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이야기]
옆집 남자 K의 섹스 코드
섹스는 어떻게 하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흥분과 쾌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이 역시 잦은 횟수,
즉 반복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고 보면 섹스는 방법이 아니라 상대의 문제이다.
쉬운 예로, 날마다 만두를 먹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초반에는 찐만두, 군만두, 만두국
등을 먹어본다. 조리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색다른 맛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어떤 형태로 조리하든
그것은 만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닫고 좌절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많은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그럼에도 나는 정든 만두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들춰보면, 비록 정신적으로 배신을 행하지 않았다
해도 이미 본능적으로는 배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정은 인간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인간을
가장 비참하게 하기도 한다. 섹스의 경우 동정은 상대방에게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우울증은 물론 살인 충동도 유발되곤 한다.
남편이나 애인과 하는 섹스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잠자리에서
좋은 듯 교성을 지르며 연기를 하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다.
자신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남성이 실망할 것 같아 배려해준다는 차원에서다.
그런데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성이 알아차리면 어떻게 될까? 배신감에 몸을 떨며 비참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침대속 연기와 외도는 그 성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사귄 기간이 오래되어서 언제부터인가 잠자리를 할 때
남자 연예인, 혹은 속궁합이 잘 맞은 과거 남자친구를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일부종사를 외치는 타입이고 바람을 피운 적도 없어
이 발언에 필자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유를 묻자, "흥분되는 게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다시 필자가 물었다.
"대체 그게 바람피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생각만 하는 것은 실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이 사실을 알았을 경우 심한 불쾌감과 좌절감,
수치심을 느낄 것이고, 묘한 분노도 일으킬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나와 섹스를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요즘 말로, 이런 '시추에이션'이 다 있단 말인가.
여성들의 섹스 심리는 남성들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혼자만의 외도'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많다.
남성들은 섹스를 할 때만큼은
무념무상이다. 오로지 현실의 본능에 충실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섹스와 관련해 여러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음란 동영상을 통해 섹스에는 일찍 눈떴지만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이성을 보면 흥분은 되지만 정작 섹스를 해보면 별 감흥이 없다거나
육체적인 만족만 추구하다 보니 변태 성향을 지니게 됐다거나
사랑과 애욕 사이를 오가며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고대부터 인류는 섹스의 두 가지 얼굴을 그렸다. 한 면은 향락과 타락,
또 다른 면은 사랑과 번영이다. 호기심=타락,
사랑=기쁨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호기심이 도가 지나치면 결국 스와핑이나 마약 등을 접하게 돼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큰 손상을 입게 되며
반면 사랑을 원천으로 할 경우엔 평생 동반자를 얻을 수 있다.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게 바로 섹스다.
he is…
한때는 록뮤직을 사랑한 반항아였으나 현재는
단정한 커트머리의 직장인으로 생활하
는 8년차 유부남. 평범한 '옆집 남자'의 솔직하고 때로는
황당한 섹스 심리를 낱낱이 해부한다.
일러스트: 이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