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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 공룡발자국과 방호정 감입곡류천

대한인 2016. 8. 13. 05:11

[지질명소로 떠나는 여행 .16] 신성리 공룡발자국과 방호정 감입곡류천

  • 류혜숙 객원기자 박관영기자 이지용기자 전임길 객원기자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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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처럼 굽이치는 15㎞ 신성계곡…공룡시대 최후의 파라다이스

드론으로 촬영한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공룡발자국 전경. 산사면에 삿갓 모양으로 드러나 있는 암반 위에 400여개의 공룡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중 단일 지층으로는 최대 면적이다. 발자국이 있는 암반 옆에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신성리 방호정 감입곡류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휘 감아 돌아가는 물길의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천은 요동치는 뱀처럼 굽이쳐 흐른다. 계곡은 깊고 가파르고 벼랑은 높고 길다. 저 벼랑 위에는 오래된 정자 하나가 그림처럼 앉아 있고, 저 계곡의 가파른 산 사면에는 더욱 오래된 짐승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천은 정자에서 노닐던 이들은 보았지만 발자국의 주인은 보지 못했다. 어쩌면 천은 오래전 어머니 호수로부터 그 짐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지 모른다. 거짓말 같던 짐승의 전설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2004년이었다.

계곡 초입 가파른 산사면 회색 암반에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 400여개
2004년 발견…단일지층으로 국내최대

1억년전 드넓은 호수·초원지대의 하천
융기한 땅 경사를 따라 빠르게 흐르다
물굽이 더욱 커져 ‘감입곡류하천’ 형성


#1. 21세기의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해발 600m 이상의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청송의 안덕면. 그 가운데를 낙동강의 상류인 길안천이 북류하며 15㎞에 이르는 긴 계곡을 만든다. 청송8경 중 제1경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신성계곡’이다. 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흔들었을 때다. 거센 비바람이 신성계곡을 휘갈겼고, 산은 으스러지듯 무너져 허연 뼈와 같은 암반을 드러냈다. 회색의 암반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은 이듬해인 2004년 7월이다. 그곳에는 400여개의 짐승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한 방향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걸어가는 커다란 발자국. 그것의 주인은 공룡이었다.

신성계곡의 초입인 신성리(薪城里)에 약 1억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때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이 화석으로 남아 있다. 목이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 육식공룡인 수각류 등 국내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중 단일 지층으로는 최대 면적(약 2천400㎡)이다. 태풍 ‘매미’ 이후 10년이 더 지난 지금, 주변은 초록으로 무성하고 공룡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 기울어진 암반 가에는 들여다보기 좋도록 전망대가 갖춰져 있다.

맞은편에는 수직의 기암절벽이 정자 하나를 족두리처럼 얹고 서 있다. 정자는 조선 광해군 때인 1619년 방호 조준도 선생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방호정’이다. 절벽은 일명 ‘방호정 퇴적층’이라 불린다. 세밀하게 층진 이 퇴적층은 마치 꼼꼼하게 작성된 지질연표처럼 신성리 공룡시대와 그 전후를 설명해 준다. 21세기 신성리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1억년 전 백악기 시대의 단면이다.

#2. 약 1억년 전 백악기 말의 신성리

1억년 전 이 역동적인 계곡은 평평했다. 드넓은 호수와 초원의 땅이었다. 동해가 열리기 전이고 일본이 분리되기 전이던 그때, 땅은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다. 날씨는 따뜻했고 식물은 풍부했으며 공룡과 다양한 동물들은 물과 먹이를 찾아 유목했다. 자유롭게 평지를 흐르던 물줄기들은 잘게 부서진 암석들을 껴안고 천천히 호수로 흘러들었다. 암석들은 쌓이고 굳어져 중생대의 지층이 되었다. 이때의 거대한 호수를 경상호, 퇴적층을 경상누층군이라 부른다.

