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자이고 싶다
박영숙(영)
하늘 끝에 걸어둔 그리움 싣고서
환한 달빛이 창문 열고 들어와
헐벗은
내 가슴을 미친 듯이 휘감아 올 때면
꽃처럼
고운 눈 속을 마주 덜어다 보며
포도송이 같은 방 마다 촛불을 켜놓고
황홀한 포옹과 꿈 같은 언약을
알알이 가슴에 새기고 싶은
그냥 여자이고 싶다.
복숭아 빛 가슴이 얼비쳐 보이도록
곡선위로 흘러 내리는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걸치고
백두대간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을
승천하는 용머리 위에 올려놓고서
기도처럼 조용히
아늑한 사랑 속에 파 묻히고 싶은
그냥 여자이고 싶다.
때때로
일상의 생활에서 뛰쳐나와
찌든 때를 훨~훨 벗어버리고
무대 위를 걸어 나오듯
행복한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그냥 여자이고 싶다.
아니, 아니,
멋진 드레스가 아니라도
무대 위를 걸어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라도
그대 앞에 설 때만은
엄마도 아니고,아내도 아니고
그대를 처음 만나던
그날의 그 여자같이 매력적인
그냥
그냥 여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