신안군 증도, 담양군 삼지대 마을, 장흥군 반월마을 등 네곳이 '스로우 시티'로
지정되었고 그후 하동 평사리, 충남 예산군이 추가 지정되었다.
스로우 시티는 맥도날드와 같은 fast food가 자신들의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삶의 방식을 모두 "느리게"로 바꾸어 지역의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문화인
slow food를 지키려는 운동에서 시작했다.
처음 스로우 시티가 생긴 것은 1999년에 이탈리아 한 작은 도시 Greve in Chiantti
시장인 Paolo Saturmini가 자기 지역이 큰 도시와 거대자본에 예속되는 것을 막고
지역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 명소가 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 도시에는 백화점, 대형할인점, 자동차가 없다.
그 대신 평화와 고요 그리고 진정한 휴식이 찾아 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자연이 가진 찬란함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느리게 먹고 느리게 살기 운동으로 시작된 스로우 시티는
지역사회의 공동체정신을 이어가는 느림의 철학인 것이다.
최근 의학보고서에 의하면 천천히 음식을 꼭꼭 싶어 먹으면 체중증가를
막을 수 있고 음식에서 얻는 에너지를 완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동안 "느림"은 악덕으로 치부되어 왔다.
스로우 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로운 옛날의 농경시대로 돌아가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으로 전세계 17여개국에 120여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
청산도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 주는 곳으로 유명하며
퍽 시골스런 풍광에 깨끗한 공기와 한적한 분위기가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준다
이 섬에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불후의 명작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에서
유봉일이 의붓딸 송화(오정해 분)와 춤을 추면서
판소리를 5분 20초에 걸쳐 부르는 장면을 찍은 황톳길이 있다.
노아란 유채꽃 물결 사이로 이어지는 누런 황톳길,
아스라이 들려오는 흥겨운 노랫가락...
이 곳은 다른 시골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게 지고 가는 농부,
초가삼간 오막살이, 초분, 식량증산을 위해 만든 구들장 논, 다랭이 논 등
향토색 짙은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구들장 논은 구들을 깔듯 논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만든 논으로
해산물은 풍부했으나 논이 없어 쌀이 귀했던 시절에 흙이 부족한
섬마을 사람들이 한 줌의 흙마져 아껴 농사를 짓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들에게는 가난과 배고품을 이기려는 삶의 지혜였지만
이제는 스쳐가는 여행객에게는 그져 아름답고 전설어린 풍경이 되었다.
청산도에는 해수욕장이 많다.
일몰이 아름다운 지리해수욕장,
소나무 숲과 갯돌이 어울린 진산해수욕장,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쪽빛 바다가 2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신흥해수욕장 등이 있는데,
그 중 진산해수욕장은 해 뜨는 마을로써 부산 태종대처럼 모래 없이
공룡알 같은 갯돌 만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해변으로 발바닥에 닿는 둥굴 둥굴한
갯돌의 느낌이 모래사장과는 다른 묘한 전율을 느낄 수 있고 이 돌들이
파도에 쏠릴 때의 움직이는 소리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석양을 보며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보고
서서히 그리고 찬란히 사라져 가는 석양의 의미를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행복하고 평화롭고 느긋하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자연스럽게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음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쯤은 짬을 내서 고요한 곳에 홀로 머물면서
적게 먹고 몸과 말과 뜻을 억제하며
진정 가치있는 인생과 진리에 대하여 명상에 잠겨 보면 어떻까.
정신없이 달려가지 말고 잠시 멈추어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등산을 가거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자연의 풍경을 즐기고
울창한 숲 속의 새 소리와 개울가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얼굴에 와 닿는 바람과 촉촉하게 이슬 머금은 흙내도 맡으며
뭉게구름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그림을 즐겨 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從心所慾 不踰矩의 언덕을 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어 살아가며 자신을 더 알아가고
진정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책은 이제 속독할 필요가 없다.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천천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음미하면서 정독을 해야 한다.
우리가 제일 관심이 많은 돈과 건강에 대하여 성찰해 보면
한마디로 돈과 건강은 같은 것이다. 돈이 있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건강하다면 돈을 벌 수 있다.
돈은 살아 가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돈이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아니다.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런 저런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영국 왕실이
왜 그렇게 많은 문제에 시달릴까?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보다
제한된 수입 안에서 현명하게 지출하고 아끼며 쓰는 것이 더 좋다.
자식에게 물러줄 재산에 대하여 고민하고 갈등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죽기 전에 장례비용만 남겨 놓고,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쓰도록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처지에 맞게 인생을 즐기라는 뜻이다.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자녀들에게 남겨 줄 유산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맬 필요는 없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교육을 시켜 주었으면
자신이 알아서 생활을 꾸려 나가야 한다.
마치 예금주 처럼 필요할 때 우리를 찾아와 경제적 지원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다 쓰고 죽어라>의 저자 스테판 폴란은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 있는
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썼다"라고 유언장에 남겼다고 한다.
주위사람보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불평하지 말라.
시기와 질투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수명도 단축시킨다.
불평하는 대신 가지고 있는 얼마간의 돈이라도 즐길 준비를 하라.
약간의 돈으로도 즐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
친구들과 등산을 간다든지 공짜 지하철을 타고 춘천 닭갈비에 막걸리 한 잔을
하거나 온양온천에 가서 대중탕에서 온천욕을 하고 그곳의 맛집인
도가니탕을 즐기든지 병천에 내려 순대국을 먹으면 지루하지 않은 하루가 간다.
삶이 가르쳐 주는 바를 깨닫고
마침내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헛된 삶은 살지 않았구나 돌이켜 보며
미소 띤 얼굴로 갈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 아닐까?
이제는 느리게 살아야 한다.
사회전체 뿐만 아니라 세대전체가 "빨리 빨리"의 속도전 개념을 버리고
느리게 사는 지혜를 터득하여 내적충실과 질의 향상을
덕목으로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야 이제 사회의 주역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 있으니
서둘 일도 없지만 옛 어른들의 지혜를 젊은 사람에게
전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 해 보아야지 않을까?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매사에 대응하는 것이 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강원도 동강이나 하회마을을 끼고 도는 낙동강 처럼,
굽이 굽이 돌아가며 천천히 흐르는 강의 한가로움에
말할수 없는 애정을 느낀다.
수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 그들은 수세기를 이어 내려 오면서
천천히 자신들의 운명을 완성해 간다.
그것은 영원에 가까운 느림이다.
느림은 개인의 성격문제가 아니고 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이다.
즉 어느 한 기간을 정해 놓고서 그안에 모든것을 처리하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쫒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출은 용솟움 치며 순식간에 중천에 떠오른다.
그러나 석양은 잔잔히 흐르는 파도에 황금빛 물결을 안겨주며
아주 천천히 사라져 간다.
쥘듯 말듯 여운을 남기며 어둠은 서서히 드리운다.
淸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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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미팝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큰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미녀팝스타 올리비아 뉴튼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