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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양은냄비에 끓이는 이유

대한인 2016. 8. 5. 04:23

라면을 양은냄비에 끓이는 이유

안종주의 사이언스 푸드(22)


우리는 무더위가 지속되면 가마솥더위, 찜통더위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요즘이 이런 말을 쓰기에 딱 어울린다. 여름철에 열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여름에는 뜨거운 커피보다 냉커피를 더 많이 찾는다. ‘더위야 물렀거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맹더위에 열과 음식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요리의 대가들은 열을 잘 다룬다. 제대로 된 음식점에 가면 따뜻한 요리는 따뜻한 용기나 그릇에 담아낸다. 또 음식이 쉬 차가워져 맛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온이 잘 되는 용기에 담아 내놓기도 한다.

전도 대류 복사, 열의 세가지 성질을 이용한 요리법

중·고등학교 물리(물상) 시간 때 열의 이동 방식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열은 전도, 대류, 복사라는 세 가지 이동 형식을 취한다. 음식점에 가서 찌개나 불판 위에 국자나 알루미늄(쇠)젓가락을 올려놓고 있다 음식을 먹기 위해 나중에 집으려 하는 순간 손잡이 부분이 뜨거워서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삼겹살 등 고기와 생선 따위를 굽는 요리에 가장 많아 사용하는 프라이 팬. 열의 전도 현상을 이용한 대표적 조리 도구이다.  ⓒ 위키미디어

삼겹살 등 고기와 생선 따위를 굽는 요리에 가장 많아 사용하는 프라이 팬. 열의 전도 현상을 이용한 대표적 조리 도구이다. ⓒ 위키미디어



이는 잠시 열의 전도(傳導, conduction) 현상을 깜빡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주걱이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금속은 다른 재질에 견줘 열전도율이 매우 높다. 금속 가운데 열전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은이며 이어 구리, 알루미늄, 철순이다. 공기는 전도율이 매우 낮다.

햄버거 패티는 두꺼운 목살이나 등심보다 속까지 열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패티는 잘게 썬 고기가 뭉쳐져 있어 속은 공기로 채워진 빈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겉 부분이 충분히 익었다고 생각하고 먹는데 종종 속은 완전히 익지 않은 경우가 있다. 만약 그 속에 병원성 세균이 있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과거 미국 등에서 쇠고기 햄버거를 먹고 O-157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에 걸린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빨리 음식을 가열하거나 끓이고 싶다면 열전도열이 높은 금속 용기나 조리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라면집에서는 종종 양은냄비를 사용한다. 양은(洋銀)은 구리에 아연 15∼30%, 니켈 10∼20% 넣은 합금으로 비교적 값싸고 열전도율도 높아서 조리 도구로 즐겨 사용한다. 빨리 라면을 끓여주어야 손님을 계속 받을 수 있는 회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냄비라면은 성미 급한 손님이 재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라면을 빨리 내어놓을 수 있게 해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조리사가 아닌 양은냄비가 해내고 있다.

하지만 양은냄비는 열을 밖으로 잘 발산해 쉬 식는다. 이는 강점이자 약점이다. 만약 뜨겁게 만들어 내어놓은 요리가 빨리 식기를 바란다면 냄비에 그대로 담아주는 것이 좋지만 거꾸로 오랫동안 식지 않고 손님이 따뜻한 음식을 먹도록 위해서는 열전도율이 낮은 그릇에 다시 담아내는 것이 좋다.

수프는 50~60도로 식혀 손님에게 내놓는다

요리사는 전도와 함께 대류(對流, convection) 현상도 잘 알아야 한다. 대류는 열을 받은 부분의 부피가 늘어나 밀도가 낮아져 가벼워진 것이 위로 떠오르고 아직 데워지지 않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을 말한다. 물이나 수용액을 끓일 때 일어난다. 요리에서는 찌개나 국, 죽, 수프 등을 끓일 때 나타나는 과학 현상이다.

고급서양음식점에 가면 주요리에 앞서 수프가 나온다. 이때 100도에 가까운 펄펄 끓는 수프가 나오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식혀 50~60도 가량 되는 수프를 내놓는다. 수프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이 3~5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이 정도 시간이면 수프가 차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90도에 가까운 수프를 내놓는다면 20분이 지나야 60도로 내려가 먹을 수 있다.

수프나 죽처럼 점도가 높아 끈적끈적한 액체는 표면이 식어도 그 아래쪽은 쉬 식지 않는다. 공기와 접촉해 식으려면 위아래가 바뀌어야 하는데 대류 현상이 약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는다. 사람이 일부러 위아래가 바뀌도록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뜨거운 죽을 빨리 먹고 싶으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설렁탕이나 곰국, 맑은 장국, 된장국 등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고 8~10분이면 80도에서 50~60도로 내려간다.

음식 솜씨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복사(輻射, radiation)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복사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열에 의해 들떠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열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공기나 고체 등 매질을 거치지도 않고 열이 전달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벽난로 근처에 가서 난로를 건드리지 않아도 난로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복사를 통해 열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두툼한 생선이나 두꺼운 고기 덩어리를 불에 직접 구울 경우(직화구이) 겉은 시커멓게 타고 속은 완전히 익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열이 직접 전도되는 것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 또는 가스 오븐이나 금속 프라이팬을 사용하게 되면 조리할 음식이 열에 직접 닿지 않고 열을 흡수한 금속이 복사열을 내기 때문에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수프나 죽은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은 국에 견줘 대류 현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식는데 더 시간이 걸린다. ⓒ 위키미디어

수프나 죽은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은 국에 견줘 대류 현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식는데 더 시간이 걸린다. ⓒ 위키미디어


이러한 세 가지 방식이 열을 이용한 전통적 조리 방식이라면 마이크로오븐, 즉 전자레인지는 현대 과학이 인간에게 선물로 준 제 4의 가열 방식이다. 마이크로웨이브, 즉 극초단파는 공기, 물, 진공 등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조리는 열 전달매체가 필요 없어 어느 형태의 열원보다도 신속하게 열을 전달해 가장 빨리 조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일반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전문 요리사들도 이를 활용해 조리를 한다.

  • 안종주 과학저술가
  • 저작권자 2016.08.0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