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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이수의 고장 김천

대한인 2016. 9. 10. 03:54

[김영현의 걷기 여행 .10] 삼산이수의 고장 김천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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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문화 모티길’코스, 直指라 하지만 꼬부랑꼬부랑 이어지는 원점회귀길

김천의 대표 사찰인 직지사 성보박물관에서 바라본 황악산 설경. ‘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이름 붙여진 직지사는 동국제일가람이다. <사진 권순호>
김천을 대표하는 정자 방초정(芳草亭).
비구니 강원의 모범 사찰인 불령산 청암사 전경.
수도암 대적광전의 설경.

김천은 경북의 서북부에 위치하여 충북 영동으로 가는 추풍령을 넘어 서울로 가는 통로였다. 추풍령 고갯길을 넘어 서울로 가거나 영남으로 오는 통로였기에 김천의 이 길을 영남 제일 관문이라 부른다. 지금도 경부철도와 고속도로가 김천의 중심지를 관통하고 있고, 국도가 거미줄처럼 사통팔달 얽혀있기에 김천을 교통의 요지라 부른다.

김천의 서쪽에는 소백산맥을 따라 추풍령, 황악산, 삼도봉, 대덕산, 우두령, 수도산, 단지봉 등의 높고 험한 산이 늘어서 충북 영동, 전북 무주, 경남 거창과 경계가 되고 있으며, 황악산에서 발원한 직지천 유역과 대덕산에서 발원한 감천(감문천) 유역을 따라 비옥한 곡창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김천의 남부지역인 대덕산에서 발원한 감천은 삼도봉에서 흘러내린 부항천과 합류하여 강폭을 키우며 대덕면, 구성면, 조마면, 감천면을 지나 김천시 모암동에서 직지천과 합류하여 아포읍, 개령면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감천은 남쪽에서 발원하여 북동쪽으로 흘러 김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금릉평야와 개령평야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조마감자, 구성양파, 지례흑돼지, 양각자두, 감문참외 등 김천이 자랑하는 특산품을 기르는 젖줄이 된다.

수도암 대적광전서 보는 가야산
한송이 연꽃을 닮아

황학산 10㎞ 원점회귀 등산코스
직지사서 출발하면 5시간쯤 소요

삼도봉·민주지산 거쳐
영동 물한계곡으로 내려오는 길
원시의 비경 간직
여름철 트레킹하기에 안성맞춤


삼산이수(三山二水)라는 말은 원래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 ‘등금릉봉황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백이 최호의 시 ‘등황학루’를 좋아하여 지은 ‘등금릉봉황대’는 동진의 수도인 금릉에서 당나라 수도인 장안을 바라보며 수심에 잠긴다는 내용이다. 김천의 옛 이름이 금릉이니 김천에는 아직도 최호나 이백의 시 구절에 나오는 지명이 유난히 많다. 황악산(황학산), 방초정, 봉황대, 금릉 등이 이와 관련된 지명이다. 삼산(三山)이란 황악산, 금오산, 대덕산을 이르고, 이수(二水)는 감천과 직지천을 이른다. 삼산의 중앙인 구성면에는 방초정(芳草亭)이 있어 김천의 대표적인 정자가 되고, 방초정에 걸린 십경(十景)을 하나씩 생각해보면 옛사람들의 풍류를 짐작할 수 있다.

◆직지사(直指寺)

김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직지사일 것이다. 김천을 대표할 뿐 아니라 신라불교 최초의 사찰로 알려진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때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신라불교는 묵호자(혹은 아도화상)에 의해 선산지역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는데, 선산 ‘모례의 집’에서 일하던 아도화상이 모례 장자의 시주로 태조산에 도리사를 세우고 북쪽의 황악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직지하며) 길상지가 있다 하여 세운 절이 직지사라 한다.

