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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급수대 주상절리’

대한인 2016. 8. 10. 04:29

[지질명소로 떠나는 여행 .12] 주왕산

‘급수대 주상절리’

  • 류혜숙객원기자 박관영기자 이지용기자 전임길 객원기자
  •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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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하는 벼랑…상처 투성이 함선의 뱃머리 같다

무인기 드론으로 촬영한 주왕산 급수대. 하늘을 향해 불쑥 솟구친 바위의 모습이 전진하는 대함선의 뱃머리처럼 웅장하다. 급수대 표면에는 사각형, 육각형 등 다각형의 주상절리가 가득하다. 급수대 주상절리는 수직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옆에서 보면 마치 기둥들이 줄 선 모습처럼 보인다<작은 사진>.
거대한 것이 온다, 천천히. 나뭇잎 타고 대양을 떠돌다 느닷없이 맞닥뜨린 대함선의 뱃머리 같다. 벼락과 같은 마주침이다. ‘북북서로 나아가라’고 고함치는 것 같다. 천둥의 목소리다. 하늘을 벼리며 선 형상은 함장의 눈초리처럼 매운데, 그 피부는 늙은 코끼리의 가죽 같고 대왕고래의 목주름 같다. 의연히 압도하는 벼랑이다.

#1. 물 길어 올리던 봉우리, 급수대

주왕산 주방계곡을 따라 오른다. 계류는 순하게 흐르고 길도 순하다. 수억 개의 초록 이파리들이 살랑대는 순순한 길, 그 주억대는 고갯짓 사이로 저 큰 벼랑이 어린다. 깜빡이는 찰나마다 환영인가 싶다. 그러자 얄랑거리는 것들 다 물리고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북두성을 향해 나아가는 함선의 현두처럼 솟구친 단애, 급수대(汲水臺)다.

옛날에는 급수봉(汲水峯) 또는 격수암(激水巖), 혹은 길고암(桔巖)이라고도 했다. 모두 물과 관계있는데, 이름의 유래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37대 왕인 선덕여왕은 후손이 없었다. 이에 무열왕의 6세 손인 김주원이 차기 왕으로 추대된다. 궁으로 향하던 그가 홍수를 만나자 상대등 김경신은 한발 앞서 입궐해 왕좌를 차지해 버린다. 곧 김주원을 지지하던 귀족들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에 이르렀고, 위험을 느낀 그는 주왕산으로 피신해 들어온다. 그는 절벽 위에 대궐을 짓고 식수를 얻기 위해 두레박으로 계곡의 물을 퍼올렸다. 그가 물을 길어올렸던 벼랑이 바로 급수대다.


전설 간직한 급수대
주왕산으로 피신한 신라왕족 김주원
절벽 위에 대궐 짓고 식수 퍼올린 곳

화산재 엉겨붙어 식은 응회암 덩어리
표면 수축으로 다각형 수직절리 이뤄

급수대 밑동 ‘천둥알’
화산재 숨은열에 상태가 변질된 광물
규산염이 포도알처럼 촘촘하게 박혀



급수대 꼭대기에서 쇠줄에 쇠 두레박을 매달고 수직으로 내렸다 한다. 한 사람이 두레박에 매달려 내려와 물을 길었다 한다. 주왕산 유람기를 남긴 옛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설을 전하면서도 ‘어찌 다 믿겠는가’ 하고 스스로 검열한다. 그러나 저것은 쇠줄 드리웠던 자국, 쇠 두레박이 데룽데룽 오르내리며 할퀸 생채기 아닌가? 현대의 지질학은 그것을 주상절리라 한다. 급수대 표면에는 주상절리가 가득하다.

#2. 다양한 방향을 보이는 절리

급수대는 뜨거운 화산재가 치밀하게 엉겨 붙어 차갑게 식은 응회암 덩어리다. 중생대 말, 남동동쪽 어딘가에서 수차례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 300℃에서 800℃에 이르는 끈적끈적한 화산재가 흘러내려와 쌓이고 쌓였고 굳어지고 굳어져 주왕산이 되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응회암 덩어리는 골로, 봉우리로, 단애로 조각되었다. 조각된 모습으로 응회암은 산 가슴 전체를 차지하고 있고, 급수대는 그 한 조각이다.

고온의 화산암이 냉각될 때는 표면이 먼저 식으면서 수축한다. 수축에 의해 틈이 생긴다. 절리다. 수축이 일어나면 틈들은 서로 만나 육각형 패턴의 절리를 이루는데, 절리는 수직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옆에서 보면 마치 기둥들이 줄 선 모습으로 보인다. 주상절리다. 이것은 매우 도식적인 이야기다. 온도나 습도가 마냥 같지 않고 지진이나 산사태와 같은 진동도 일어나며 암석 자체의 성분이나 점성의 차이도 있다. 때문에 수축은 고르지 않다. 넓적한 육각형도 생겨나고, 찌그러진 육각형도 생겨나고, 성마르게 오각형, 사각형이 되기도 하고 나긋하게 칠각, 팔각이 되기도 한다.

