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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브레방

대한인 2016. 9. 20. 04:52
[허긍열의 알프스 기행] ‘바람의 언덕’ 브레방
브레방 ‘바람의 언덕’은 시내에서 접근이 쉬워 트레킹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벨라샤 고개서 관광객들이 트레킹을 즐기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 최고봉은 백두산이요, 알프스 최고봉은 몽블랑이다. 쉽게 풀이하면 백두산(白頭山`2,744m)은 ‘하얀 머리 봉우리’인 셈인데 몽블랑(Mont Blanc`4,810m) 역시 비슷한 뜻인 ‘흰(Blanc) 봉우리(Mont)’로서 산을 오르는 알피니스트인 나에게는 중요한 대상이다. 이제껏 나는 몽블랑을 최소한 30회 이상 올랐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다섯 루트로, 심지어 동계 시즌에도 오른 적이 있으며 어느 해에는 눈 덮인 정상에서 두 시간 이상 힘들게 굴을 파낸 다음, 설동(雪洞)에서 밤새 두통과 추위에 고생하며 자기도 했다. 몽블랑을 오를 때마다 힘들고 위험하지 않을 때가 없었지만 그런 만큼 더 소중한 추억들로 남아 있다.

이렇듯 몽블랑을 가까이하며 지낸 나에게 몽블랑을 가장 조망하기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브레방(Brevent`2,525m)이라고 대답한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지명처럼 샤모니 계곡 서쪽에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브레방에는 일반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지만, 샤모니 시내에서 케이블카로 10분이면 오를 수 있고 전망이 탁 트여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브레방보다 높은 에귀뒤미디 전망대(Aig. du Midi`3,842m)에서는 몽블랑을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몽블랑 정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샤모니 계곡(표고 차 3천600m)까지 곧장 흘러내리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고 규모가 큰 보송 빙하의 웅장함을 브레방에서 마주하면 몽블랑의 규모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브레방에는 전망대 난간을 벗어나 알프스 산록을 두세 시간 정도 안전하고 수월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도 있다.

겨울철 알프스 산록 트레킹의 백미는 설원 위를 걷는 설피 트레킹이다. 몽블랑을 눈앞에 두고 두세 시간 걷는 즐거움은 나에게도 늘 새롭게 다가오기에 즐겨 찾는다. 브레방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설피 트레킹은 남쪽으로 이어지고, 스키 슬로프에서 벗어나 자연설 사면을 걷는 코스이다. 한동안 내리막이 계속되기에 설피의 뒤꿈치가 들리지 않게 고정시켜 걸으면 편하다. 겨울철에는 브레방 호수 쪽으로 곧장 내려가면 좋다. 20분 정도 전망대에서 걸어 내려가는데, 간혹 길을 잘못 들면 가파른 설사면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경사가 심한 사면에서는 설피를 벗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물론 스틱으로 균형을 적절하게 잡으면 된다. 몇몇 구간에서는 엉덩이를 깔고 눈썰매를 타면 곧장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넓은 설사면 아래에 가장 평평한 눈밭이 나오는데, 근 반년이나 눈에 잠겨 있는 브레방 호수다. 얼음 또한 두꺼워 마음 놓고 호수 위를 걸어도 된다. 전망대가 있는 스키장에서 반 시간도 걸리지 않는 눈밭은 인적이 드물어 정적에 싸여 있을 때가 많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며 걷는 것도 이 구간이 주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여기서 길은 벨라샤 고개(Col de Bellachat`2,130m)로 향한다. 10분가량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수평으로 난 설사면을 가로지르다 보면 눈앞에 몽블랑이 바로 건너다보인다.

벨라샤 고개에서는 남쪽에 솟은 우쉬봉(Aig. des Houches`2,285m)으로 향한다. 20분쯤 언덕을 쉼 없이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 눈밭이 나타난다. 어디가 가장 높은 지점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눈 언덕 서쪽 끄트머리로 가면 몽블랑 산군의 서쪽 외곽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울철이라고는 하지만 샤모니 계곡을 벗어난 저지대인 살랑쉬 일원의 농토에는 초록의 기운이 싹터 있어 백설의 세계에 익숙해진 시야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브레방 전망대로 돌아가는 길은 벨라샤 고개를 넘어 벨라샤 산장(2,136m)을 거친다. 산장에서 한 잔의 커피로 언 몸을 녹인 후, 전망대까지 30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반나절은 충분히 설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에는 오후 4시 30분이 샤모니행 마지막 케이블카이기에 놓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한편 브레방에는 스키장도 유명한데, 샤모니 시내까지 슬로프가 연결되어 있다. 해가 짧은 겨울철에 나는 종종 브레방 정상에서 몽블랑 산군의 일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케이블카가 이미 끊긴 후라 스키를 신고 어둠을 달려 내려오곤 했다. 30분 이상 가파른 슬로프를 타고 내리지만 멋진 일몰의 파노라마를 찍었다는 기대감에 힘든 줄 모른다. 이 또한 산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다.


알피니스트`프랑스 샤모니 거주 vallot@naver.com

기사 작성일 : 2015년 0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