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대신 이해하는 마음을 전해보자
어느 해 겨울, 시외버스를 타고 친적 집에 가는 길이었다. 어떤 지저분한 차림의 아저씨가 차에 올랐다. 제발 내 옆에만 앉지 마라, 앉지 마라 했건만, 덜컥 옆 좌석에 그 아저씨가 앉아버렸다. 앉자마자 좋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앞으로 두 시간을 이 아저씨 옆에 앉아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아저씨는 나한테 미안한지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난방 때문에 버스 안은 훈훈했지만 냄새가 날까봐 걱정되었던지 점퍼를 꽉 여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왠지 아저씨가 측은해 보였다. 우리 아빠도 늙어서 누군가 돌봐주지 못하면 냄새가 날 수도 있는데, 그런 아빠가 버스에 탔을 때 사람들이 같이 앉기를 싫어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같지만 우리 아빠라 생각하니, 그나마 처음보다는 역겨운 냄새가 참을 만했다. 나는 휴게소에 들렀을 때 음료수를 두 병 샀다. 그 아저씨에게 하나를 건네자 고맙게 잘 마시겠다며 한결 편한 자세로 앉았다. 간혹 버스나 지하철에서 물불 안 가리고 자리를 차지하는 아줌마를 보면 얄밉기도 했는데, 우리 엄마도 다리가 아프면 저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악취를 풍기는 아저씨든, 물불 안 가리고 자리를 찾는 극성스러운 아줌마든, 그 누가 되었든 내게 약간 불편을 준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욕하지 말자. 그들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수구 청소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는 가장의 모습일지 모르고, 하루 종일 식당일을 하며 자녀들의 학원비를 보태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들을 비난하고 업신여길 게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나눠보자. 어느 누구도 세상의 잣대로 비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자는 없다. 언젠가 내가 비난받을 입장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질하며 남을 비난하지 말고, 나머지 네 손가락도 마저 펴서 그들에게 내밀어보라. 당신의 손이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첫 번째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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