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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응봉산과 덕구온천

대한인 2016. 8. 8. 05:06
울진 응봉산과 덕구온천
응봉산 중간쯤에 있는 원탕. 산행을 마친 등산객이 더운 김이 물씬 피어나는 자연용출 온천수로 목을 축이고 있다.
덕구온천의 노천탕. 뜨끈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응봉산 자락의 숲을 바라보는 정취가 그만이다.
겨울 산행과 온천욕. 추운 날씨에 산에는 뭣 하러 가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행의 고수들은 넉넉한 여백의 미를 맘껏 누릴 수 있는 한적한 겨울 산행을 더 즐긴다.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들을 벗겨 낸 굴곡 있는 산의 민낯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이 주는 억압과 허식에서 벗어난 듯한 해방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하산 후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세상 시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특히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 때 뜨거운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바깥 공기에 얼굴을 내맡기면 어느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금강송과 12개 세계의 다리

울진 응봉산(해발 998.5m) 덕구계곡을 오른다. 겨울산에선 알싸한 박하향이 느껴진다. 겨울산의 매력은 텅 빔과 차갑도록 한가한 무심이다. 이는 과감한 생략에서 비롯된다. 상수리나무를 비롯해 졸참`굴참`갈참나무 등 참나무가 나뭇잎을 내려놓고 단순한 풍경만 남았다. 나목(裸木)은 마음을 비우고 묵언 참선하는 스님을 닮았다. 이 때문에 겨울이면 덕구계곡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겨울에 계곡을 찾는 이유다.

덕구계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또 있다. ‘금강송’이 있기 때문이다. 목질이 금강석처럼 단단해 예부터 궁궐을 짓는 데 쓰였던 귀한 나무다. 껍질이 붉어 ‘적송’, 줄기가 매끈하게 뻗어 ‘미인송’이라고도 불린다. 하늘을 찌를 듯 반듯하게 자란 금강송은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활엽수의 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붉은빛이 감도는 금강송은 겨울 계곡의 풍경을 한결 기품 있게,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온천수가 솟는 원탕까지 큰 오르막이 없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덕구계곡에선 흥미로운 모양의 다리 12개를 만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시작으로 서울 서강대교, 프랑스 노르망디교, 호주 시드니 하버브리지, 독일 뒤셀도르프 크네이크교, 스위스 모토웨이교, 스페인 알라밀로교, 경복궁 취향교, 불국사 청운`백운교, 영국 트리니티교, 일본 도마에가와교, 중국 장제이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리의 축소판이 계곡 사이를 잇고 있다.

20여 분쯤 오르면 덕구계곡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는 20~30m 높이의 용소폭포가 웅장함을 드러낸다. 겨울인데도 얼음 밑으로 물이 흐른다. 용이 되기를 수백 년 기다린 이무기가 산신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승천했다는 전설을 가진 곳이다. 이무기가 훑고 간 듯 소(沼)와 폭포가 절경이다. 폭포 위쪽으로 크네이크교가 가로지르고 있다.

트리니티교를 지나면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나는 ‘연리지’가 나온다. 쉼터도 있고 돌탑에 돌을 얹어 소원도 빌어본다. 효자샘도 있다. 옛날 한 효자가 이 샘의 물로 중병을 앓던 어머니를 살려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샘이다. 유난히 맑고 시원한 물이 목젖을 타고 달디달게 넘어간다.

원탕에 도착하면, 암반석 사이에서 2m 정도 높이로 치솟는 뜨거운 온천물을 바가지로 받아 한 모금 마시니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가신다. 원탕 옆에 마련된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겨울산을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원탕까지 왕복 4㎞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

덕구온천 노천탕은 그런 ‘로망’을 가능하게 한다. 트레킹 뒤 뜨끈뜨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부드러운 물살이 온몸을 감싸자 팽팽했던 일상의 긴장과 여독이 녹아내린다. 피부와 마음에 와 닿는 한기가 심할수록 더 상쾌하게 느껴진다.

응봉산 중턱에 있는 덕구온천 원탕은 온천공을 따로 뚫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용출수가 지표면으로 솟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이다. 칼륨`칼슘`중탄산나트륨, 라듐 등의 성분이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하루 2천t씩 솟아난다. 노천탕은 원탕을 산 아래에 재현한 것이다. 원탕에서 솟아난 온천수는 4㎞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천탕에 공급된다. 42.4℃의 온천수는 데우거나 식힐 필요가 없어 그대로 사용한다.

덕구온천은 실내 온천탕과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현대식 기포욕, 보디 마사지 등을 갖춘 테라쿠아가 수(水)치료 전용 풀이라면 미끄럼틀, 수영장 등이 있는 액션 스파는 물놀이가 가능한 공간이다. 실내에서 몸을 따뜻하게 데운 뒤 노천에서 즐기는 온천욕은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편백나무 정자의 히노키탕이나 재스민과 레몬 향이 피어나는 작고 아담한 탕에 몸을 담그면 머릿속까지 맑아진다. 눈이라도 내리면 코끝을 스치는 겨울바람의 상쾌함과 온천욕의 운치는 절정에 달한다.

◇귀갓길 동해 들러 대게 맛투어

◆여행 팁=동해안은 요즘 대게가 제철이다. 대게 다리마다 살이 포실포실하게 꽉 들어찼다. 갈 때나 돌아올 때 어느 식당이든 들르면 대게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 바다는 덤이다. 사람은 없지만, 갈매기 날고 파도 치는 겨울 바다는 운치가 있다.

글 사진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기사 작성일 : 2015년 0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