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3대 낙조 중 하나로 꼽힌 태안군 ‘꽃지 낙조’는 미국 CNN이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50명소 중 두 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 | 대구에서 승용차로 4시간 걸려 오전 11시 노을길의 들머리 꽃지해안에 도착한다. 미국 CNN이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50명소 중 두 번째로 선정된 꽃지해안은 겨울인데도 꽃지라는 이름을 만든 한 송이 해당화처럼 활짝 핀 지형이다. 꽃지를 명소로 만든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공간적인 황금 분할이 감동적이다. 약 1천100년 전 신라 42대 흥덕왕 4년 해상왕 장보고가 견승포(지금의 방포)를 기지로 삼았는데, 그 지역을 지키는 장군은 승언이었다. 어느 날 승언이 적을 치기 위해 먼바다로 출정했는데 수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부인 미도는 바위 위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자 그 바위가 남편만 돌아오길 기다리며 서 있는 부인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고 할미바위가 되었다. 그 옆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그 바위를 ‘할아비바위’라 불렀다. 애틋한 천년 전설이다. 꽃지에서 방포로 건너가는 아치형 꽃다리를 걷는다. 해변길 곳곳 중요지점과 갈림길에 안내표지판(바닥인지사인, 수목부착, 캡형 등)이 있어 그 안내판을 따라가면 된다. 중천에 솟은 해 속으로 갈매기가 뜬금없이 드나든다. 꽃다리에서 바라보는 꽃지해안은 겨울에 완성하는 수채화다. 방포항에서 5분 거리에 방포전망대가 있다. 꽃지해변과 가야 할 먼 해변이 눈에 가득 차면서 그 아름다움에 눈이 시리다. 숲길과 해안길을 다시 걷는다. 썰물과 갈매기는 풍경에 덧칠을 한다. 방포전망대에서 방포해변으로 내려서고, 다시 밧개 해수욕장으로 천천히 걷는다. 곰솔이 드문드문 서 있는 야트막한 산을 오르자 두여전망대가 나온다. 두여전망대서 보는 먼바다의 탁 트인 조망은 안면도의 별미인 대하랑 꽃게랑 국물 맛보다 더 새콤달콤하다. 전망대에서는 해안습곡과 독살도 보인다. 독살은 해안에 돌을 쌓아 밀물과 함께 물고기가 들어왔다가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돌담 안에 남은 고기를 잡는 옛 고기잡이 방법이다. 다시 가야 할 쪽을 바라본다. 기지포 백사장, 더 멀리 삼봉해수욕장까지 약 5㎞의 해변 경치가 황홀하다. 이미 서편 하늘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아득한 해무로 피어나는 해안은 어안렌즈로 보는 아련한 화폭이다. 두여해변으로 내려와 백사장을 걸어본다. 오후의 썰물에 바다의 속살이 드러난다. 물이 빠져나간 모래사장에 갈매기가 떼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다. 두여 해안길이 작은 강에 막힌다. 창정교를 지나온 강물은 바다에 닿기 전 웅덩이를 만들고, 파란 낮달을 감추고 있다. 다리를 지나고부터 기지포 해안길이다. 노을길 중 가장 다양한 탐방로이다. 해안사구가 있고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자연관찰로와 모래길에 줄을 쳐 만든 야생동물 서식처인 비오톱도 조성되어 있다. 삼봉전망대로 가는 길은 곰솔이 더 우거졌다. 산조풀 이삭 사이로 겨울바람이 길을 낸다. 4시간의 트레킹 후, 드디어 백사장항에 도착한다. 항구는 횟집들이 에워싸고, 포구에는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봄부터 여름까지 꽃게가 잡히고, 가을철에는 대하잡이 배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더구나 2013년 11월 8일 백사장항에서 드르니항까지 바다 위로 개통된 250m의 대하랑 꽃게랑 인도교는 수려한 조형미로 노을길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입문 코스인 꽃지 노을을 보려면 택시를 타고 꽃지해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해가 수평선에 걸리면서 더욱 불타는 꽃지 노을은 가히 장관이다. 지아비 승언과 지어미 미도의 천년 사랑이 불꽃처럼 활활 타는 일몰이다. 어디서 불쑥 나타났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일몰의 장관을 렌즈에 담고 있다. 꽃지 노을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뜨겁게 달구는 불꽃축제가 아닐까. 태안 해변의 노을길 -꽃지에서 백사장항까지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반도는 만곡이 심한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과 독특한 생태계가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2007년 원유 유출 사고가 있었지만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주민의 노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태안해변길은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여름 중심의 탐방을 사계절 탐방문화로 전환하고자 조성되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 쉬는 해변길은 힐링과 생명의 길이다. 학암포에서 만리포, 몽산포에서 영목항까지의 태안해변길 7개 코스 97㎞ 중 꽃지에서 백사장항까지 4시간 거리 12㎞인 5코스 노을길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단연 인기도 높다.
##안면도는 게국지와 간장`양념게장이 유명하다. 꽃게를 넣어 담근 숙성김치를 재료로 하여 끓인 국밥인 게국지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향토음식이다. 꽃지 꽃게집(041-674-1105), 사계절 식당(041-664-3090).
김찬일 대구문학인트레킹회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장익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