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의 뽀얀 국물에는 단백질과 칼슘, 콜라겐 등이 녹아 있다. 간 조절만 신경 쓴다면 국밥은 훌륭한 한 끼 식사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
상식적으로 국밥은 ‘건강한 음식’이라 믿는 경우가 많다. 뼈와 고기를 삶아 낸 국물에 갖가지 고명과 양념장 약간을 넣고, 거기에 김치나 깍두기와 같은 반찬까지 곁들이면 다양한 영양소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국밥이 건강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특히 방송에서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식사를 ‘피해야 할 식사행위’로 규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국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국밥을 먹어도 건강에 문제는 없는 건지, 국밥을 건강하게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봤다.
◆문제는 빨리 씹기, 짠 국물 TV 등 각종 언론에서 ‘국밥이 건강을 해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국물 속 나트륨과 빨리 먹는 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국밥 국물 안에는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게 건강한 식습관이며, 국밥을 좋아하거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위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밥을 국물에 말면 물에 풀어진 밥알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게 되어서 소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방해가 된다. 게다가 국밥의 경우 펄펄 끓는 상태이거나 얼큰하게 먹는 경우가 많아서 위장 등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은 식재료를 물에 넣고 끓이기 때문에 수용성 영양소와 일부 지용성 영양소까지 모두 국물에 우러나오기 때문에 국물에 영양소가 없다는 주장은 맞지 않으며, 위염의 원인은 국밥을 포함한 다른 자극적이고 짠 음식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물은 식감을 부드럽게 해 주고 목넘김도 편하게 해 주기 때문에 입맛이 없을 때에는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국밥이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빨리 먹는 습관과 짜게 먹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조금 식힌 뒤 간을 하세요 그렇다면 나트륨과 자극에 대한 걱정 없이 국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살짝 식힌 뒤에 간을 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너무 뜨거울 때 간을 하면 혀의 미각세포가 제대로 짠맛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국밥이 뚝배기에 펄펄 끓는 채 내 앞에 놓여 있다면 펄펄 끓는 기포가 멈추고 김이 조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간을 하는 것이 좋다. 돼지국밥은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새우젓에 함유돼 있는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가 단백질과 지방의 소화를 도와줘 위의 부담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우젓만 넣어도 충분히 간을 맞출 수 있다. 국밥을 먹을 때 급하게 푹 떠서 우걱우걱 먹다 보면 입이 뜨거워 호호 불다 그냥 대충 씹고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대충 씹고 삼키는 습관이 소화기관에 부담을 줘 위염이나 위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정리하자면 뜨거운 국밥을 약간 식혀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것이 국밥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다.
♣깍두기·김치 국물 넣어 잘 섞이면 사골진국 #‘프림’ 넣은 국물 적발법 한때 설렁탕 등과 같은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국밥류에 색깔과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해 커피에 넣는 ‘프림’을 탄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처럼 프림을 타는 이유는 뼈를 몇 번씩 고아내다 보면 결국 국물이 뽀얀 빛깔이 나오지 않고 싱거워지기 때문에 프림과 분유를 섞어 색깔과 맛을 낸 것이다. 뽀얀 국물의 국밥에 프림을 섞었는지 안 섞었는지 확인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깍두기 국물이나 김칫국물을 넣어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골 국물은 깍두기 국물을 넣으면 사골 국물에 깍두기 국물이 잘 섞인다. 하지만 프림 넣은 국물은 깍두기 국물이 잘 섞이지 않는다. 일부 국밥 마니아들은 “메뉴에 수육이 없는 곳을 피하라”고도 말한다. 뼈와 고기를 계속 고아내야 국물맛이 유지되는데, 삶아낸 고기가 없는 곳은 결국 다른 곳에서 국물을 받거나 프림 등을 섞어 장난치는 곳이라는 의미다. ‘8번 식당’ 박시웅 대표는 “프림 섞은 국물은 가만히 놔 두면 국물의 색깔이 분리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