그러나 직지사가 올바른 사격(寺格)을 갖춘 것은 견훤에게 쫓기던 고려 태조를 도운 능여 선사에 의해서다. 팔공산 동화사가 백제 불교인 진표율사의 법상종 계열이었기에 왕건은 팔공산 지역의 동수대전에서 신숭겸 장군을 희생시키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는데, 도주하던 길에 직지사 근처에서 능여 선사의 도움을 받아 결국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다. 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는 능여 선사의 은혜를 잊지 않고 직지사를 중창하도록 한다. 능여 선사가 직지사를 중창할 당시 자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재어 불사를 했다 하여 직지사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직지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 사찰로서 동국제일가람이라 부른다. 직지사가 관할하는 행정구역은 김천, 구미, 상주, 문경이고 이 지역의 사찰은 모두 직지사의 말사가 된다. 직지사에서 유명한 곳은 대웅전, 대웅전 앞의 도천사지 삼층석탑, 비로전(천불전), 성보박물관 등이지만 불교 유식학의 대가였던 대강백 관응 스님이 머물던 중암, 녹원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명적암도 경치가 멋진 곳이니 황악산 등산을 겸해 다녀오기를 권한다.

직지사 입구의 직지문화공원이나 세계도자기박물관, 백수문학관도 김천 여행의 명소가 되고 있다. 특히 백수문학관은 김천을 너무나 사랑한 현대시조의 선구자인 백수 정완영 선생의 문학 혼이 깃든 곳이다. 선생의 호 백수(白水)는 김천의 천(泉) 자를 파자하여 붙여졌다.

◆김천의 걷기길

김천의 대표적인 걷기 길은 ‘모티길’이다. 모티란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인데, ‘직지문화 모티길’과 ‘수도 녹색숲 모티길’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다른 모퉁이가 이어지는 모티길은 김삿갓이 ‘발치직지승’에서 노래한 것처럼 직지(直指)라 하지만 꼬부랑꼬부랑 길로 이어진다.

직지문화 모티길(4.5㎞)은 사명대사길(4.5㎞)과 겹치는데 원점회귀 하는 걷기길이다. 대항면사무소를 기점으로 해서 공영주차장~직지문화공원~직지요양원~기날쉼터~직지저수지~대항면사무소로 돌아오는 걷기길은 총 8㎞ 정도로 3시간이 소요된다. 직지저수지 앞에 있는 과하주 제조장(대항면 향천리 소재)에서 조선 3대 명주(김천 과하주, 익산 여산주, 문경 호산춘)인 과하주를 맛보는 것은 이 구간 최고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과하주는 한 번 마시면 석 달 열흘 취한다는 전설의 술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했던 명주였다. 찹쌀과 누룩으로 도수 13~14%의 약주를 만들어 소주를 섞어 만든 혼양주인데 30% 정도의 도수를 가진다. 이렇게 하면 무더운 여름도 탈 없이 날 수 있는 술이라 해서 과하주(過夏酒)라 부른다.

또 다른 직지문화 모티길은 대항면사무소 옆의 직지초등학교에서 직지문화공원에 이르는 10㎞ 정도의 걷기길이다. 직지초등학교에서 오른쪽의 작은 다리가 걷기길의 들머리인데 방하치 마을(황녀마을)~돌탑~삼거리~동구지산~선현산방~돌모마을~직지문화공원~직지사우체국을 지나 원점회귀 하는 코스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도 녹색숲 모티길(15㎞, 5시간 소요)은 인현왕후길(9㎞, 3시간 소요)과 이어져 있는데 남쪽의 증산면 수도산 자락에 있다. 수도 녹색숲 모티길은 수도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임도길~단지봉 중턱을 지나 김천의 남쪽 끝인 황점리(원황점)까지 이어진 길이다. 이 길은 평균 해발 1천m의 숲길이고 자작나무, 오리나무, 낙엽송 군락지가 장관이다. 숲길이 아름답고 호젓하지만 안내 표지판이 적고, 종점인 원황점에서 출발지인 수도마을까지 돌아오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길이 다소 험하여 겨울에는 걷기길이 폐쇄된다.