기존의 암석이 부서져 가루가 되고 그것이 물의 흐름에 의해 이동해 쌓인 후 굳어진 것을 ‘쇄설성 퇴적암’이라 한다. 방호정 일대에 분포하는 암석은 이러한 쇄설성 퇴적암으로 주로 회색이나 녹회색을 띠는 사암과 흑색 혹은 암회색을 띠는 이암, 그리고 녹색의 응회질 사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암은 미세한 점토 입자들이 퇴적된 것, 사암은 모래가 퇴적된 것, 응회질 사암은 화산 폭발에 의한 화산 쇄설물들이 퇴적된 것으로 기존에 형성된 화산암이 홍수나 태풍에 의해 이차적으로 퇴적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사암과 이암이 서로 번갈아 층을 이루고 그 사이에 간헐적으로 응회질 사암층이 나타난다. 이는 당시 우기와 건기가 되풀이되었고 가끔 화산 활동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천천히 퇴적암들이 층을 이루는 동안 공룡은 호수 주변을 쿵쿵거리며 활보했다. 아주 얕은 물밭이거나 호수의 가장자리였을 것이고 부드러운 진흙과 모래가 쌓인 땅이었을 것이다. 분주한 걸음은 자국을 남겼고, 발자국이 빗물이나 강물에 의해 사라지기 전에 건기가 찾아왔으며, 곧이어 또 다른 퇴적물이 그 위를 빠르게 덮었다. 태양과 지구가 공모하여 감춰버린 그들의 흔적은 영원처럼 땅속에 묻혔다.

그리고 머지않아 공룡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백악기 말인 약 6천600만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 공룡의 출현 시기는 중생대 초기와 중기에 집중되어 있다. 신성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견되는 공룡의 흔적은 중생대 말기다. 이는 공룡시대 최후에 해당된다. 멸종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생존을 위해 찾아온 공룡들에게 이곳은 백악기 최후의 파라다이스였다.

#3. 공룡시대 이후의 신성리

공룡 시대는 끝났지만 땅의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평평한 땅 위를 천천히 흐르던 하천은 땅이 융기하자 경사를 따라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의 흐름은 유지하면서 물은 땅을 더욱 깊이 파내려 갔는데 이것이 ‘감입곡류하천’이다. 신성계곡을 뱀처럼 굽어 흐르는 길안천의 모습이 이때 만들어졌다. 골짜기가 파이는 과정에서 물굽이가 점점 커졌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후 신생대 제4기에 들어 빙기와 후빙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기후 변화에 의해 신성리 골짜기는 더욱 깊어졌다.

그러는 사이 단층도 생겼다. 방호정의 왼쪽 절벽에 15~20m 규모의 꽤 큰 단층이 양측에 선명하게 발달되어 있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힘이 작용했는지, 단층이 어느 쪽으로 이동했는지는 현재 파악되지 않지만 지층이 끊어지던 그때 이 일대에는 지진이 일어났고, 그것은 신성리를 조금쯤 흔들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퇴적층의 가장 윗부분은 침식되어 평탄해졌다. 그리고 그 위에 방호정이 지어졌다. 태양과 지구는 다시 공모하여 감춰 두었던 오래된 생명체의 흔적을 파헤쳐 놓았다. 광해군 시절의 방호 선생에게 이곳은 피난처이자 은신처였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이곳은, 적어도, 현재를 잠시 잊을 수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드론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전임길 객원기자 core8526@naver.com



▨참고= △청송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한국지리 △한국의 지형 △자연지리학사전
☞여행정보= 청송읍에서 31번 국도 포항 방면으로 가다 현동면 사무소에서 908번 지방도로 안덕면, 안동 쪽으로 조금 가면 신성계곡 초입에 자리한 방호정을 만날 수 있다. 방호정 맞은편 산사면에 삿갓 모양으로 드러나 있는 암반이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지대다. 계곡 입구에 있는 신성지질학습관에서 출발해 방호정 퇴적층, 신성공룡발자국, 백석탄을 차례로 지나 목은재 휴게소에 이르는 11.8㎞의 지질탐방로가 개설되어 있다.


감입곡류천이 흐르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방호정은 조준도 선생이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정자로 유명하다.

신성계곡 초입 ‘방호정’…방호 선생이 어머니 그리며 지은 정자

신성계곡의 초입, 백악기 퇴적층의 머리위에 앉아 있는 방호정은 청송군의 유서 깊은 정자 중 하나다. 방호 조준도 선생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정자를 짓고 처음에는 사친당(思親堂)이라 했다 한다. 현재 건물은 정자, 강당, 관리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절벽 아래로는 길안천이 감입 곡류해 흐르고 곳곳에는 제법 깊은 소(沼)가 있다. 차고 맑은 물과 깨끗하고 넓은 자갈밭, 울창한 소나무숲과 야영장을 갖추고 있어 신성리 계곡의 방호정 일대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휴식처로 이름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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