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연속이다.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무서울 정도다. 이럴 땐 어머니께서 무더운 여름에 잘 만들어 주셨던 된장냉국이 가장 먹고 싶다. 커다란 양푼에 맹물 넣고 집 뒤 항아리에서 퍼 온 날된장을 숟가락으로 푹 떠서 휘휘 풀고, 여덟 식구 먹을 냉국을 즉석에서 뚝딱 하고 만드셨다. 선풍기도 없었고 에어컨도 없는 좁은 마루에 볼품없는 오래된 둥그런 밥상 다리를 펴고 빼곡하게 둘러앉아 누가 뺏어 먹을세라 다급하게 먹어대던 여름철 된장냉국은 참으로 구수하고 맛있었다. 음식은 추억이다. 그리고 나다. 추억이 없는 음식은 미래도 건강함도 없다. 내가 어머니의 음식을 떠올리며 만들 듯이 우리 아이들도 훗날 내가 해주었던 어떤 음식을 떠올리며 만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결정짓는다. 이번 주에는 폭염을 지혜롭게 견디는 냉국 노하우를 숙지하여 가족들 입맛과 건강을 챙겨 보도록 하자.
▶냉국 맛내기 Tip ①국물은 만능 육수를 미리 끓여 냉장고에 차게 보관하였다가 된장 또는 간장과 식초로 맛을 내면 맹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맛내기 양념을 적게 써도 훨씬 감칠맛이 난다. ②토장은 된장과 고추장, 고춧가루에 갖은 양념을 섞어 만든 양념으로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서 며칠 숙성시켜 사용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③냉국의 주재료는 미리 데치거나 손질하여 밑간한다. ④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알맞으며 특히 찬 음식으로 인한 배앓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⑤얼음은 그 냉국에 맞는 국물로 살짝 간을 하여 얼려두면 얼음으로 인해 맛이 싱거워짐을 예방할 수 있다. ⑥청각처럼 색이 파란 해조류로 냉국을 할 때는 식초 대신에 레몬즙을 넣는다. 왜냐하면 식초를 넣으면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⑦냉국의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매운 고추를 조금 썰어 넣어 보자. ⑧냉국 재료는 오이, 미역, 복숭아, 참외, 가지, 감자, 콩나물, 청각, 우무, 열무, 솎음배추, 비름나물, 실 곤약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냉국의 만능 육수 만들기 ▷재료: 물 7컵, 멸치(中) 1줌, 다시마 1장(사방 5㎝), 양파 1개, 건새우 1줌, 무 2토막 국물 멸치 큰 것은 내장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중간 멸치를 사용하면 국물도 깨끗하면서 내장째로 사용해도 된다. 양파는 겉껍질만 벗긴 후 껍질째로 칼집을 내어 넣고, 무는 몇 조각으로 나누어 넣으면 국물이 잘 우러난다. 끓은 후 15분이 되면 모든 재료를 건져내고 육수만 따로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국용 양념된장 만들기 ▷재료: 된장 2T, 고춧가루 1T, 표고버섯가루 1T, 아마씨가루 1T(생략 가능), 다진 마늘 1t, 다진 파 1T, 깨소금 약간 ▷토장: 양념된장+고추장(적당히 섞어서) 집에서 담근 된장에 고춧가루, 견과류 가루, 다진 마늘, 다진 파, 깨소금 등을 넣고 버무려 냉장고에서 하루나 이틀 숙성시킨다. 토장에는 양념된장에 고추장을 추가하여 만든다. 이때 참기름은 산화가 빨라 양념 맛을 상하게 하므로 처음부터 넣지 않고 조리할 때 넣는 것이 포인트다.
◆김냉국 ▷재료: 만능 멸치육수 2~3컵, 김 2장, 대파 흰 줄기 1/2대, 청양고추 1개, 홍고추 1/3개, 소금 1t, 얼음 적당량, 식초(선택사항), 통깨 약간 1. 육수 재료들을 냄비에 몽땅 넣어 15분간 끓여 건더기를 건져서 육수를 미리 식혀둔다. 2. 대파는 흰 부분만 송송 썰고 홍고추와 매운 고추도 송송 썬다. 3. 달군 팬에 김을 구운 후 팩에 넣어 비벼 부순다. 4. 볼에 만능 멸치육수, 송송 썬 대파, 고추, 얼음을 넣고 소금 간을 한다. 5. 부순 김과 통깨를 넣는다. 식초는 넣어도 되고 생략해도 된다.
◆얼갈이배추된장냉국 ▷재료: 얼갈이배추 1단, 만능 육수 3~4컵, 양념된장 2T, 부추 3가닥, 풋고추 2개, 깨소금 1T 1. 양념된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시킨다.(양념된장 만들기 참조) 2. 얼갈이배추는 다듬어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어 데쳐서 찬물에 헹군다. 3. 물기를 꼭 짜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미리 만든 양념된장으로 무친다. 4. 부추와 고추는 송송 썬다. 5. 먹기 직전에 생수를 붓고, 기호에 따라 식초를 넣는다.
◆참비름된장냉국 ▷재료: 참비름 150g, 토장 2T, 천일염 1t, 풋고추 1개 , 홍고추 1/2개, 부추 3가닥, 깨소금 약간 1. 다듬은 참비름은 씻어서 팔팔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데쳐 헹구고 물기를 꼭 짜서 먹기 좋게 썬다. 2. 비름에 토장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미리 무쳐야 간이 밴다) 3. 풋고추, 홍고추, 부추는 모두 송송 썬다. 4. 그릇에 만능 육수를 넣고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담고 다시 버무려서 냉수를 붓는다. 5. 기호에 따라 식초와 얼음을 넣는다.
◆청각냉국 ▷재료: 날청각 300g, 만능 육수 3컵, 오이 70g, 홍고추 1/2개, 부추 10g, 토장 2T, 국간장 1T, 레몬즙 1T 1. 날청각은 살짝 데쳐 냉수로 헹군 후 자잘하게 썬다. 2. 오이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희석한 물에 10분간 담갔다가 씻은 후 채를 썬다. 3. 부추도 깨끗하게 씻고 송송 썬다. 4. 청각에 토장을 넣어 버무려 5분간 냉장고에 넣어 둔다. 5. 4번 재료를 꺼내 만능 육수를 붓고 부재료들을 넣은 후 싱거우면 국간장이나 토장을 추가한다. (톳냉국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