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복날, 왜 개한테 화풀이?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오는 일요일인 7월 17일은 제헌절이자 초복이다. 초복은 절기상 작은 더위를 뜻하는 소서(小暑)와 큰 더위를 뜻하는 대서(大暑) 사이에 오는 날로 한 여름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복날에는 몸을 보양하기 위해 삼계탕이나 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다. 물론 몸에 좋다고 알려진 혐오 식품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복날은 어떻게 정해지고, 그 이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왜 생겼을까? 복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개를 제물로 삼아 제사를 지내던 중국 풍습에서 비롯
복날은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까지 세 번으로 이를 합해 삼복이라고 부른다. 초복과 중복 사이는 열흘 간격이고, 중복과 말복은 열흘 또는 이십일 간격이다. 복날에 들어가는 한자 복(伏)은 ‘사람이 개처럼 엎드리다’는 뜻으로 복날은 너무 더워서 움직이기 힘든 날, 또는 만물이 더위에 굴복하는 날로도 해석된다. 복(伏)자에 개를 뜻하는 견(犬)자가 있어서 이날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생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한 여름에 땅의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개를 제물로 삼아 제사를 지내던 중국 풍습에서 복날이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개를 희생물로 삼았기 때문에 개를 먹는 풍습이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복날과 무관하게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수천 년 전부터 있었고, 그에 대한 반대 역시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서양에서도 가장 더운 날을 ‘개의 날(The dog’s day)‘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개의 별(The dog’s star)’로 불린 큰개자리의 으뜸별 시리우스가 한 낮에 태양 근처에 있어서 더욱 더워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시리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실크로드를 타고 잘못 전해져서 우리나라의 복날이 개와 관련된 날이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 볼 수 있다. 개 때문에 더워진 날, 그 화풀이를 개한테 하는 것은 아닐까!
복날이 정해지는 원리
복날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24절기가 음력이 아니라 양력으로 정해지는 것처럼 복날의 기준도 양력이다. 복날이 정해지는 원리를 알기위해서는 먼저 일진(日辰)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진은 간지(干支)를 날짜에 배당한 것이다. 간지는 음양오행설에서 나온 것으로 하늘을 십간(十干),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나누고, 땅을 십이지(十二支), 즉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나눈 것을 차례로 배열한 것이다. 십간과 십이지를 차례로 배열하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계해까지 60개의 간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60갑자라고 한다.
일진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기원전 10세기 이전이고,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도 삼국시대 이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은 모두 같은 일진을 쓰고 있다. 고대에는 일진을 바탕으로 하루하루의 운세와 만물의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일진은 그대로 전해지고 있고, 복날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초복의 기준은 하지부터 세 번째 오는 경일(京日), 즉 일진이 경(京)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경일은 십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열흘마다 반복된다. 하지는 매년 6월 21일이나 22일경이다. 따라서 세 번째 경일은 하지부터 20일에서 29일 후에 오게 된다. 하지가 경일이면 20일후, 하지 전날이 경일이면 29일 후로 7월 11일에서 21일 사이에 해당한다. 중복은 초복에서 열흘 후, 즉 하지 이후 네 번째 경일로 7월 21일에서 31일 사이이다.
말복은 중복에서 열흘이나 이십일 후이다. 말복을 정하는 기준은 입추부터 첫 번째 오는 경일이다. 만약 중복에서 열흘 이내에 입추가 들어있지 않으면 이십 일 후가 말복이 되는 것이다. 입추는 보통 8월 7일이나 8일 경이기 때문에 말복은 8월 7일에서 17일 사이에 오게 된다.
올해는 초복이 7월 17일이기 때문에 중복은 10일 후인 7월 27일이다. 중복에서 다시 10일을 더하면 8월 6일(7월은 31일까지 있다)인데, 올해는 입추가 8월 7일이기 때문에 다시 10일을 더한 8월 16일이 말복이 된다.
세차
간지는 날짜에만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년(年)이나 월(月), 시(時)에도 배정한다. 그 중 해에 배정하는 간지를 세차(歲次)라고 부르는데 올해를 병신년(丙申年)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세차를 정하는 방식은 무척 간단하다. 매년 간지가 하나씩 증가하기 때문에 올해가 병신년이면 2017년은 다음 간지인 정유년이 된다.
일진은 매일 매일 하나씩 증가하기 때문에 세차처럼 직관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렵고, 예로부터 전해지는 달력인 만세력이라는 것을 보아야만 알 수 있다. 결국 복날은 만세력을 참고하여 하지부터 날짜를 세어 정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 복잡한 작업을 직접 하거나 이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냥 7월 중순에 초복이 오고, 그로부터 열흘 후에 중복, 다시 열흘 후에 말복이 오는데 그 날짜가 입추 전이면 이십 일 후에 말복이 온다는 정도만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몸보신을 핑계 삼아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된다. 물론 가급적 혐오 식품은 피하기 바란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6.07.1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