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더워지면서 입맛이 떨어지는 계절, 김치 한 가지만 제대로 담가놓아도 주부의 마음은 한결 든든하다. 특히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시원한 열무김치 한 그릇만 있으면 잃었던 입맛을 찾을 수 있다. 새콤하게 제대로 익은 열무김치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되고, 왠지 밥 먹기 싫은 날에는 국수만 얼른 삶아 찬물에 헹궈 사리를 틀고 시원하게 맛이 든 열무물김치 국물을 부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여기에 국수가 삶기는 동안 계란 하나 삶아 껍질 벗겨 반으로 자르고 곱게 썬 오이채를 함께 올려주면 엄지손가락이 절로 올라간다. 열무는 김치만 담가 먹는 줄 알면 큰 오산이다. 열무는 다 자란 것은 억세고 맛이 없으니 줄기가 억세지 않고 연둣빛이 돌면서 줄기가 통통한 것을 고른다. 그리고 살짝 데친 후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나물로도 매우 훌륭하다. 어린 열무는 바로 겉절이해 강된장 보글보글 끓여서 열무비빔밥으로 먹어도 최고다. 그뿐만 아니라 멸치국물에 심심하게 된장을 풀어 끓인 열무된장국은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 특히 좋다. 열무는 텃밭에 씨를 뿌려 놓으면 금방 자라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효자 채소이다.
◆열무김치 제대로 담그는 요령 1. 열무는 억센 겉대를 떼어내고 연한 줄기만 남겨서 뿌리 부분은 잔털을 긁어낸다. 2. 깨끗이 다듬은 열무는 뿌리 쪽에 칼집을 넣어 반으로 가른다. 3. 큰 그릇에 열무를 담고 소금물을 부어 열무를 절이는데(소금을 뿌려 절이는 것보다 고루 절여진다) 너무 오랫동안 절이면 열무에서 쓴맛이 나므로 30분이 적당하다. 4. 절이는 동안 위아래를 한 번만 뒤집어 준다. 여러 번 뒤적거리면 풋내가 난다. 5. 잘 절인 열무는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뒤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5㎝로 썬다.(절이기 전에 손으로 잘라도 됨) 6. 밀가루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가며 푼 후 물을 넉넉히 붓고 저어가며 국물이 투명해지도록 약한 불에서 밀가루 풀을 쑨다.(밀가루 풀을 넣으면 풋내가 나지 않는다) 7. 쑤어 놓은 풀물에 생수를 더 부어 원하는 정도로 국물을 만들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풀물에 간이 배어야 김치가 싱거워지지 않는다. 8. 고춧가루보다는 붉은 고추를 갈아 넣으면 김칫국물이 시원하다. 이때 마늘과 생강 등을 함께 갈아도 좋다. 고운 고춧가루는 따로 추가해준다. 9. 무채를 썰어 절이지 않고 바로 넣어 준다. 그래야 국물도 시원하고 무의 단맛이 우러나와 감칠맛이 난다. 10. 톡 쏘는 매운맛을 선호한다면 청양고추 몇 개를 썰어 넣는다.
♣열무된장국 ▷재료: 열무 3줌, 멸치다시마국물 5컵, 된장 2T, 다진 마늘 1t, 파 1T 1. 열무를 다듬고 씻는다. 2. 냄비에 멸치, 다시마를 넣고 끓여서 국물을 만든 후 건더기는 건지고, 된장을 푼다. 3. 국물이 끓으면 열무와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이고서 다진 파를 넣고 마무리한다.(떠오르는 거품은 걷어낸다)
♣열무국수 ▷재료: 오색소면 2줌, 열무 물김치 국물 3컵, 김치건더기 1/2컵, 삶은 달걀 1개, 오이 1/2개 1. 국수는 삶아 찬물에 비벼가며 씻은 후 마지막은 얼음물에 헹구어 사리를 튼다. 2. 열무김치 건더기는 송송 썬다. 3. 오이는 곱게 채 썰고 삶은 달걀은 껍질을 벗겨 이등분한다. 4. 그릇에 국수를 담고 고명을 올린 후 김칫국물을 한쪽으로 살그머니 붓는다. ▷재료: 열무 2단, 얼갈이배추 1단, 무 1/2개, 천일염 1~2컵 ▷양념: 붉은 고추 10개, 마늘 10쪽, 생강가루 1T(또는 생강 1쪽), 고운 고춧가루 1/2컵 ▷국물: 생수 5~6ℓ, 소금 적당량 ▷밀가루 풀: 밀가루 2/3컵, 물 7컵 1. 열무와 얼갈이배추는 잘 손질해 소금물에 30분간 절이되 중간에 한 번 뒤집는다. 2. 밀가루에 물을 부어가며 풀어서 연하게 풀을 쑨다. 3. 붉은 고추와 마늘, 생강은 물 1컵을 붓고 곱게 간다.(생강가루는 따로 재료에 넣어 줌) 4. 볼에 밀가루 풀, 생수, 간 양념들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절인 재료와 채 썬 무를 넣어 완성하고 반나절 실온에 두었다가 김치냉장고로 옮겨 숙성시킨다.
정영옥(푸드 블로그 ‘비바리의 숨비소리’ 운영자) blog.naver.com/007cr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