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대구에 처음 왔을 때였다. 앞집에 사는 서울 언니가 “가죽 사러 오일장 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가죽은 안 사고 처음 보는 나뭇잎을 사는 것이었다. 가죽 산다더니 가죽은 언제 사러 가느냐고 재촉하니 가죽 다 샀다면서 이제 집에 가자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좀 전에 산 나뭇잎이 바로 가죽이라고 했다. 하고많은 이름 중에 나뭇잎을 왜 ‘가죽’이라고 부르느냐며 서로 웃었다. 가죽은 봄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나물이라며 먹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집으로 초대해 장아찌와 장떡 부치는 방법을 상세히 가르쳐 주었다. 처음 맛보는 가죽 맛이 참으로 오묘했다. 집에 와서 식물도감을 온종일 찾아보니 가죽 또는 까죽이라고 하는 말은 경상도에서 사용하는 말이었고 원래 이름은 참죽나무임을 알았다. 평소에도 향기 나는 나물을 좋아했던지라 가죽 요리는 내 입맛을 사로잡았고 그 후 해마다 이맘때면 꼭 참죽나무순을 구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게 됐다.
◆참죽나무의 영양 및 효능 참죽나무는 멀구슬과의 식물이며 햇가지는 녹색을 띠다가 점차 붉은 갈색이 된다. 묵으면 회갈색이 된다. 뿌리껍질을 춘백피라고 하며 봄에 채취해 햇볕에 말린 1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시면 장염, 계속되는 설사, 혈변, 탁한 소변, 출산 후 계속되는 출혈에 효능이 있다. 잎도 말렸다가 달인 물을 옻 오른 데나 종기에 바른다. 참죽나무 새순을 꺾어 보면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나중에는 찐득하게 손에 달라붙을 정도로 점성이 좋다. 이 하얀 진액이 위장병에 효과가 있어 위암에도 좋다. 그 외에 살충 효능도 있어 만성대장염, 류머티스성 관절통에 효과가 있다. 참죽나무는 주택 가까운 담장이나 텃밭에서 흔히 재배하며, 특이한 향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특성이 있다. 어린잎을 생으로 또는 살짝 데쳐서 전을 부치거나 찹쌀 풀을 발라 말려 두었다가 튀겨 먹는 부각, 혹은 갖은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두었다가 먹는 장아찌,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부쳐 먹는 장떡, 김치 등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다.
♣가죽무침 ▷재료: 참죽나무순 150g ▷양념: 약초 간장 2T, 고춧가루 1T, 깨소금, 고추장 1/2T, 조청 1T 1. 참죽나무순의 억센 줄기는 잘라낸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3. 헹궈서 물기를 꼭 짠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무침양념장을 만들고 볼에 담아 무친다.(마늘은 넣지 않고 조청 대신 산야초 발효액을 넣어도 좋음)
♣가죽장아찌 ▷재료: 참죽나무순 2단, 천일염 약간 ▷양념: 약초 간장 1/2컵, 다진 마늘 1T, 고추장 1컵, 통깨 3T, 꿀이나 조청 약간 1. 참죽나무순은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모두 다듬어 사용한다. 2. 연한 소금물에 1시간여 절인 뒤 건져서 하루 동안 그늘에서 말린다. 3. 약초 간장이나 맛간장에 고추장과 다진 마늘, 조청을 넣고 섞어 통깨를 뿌린다.(조청이 없으면 올리고당을, 마늘은 1큰술 정도만 넣는다. 소금에 절인 가죽은 그늘에서 물기 없이 말려야 1년 동안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는다. 기호에 따라 황태 채를 섞어주기도 함)
♣가죽장떡 ▷재료: 참죽나무순 2줌, 밀가루 1컵, 고추장 1T, 물, 소금 1. 참죽나무순은 부드러운 부분으로 다듬어 씻어 물기를 턴다. 2. 볼에 고추장 한 큰술 물 약간, 소금 약간 넣고 푼다. 3. 2번 재료에 현미가루나, 밀가루를 섞어 풀어 반죽한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떠 넣고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약초 간장 만들기 간장, 국간장, 말린 약초(겨우살이, 진피, 구기자, 가시오가피 등), 다시마, 멸치, 소고기, 양파, 대파, 배, 사과, 통후추, 백포도주 등을 모두 넣고 끓여서 건더기를 건져낸 후 식혀서 유리병에 담아 두었다가 반찬, 조림, 무침, 장아찌 등에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