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투리열매 열리지 않는 만년콩
멸종 위기 식물(80)
일본 쓰시마 섬은 부산과 가까이 있어 우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식물 연구가들에게도 좋은 학습 장소가 되는데, 오염되지 않은 많은 산지가 있고 이곳에 독특한 식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보다 훨씬 높은 위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제주도에는 살지 않는 아열대 식물들이 자라는 것도 특이한데, 쓰시마로 흘러드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흑산도와 제주도에 몇몇 개체만이 자라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초령목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제주도에만 자라는 빌레나무도 큰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멸종되어 버린 탐라란, 콩짜개난, 차걸이난이 흔하고, 최근에야 우리나라 자생 사실이 알려지고 있는 신안새우난초나 다도새우난초도 간간이 발견된다. 남해안 섬에 드물게 자라는 자리공이 지천으로 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그밖에도 희귀한 남방계 상록 양치식물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희귀식물이지만 쓰시마 섬에는 흔해
몇 해 전 쓰시마 섬의 한 산에서 식물을 탐사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희귀한 식물이 그곳 원시림 숲 속에서는 흔하게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드리 상록수가 들어찬 숲 아래에서 열매를 달고 있는 만년콩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었다.
만년콩은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에야 처음 발견되었는데 개체수가 아주 적은 희귀한 식물이기 때문에 발견이 그만큼 늦은 것이었다. 이후 정밀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제주도 서귀포시의 돈내코계곡과 강정천에만 분포하며, 개체수가 20개 이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년콩(Euchresta japonica Hook. f. ex Regel, 콩과)은 상록 작은 떨기나무이다. 줄기는 높이 30-60cm이며, 밑부분이 비스듬히 눕고,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 잎 3장 또는 드물게 5장으로 이루어진 겹잎이다. 작은 잎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으로 길이 5-8cm, 너비 3-5cm이며, 가죽질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앞면은 짙은 녹색이며 털이 없고, 뒷면은 연한 갈색 털이 있으며 흰빛이 돈다. 잎자루는 길이 4-5cm이다.
꽃은 6-7월에 여러 개가 어긋나게 달려 길이 6-10cm의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흰색이고, 길이 1cm쯤이다. 꽃대는 길이 3-6cm, 꽃자루는 길이 5-7mm이다. 꽃받침잎은 5개의 톱니와 더불어 잔털이 있다. 열매는 육질 핵과처럼 보이는 협과이며 익어도 벌어지지 않고, 타원형으로 길이 1.5-2.0cm, 지름 1cm, 겨울에 검게 익는다. 열매 속에 씨가 1개씩 들어 있다.
만년콩은 독일 식물학자 레겔(E. A. von Regel, 1815-1892)이 1865년에 신종으로 발표하였는데, 영국 식물 채집가 올드햄(R. Oldham, 1837-1864)이 1862년 나가사키 부근에서 채집한 표본 등 몇 개의 일본산(産) 표본을 근거로 하였다.
신종의 증거가 된 표본이 채집된 일본에서는 비교적 널리 분포하는데, 혼슈의 관동지방 남부 서쪽부터 시코쿠와 큐슈에 걸쳐 분포한다. 개체수도 많아서 멸종위기종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에는 광둥성, 광시성, 구이저우성, 후난성, 장쑤성, 쓰촨성, 저장성 등 남부 지역에 분포하지만, 개체수가 적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생지 보호시설, 인공증식에 힘 써야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계곡과 호근동 강정천 상류 지역의 해발 200-300m에 분포하고 있다. 공중습도가 높은 구실잣밤나무 숲 속의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데, 돈내코계곡에는 5군데 정도에 1-2개체씩 산발적으로 생육하고 있으며, 강정천에는 한 곳에 생육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생육지에서 열매를 맺을 정도로 성숙한 개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만년콩 개체수는 20여 개 남짓이다. 사람 출입이 잦은 계곡에 생육하고 있기 때문에 훼손될 위험이 높고, 더욱이 희귀성과 관상가치 때문에 채취 압력도 높다. 보호펜스 등을 설치하여 자생지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종자 발아나 조직배양을 통한 인공증식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부는 1998년 법정보호식물로 지정한 이래, 2005년부터는 멸종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판단해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상향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보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6.07.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