급수대의 표면에는 사각형, 육각형 등 다각형의 주상절리가 가득하다. 환경의 변화를 겪었다는 공표다. 또한 직경이 큰 주상절리대와 직경이 작은 주상절리대들이 띠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직경을 가진 영역들이 서로 겹쳐진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먼 옛날 이곳에 쌓인 고온의 화산재가 짧은 주기를 가지고 여러 번 분출했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독립적인 냉각과정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3. 천둥알을 찾아라

급수대를 가장 상세히 볼 수 있는 곳은 자하교에서 시루교(학소대)까지 연결되어 있는 약 1㎞의 ‘자연관찰로’에서다. 한 사람이 발 디딜 만한 좁은 오솔길을 가다 보면 급수대 밑동에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는 절리들을 볼 수 있다. 상수리나무의 표피 같고 첩첩 산골의 너와지붕 같다. 그 위로 단애의 우듬지를 향해 대왕고래의 목주름 같은 절리들이 선명하다. 바위 면에서는 화산 폭발의 분출물 중 물에 뜰 만큼 가벼운 부석의 파편들이 용결, 변형된 피아메도 쉽게 발견된다. 암회색의 온전한 피아메도 있지만 풍화되어 빠져나간 흔적이 보다 우세하다.

자연 관찰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천둥알(thunder egg)이다. 천둥알은 화산재의 높은 잠열 때문에 생긴 열 변질 광물을 말한다. 잠열은 온도의 상승에는 관여하지 않고 다만 상태 변화만 일으키는 열이다. 잠열 때문에 원래의 모암이 파괴되면 새로운 광물이 그 틈을 채운다. 급수대의 응회암 벽면에는 규산염 광물로 이루어진 천둥알이 불규칙한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면 옅은 파랑이나 주황이 몽환적으로 마블링 된 유리구슬 같고, 우주에서 날아와 박힌 운석 같고, 멍든 것 같고, 잘 익은 포도 알 같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미국 오리건주나 호주의 골드코스트에서 대표적으로 산출되는데, 급수대의 천둥알은 소량이고 희귀하다. 그래선지 뒤로 넘어질 듯 열심히 찾아봐도 쉽지 않다. 저 위, 저것인가? 하지만 잡히지 않는 신 포도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드론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전임길 객원기자 core8526@naver.com
▨ 참고= △자연지리학사전 △주왕산지 △청송지질공원 홈페이지 △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자연지리학사전
공동 기획:청송군


옛 문헌에 실린 나왕전 ‘신라왕 피신한 대궐 터’

1604년 주왕산을 유람했던 하음 신집은 ‘유주방산록’을 남겼는데, ‘나왕전(羅王殿)’은 ‘신라왕이 적병을 피할 때 머무른 대궐 터’라 하고 ‘만 길이나 되어 공중에 높이 꽂혀 있는 돌벼랑’을 ‘격수암(급수대)’이라 했으며 ‘봉우리를 돌아 굽은 길을 5~6리쯤 가야 나왕전’이라 했다. 그리고 그 길을 ‘반드시 덩굴을 잡고 나무를 넘어가야 이르게 된다. 산세가 매우 경사지고 돌이 굴러 떨어지므로 앞사람은 뒷사람의 이마를 밟고 뒷사람은 앞사람의 발꿈치를 따라야 하니 튼튼한 사람이 아니면 이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자하교에서 시루교(학소대)를 잇는 자연관찰로는 400여년 전 그의 발자취 남은 나왕전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덩굴 잡고 뒷사람 이마를 밟고 가야 하는 길엔 지금 편안한 산책로가 놓여 있지만 말이다. 그가 올랐다는 봉우리가 급수대인지 알 수도 없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 보니 뭇 산들이 공손히 절하는 모습이었고 태백산의 서쪽과 조령의 남쪽이 모두 탁 트인 듯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다시 저녁이 되어 내려왔는데 온몸이 피곤하여 3일 동안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였다’는 송구하게도 재미진 기록도 있다.


☞여행정보= 주왕산의 주 입구인 대전사에서 주방천 계곡을 따라 약 3㎞ 오르면 길 따라 급수대의 옆면에서 정면까지 온전하게 볼 수 있다. 자하교나 시루교에서 자연관찰로로 진입해 들어가면 급수대의 밑동을 가까이 볼 수 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급수대에서 주왕암 쪽으로 조금 더 가면 망월대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연화봉과 병풍바위, 그리고 급수대의 옆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큰 풍경을 가지는 최고의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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