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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요리에 레몬 필요한 이유

대한인 2016. 5. 3. 05:27

일식 요리에 레몬 필요한 이유

안종주의 사이언스 푸드(11)

향기가 나지 않는 꽃이 있고 향기를 풀풀 내는 꽃이 있다. 꽃 가운데도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정말 황홀한 내음을 솔솔 내는 꽃도 있다. 아직 꽃이 지지 않은 마당의  라일락은 황홀한 꽃향기를 선물하고 있다. 또 어디선가 씨앗이 날라 와 우리 집 가족이 된 찔레나무도 조금만 더 있으면 하얀 꽃에서 달콤한 냄새를 피울 것이다.

음식과 식재료도 꽃 못지않게 다양한 냄새를 낸다. 냄새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차가 커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생선의 비린내를 조금만 맡아도 코를 막는 사람이 있지만 이런 비린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멍게는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이란 화학물질이 내는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 위키미디어

멍게는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이란 화학물질이 내는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 위키미디어



일 년에 한두 차례 통영에 갈 때면 멍게비빔밥을 즐긴다. 애초 이름은 우렁쉥이였으나 사람들이 멍게란 말을 하도 많이 사용해 지금은 둘 다 표준말이 된 멍게는 특유의 향을 낸다. 어떤 이들은 글리코겐 함량이 많아 영양가도 있고 별미를 맛보게 해주는 멍게를 이 향 때문에 마다하지만 멍게 향 마니아들도 있다. 멍게 향은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cynthiol)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에 난다.

해조류도 멍게와 같은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엇갈린다. 해조류 가운데 미역, 다시마가 속한 갈조류는 테르펜(terpene) 계통의 물질 때문에 독특한 내음을 낸다. 파래, 청각 등의 녹조류와 김, 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도 특유의 냄새를 내는데 이는 이들 속에 있는 황(黃)함유화합물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인 다수가 좋아하는 편인 김의 독특한 향은 다이메틸설파이드(dimethylsulfide)에 의한 것이다.

멍게나 해조류보다 생선에서 나오는 비릿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특히 충북 등 내륙 지방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가운데 이런 부류가 많다. 이들은 생선회는 물론이고 생선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아예 먹지 못하기도 한다.

생선의 비린내는 강이나 호수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 모두에서 난다. 하지만 담수어와 해수어에서 나는 비린내는 그 원인물질이 서로 차이가 있다. 담수어의 주성분은 피페리딘(piperidine)계 화합물이다. 이 피페리딘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섞이면 민물고기와 친숙한 이들에게는 신선한 담수어 냄새가 난다. 하지만 물고기 피부 점막에는 델타아미노발레르산(δ-aminovaleric acid)이 있어 이 물질은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강한 비린내를 낸다.


횟집의 생선회에는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얇게 쓴 레몬이 함께 나온다.  ⓒ 위키미디어

횟집의 생선회에는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얇게 쓴 레몬이 함께 나온다. ⓒ 위키미디어


바닷물고기는 민물고기에는 거의 없는 트리메틸아민산화물, 즉 TMOA(trimethylamine oxide)란 화합물이 있어 강한 비린내의 원인이 된다. 이 물질은 생선뿐만 아니라 해파리, 말미잘 등 강장동물, 성게 등의 극피동물, 오징어, 문어 등의 연체동물, 새우, 게 등의 갑각류에도 존재한다.

이 물질은 생선 피부에 달라붙어 있는 환원세균이 내는 트리메틸아민산화물 환원효소 또는 글루타티온(glutathione)에 의해 쉽게 환원돼 냄새가 강한 트리메틸아민이 된다. 트리메틸아민산화물은 열을 가하는 조리를 하게 되면 메틸아민으로 분해된다.

오래된 물고기는 단순 비린내를 넘어 매우 불쾌한 냄새가 난다. 물고기의 기름성분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패하고 물고기 표면의 세균 증식이 급증하면서 암모니아, 인돌, 스카톨, 메틸머캅탄, 황화수소 등의 악취를 내는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물고기는 요리 재료로 고르지 말아야 한다. 물고기는 하루나 이틀 뒤에 조리해 먹을 경우 냉장보관해도 괜찮지만 1주일 이상 두고 먹으려 할 경우 곧바로 급속 냉동해야만 한다.

생선이 비린내 난다고 기피한다면 그것은 맛과 영양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냄새를 없애거나 덜 나게 하는 조리법을 알면 생선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비린내의 특성을 잘 알면 비린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선 비린내의 주범인 트리메틸아민은 물에 잘 녹는다. 또 생선에서 나는 암모니아계통의 냄새도 물에 잘 녹는다. 물에 잘 씻거나 조금 담가 놓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린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초나 레몬즙 등 산을 첨가하면 비린내 성분이 중화돼 냄새가 약해진다. 일식집에 가면 회에 얇게 쓴 레몬이 곁들여 나오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생선을 굽거나 조릴 때 술이나 미림 등을 약간 넣어도 좋다. 술 등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이 휘발할 때 비린내 성분과 깍지를 끼고 함께 휘발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서양요리에서는 생선을 조리하기 전에 우우에 담가두는 지혜를 지니고 있다. 우유에는 카세인(casein)이란 단백질 성분이 많이 있는데 이 성분이 냄새 성분을 흡착하기 때문에 우유에 담가둔 생선은 비린내 걱정을 없애준다.

우리는 생선 비린내를 잡기 위해 된장이나 고추장을 조리에 즐겨 사용한다. 이들 발효식품은 특유의 풍미도 있지만 강한 흡착성을 가지고 있어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데도 효과 만점의 ‘냄새잡이’들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전략도 비린내 제거 작전에 자주 동원된다. 비린내 못지않게 매우 강한 향을 내는 파, 겨자, 후추, 고수, 고추, 마늘 등의 향신료를 생선 요리 때 때 사용하면 우리 몸의 미각과 후각이 비린내를 덜 감지하도록 만든다. 비린내 무서워서 생선을 기피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

  • 안종주 과학저술가
  • 저작권자 2016.04.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