인현왕후길은 청암사에서 3년 동안 머물렀던 인현왕후를 기리기 위해 조성한 걷기길이다. 인현왕후는 숙종의 계비로서 기사환국 때 폐서인 되었다가 갑술환국으로 복위를 한다. 자식을 낳지 못한 비운의 왕비로서 장희빈의 계략으로 폐서인 되어 3년 동안 머문 곳이 바로 수도산(불령산) 청암사였다. 인현왕후길은 청암사에서 출발하여 쉼터~수도마을~무흘구곡(용추폭포)~수도계곡~청암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길인데, 수도마을에서 수도암을 구경하고 내려오면 총 12㎞ 정도의 걷기길로 4시간쯤 소요된다. 이 코스에 있는 수도계곡의 무흘구곡, 바위가 많아 불령동천이라 불리는 청암사 입구 계곡, 신라 말 도선 국사가 창건한 수도암 등이 특히 아름답다.

수도암 대적광전의 문살무늬가 인상적이고, 대적광전에서 저 멀리 펼쳐지는 가야산의 정상 모습이 마치 한 송이 연꽃을 닮아 있다. 눈 덮인 가야산 봉우리가 한 송이 백련이 되어 해 질 녘 노을을 받아 불꽃처럼 피어오른다. 아! 화중련(火中蓮)이로다.

◆특산품과 등산코스

김천은 넓은 땅만큼이나 특산품이 많이 생산된다. 조마면의 감자, 감문면의 참외, 구성면의 양파, 봉산면의 표고버섯, 지례면의 흑돼지, 대항면의 반곡포도, 갈포를 베처럼 짜서 만든 갈포벽지, 영신당 필방에서 족제비 털로 만든 영신당 붓, 황소 울음을 낸다는 김천 징과 꽹과리를 비롯한 유기 생산품, 향기 좋은 과하주, 구성면의 양각자두 등이 김천이 자랑하는 전국적인 특산품이다.

또한 김천 남쪽의 수도산에는 곡우가 되면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거자수 수액이 나오는데 위장병과 신경통, 산후조리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신라시대에 전투에 참가하여 부상을 입고 도주하던 병사가 자작나무 수액을 마시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이 있는 거자수 수액은 경칩부터 채취하는 뼈에 좋다는 고로쇠 수액과 함께 수도산 일대에서 많이 채취된다.

김천에는 멋진 산행코스가 많다. 황악산은 학이 자주 찾아와서 황학산으로도 불리는데, 직지사에서 출발하여 운수암~백운봉~황악산~형제봉~신선봉~망봉~직지사에 이르는 10㎞ 코스로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원점회귀 등산로이다. 등산을 마치고 직지사 설법전 옆에 있는 찻집에서 마시는 대추차의 맛이 일품이다.

대덕산 등산로는 덕산재 입구에서 시작하여 약수터~대덕산~대덕 삼도봉~덕산리로 내려오는 8㎞ 코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덕 삼도봉을 초점산이라 부르는데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 경남 거창이 만나는 삼도 분기점이다.

삼도봉은 경북 김천, 충북 영동, 전북 무주가 만나는 분기점으로 산행기점은 부항면 해인리가 되고 남근석~삼마골재~삼도봉~주차장~여근곡~해인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거리는 6㎞이고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삼도봉에서 민주지산을 거쳐 영동의 물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원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여름철 계곡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금오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구미에서 시작되지만, 김천 남면의 부상고개에서 오르는 코스는 색다른 맛을 준다. 전망대~금오산성~금오산 정상(현월봉)까지의 등산로는 편도 5㎞ 정도이다.

2014년 11월29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의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경북을 대표하는 김천의 금릉 빗내농악도 함께 등재되었다. 빗내농악은 삼한시대 감문국에서 시작된 빗신제가 혼합된 동제로서 매년 정월 초에 개령면 지역에서 열리고, 빗내농악 경연대회는 10월 초에 격년제로 열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함께 축하하며, 무형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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