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탄생한 두부의 기원
콩이 지구를 살린다(8) 쏟은 소금으로 콩국이 젤로
단백질 식품인 두부는 맛 뿐만 아니라 영양 면에서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식품이다. 체내의 신진대사와 성장발육에 꼭 필요한 아미노산, 칼슘, 철분 등 무기질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콩 단백질인 글리시닌과 알부민 등을 응고시켜 만든 두부의 소화율은 콩의 소화율 65%보다 높은 95%에 달한다.
소화흡수율 콩보다 높은 95%
그래서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지만 고기 섭취로 인한 콜레스테롤 증가로 합병증이 우려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극 권할 만하며 두부의 원료가 되는 콩 속의 성분 덕분에 항암, 골다공증과 고혈압 예방, 그리고 콜레스테롤 감소 등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뛰어난 소화흡수율에도 불구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두부는 저칼로리면서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건강하게 마르고 싶은 사람에게 적당하다. 또한 두부의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면 두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중국에는 두부의 기원 및 역사에 대하여 여러 기록과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두부는 기원전 2세기 한무제 때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발견한 것으로 명나라의 ‘본초강목(本草綱目)’과 1870년 우리나라 황필수가 쓴 ‘명물기략(名物紀略’과 ‘재물보(才物譜)’ 등의 문헌에 나와 있다. 회남왕은 학문을 좋아하여 ‘회남왕만필술’ 이라는 자연 과학책을 엮었는데 그 가운데 두부 만드는 법을 기록해 놓았다.
유안은 한나라 유방의 손자로 왕위를 계승한 후 불로장생 방법을 모으던 중 옛날 신선들이 즐겨 먹었다는 두부를 맛보고 그 맛이 좋아 두부제조를 알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안휘성 회남에서는 유안의 생일인 9월15일에 두부문화제가 열린다.
실수로 소금을 쏟아 부었는데 콩국이 젤로 변해
그러나 저장성(浙江省) 일대에서는 락의(樂毅)라는 효자가 두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부모가 연로하여 이가 좋지 않아 콩을 못 씹는 것을 보고 락의는 콩을 부셔 가루로 만든 다음 먹기 쉽도록 콩국을 만들어드리고 있었다.
어느 날 콩국이 먹고 싶다는 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콩국을 끓이던 중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붓는 다는 것이 잘못하여 많은 양의 소금을 쏟아 붓고 말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솥 안을 들여보니 신기하게도 콩국이 젤 상태로 굳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콩국을 매번 끓일 필요가 없이 두부로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부모님께 드릴 수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전설을 넘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두부를 만들 때 응고를 시키기 위해 간수로 염화마그네슘이나 염화칼슘을 사용하는데 염화나트륨인 소금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것으로 알려진 강릉 초당두부는 독특한 자연의 맛을 내기 위해 지금도 간수로 1급 바닷물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식을 하지 않는 승려들을 위한 사찰음식으로 도입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두부가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다. 송나라와 원나라를 통해 들어온 두부는 주로 사찰음식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기를 먹지 않는 스님들이 두부를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았던 것.
임금이 죽어 산릉(임금의 무덤)에 모시게 되면 반드시 그 곁에 두부 만드는 사찰을 두어 제수를 관리하도록 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도 제수상에는 반드시 두부부침이 들어간다.
조선시대도 두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 14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박신생이 명나라 임금의 서한을 가지고 돌아왔다. 내용은 조선에서 보낸 궁녀들의 음식솜씨가 뛰어나고 특히 두부를 만들고 요리하는 솜씨가 절묘하여 앞으로도 두부를 잘 만드는 궁녀를 골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두부는 한·중·일 공통 음식이다. 요즘엔 미국 마트에서도 ‘토푸(tofu)’란 일본식 이름의 두부가 흔하게 판매된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영부인 시절 두부를 백악관 식탁에 자주 올렸다. 2002년에 상연된 영화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에서는 두부를 스펀지케이크인 줄 알고 먹는 장면이 나온다.
두부(豆腐)의 부(腐)는 ‘썩다’가 아니라 ‘연하다’는 의미
두부는 음식의 5미(五味)를 갖춘 식품으로 꼽힌다. 맛과 향이 좋고, 광택이 나며, 반듯하고, 먹기 간편하다. 한의학에선 두부가 원기를 북돋우고 비위(脾胃)를 고르게 하며 체액 분비를 촉진하고 열을 내리며, 독을 제거해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판두부 외에 처녀의 고운 손이 아니면 문드러진다는 연두부, 덩어리를 막 건져낸 순두부도 있다. 두부를 얇게 저며 두 번 튀기면 유부(油腐)가 된다. 두부(豆腐)의 ‘부(腐)’ ‘썩다’가 아니라 ‘연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의 취(臭)두부는 소금에 절여 오래 삭힌 일명 ‘썩은 두부’다.
감옥에서 출소하는 사람에게 두부를 주는 것은 우리만의 풍습이다. 예부터 관재(官災)가 있으면 액땜으로 두부를 먹었다. 영양 많고 소화도 잘되는 두부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흰 두부처럼 깨끗이 살라는 의미다.
작가 박완서는 색다르게 해석했다. “징역살이를 속된 말로 ‘콩밥을 먹는다’고 한다. 두부는 콩으로부터 풀려난 일종의 자유 상태이니, 다시는 옥살이를 하지 말라는 당부나 염원쯤이 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 김형근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hgkim54@naver.com
- 저작권자 2016.03.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