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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아 산장에 오르다

대한인 2016. 9. 25. 05:20
[허긍열의 알프스 기행] 로리아 산장에 오르다
로리아 산장으로 오르는 트레커들 뒤로 저 멀리 몽떼 고개 너머로 몽블랑 산군이 펼쳐져 있다. 샤르도네와 베르트, 드뤼, 몽블랑 등이 보인다.
눈 덮인 로리아 산장 지붕 너머로 몽블랑 산군이 펼쳐져 있다. 여름철에만 산장지기가 거주하며 트레커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지난번에 몽블랑 남측 이탈리아 쪽 언덕에서 몽블랑 산군의 파노라마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스위스 국경이 가까운 뷔에 언덕에서 몽블랑 산군을 북측에서 조망하기로 한다. 20㎞가 넘는 샤모니 계곡 상단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을 이루는 발므 고개가 펼쳐져 있으며 좌측 아래로 능선을 넘는 몽떼 고개(1,417m)에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다. 몽떼 고개를 넘으면 바로 나타나는 마을이 뷔에(Buet`1,337m)인데 ‘몽블랑의 연인’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몽뷔에(Mont Buet`3,096m)가 이 마을 위에 위치해 있다. 이 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차량을 이용해 5분만 달리면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이다. 뷔에 아랫마을 발로신은 곰의 계곡이라는 뜻이다. 몽떼 고개를 넘는 도로가 나기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곰이 많이 살았을 만큼 이 계곡은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였다.

산행은 뷔에 마을 뒤편 로리아 산장(Loriaz`2,020m)까지 하기로 한다. 남향의 양지바른 산비탈에 점점이 위치한 샬레(통나무집)들 사이로 한동안 걸어 오른다. 이른 아침, 굴뚝에서 퐁퐁 피어나는 연기가 파란 하늘로 사라진다. 햇볕이 아직 닿지 않아 제법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제 아스팔트 도로에서 벗어나 흙길에 접어든다. 완만하게 굽어 오르는 산판도로 좌우로 샬레들이 하나둘 전나무 숲 속에 숨어 있다. 반 시간 오르고 태양이 반겨주니 그제야 봄기운이 느껴진다. 알프스의 봄은 더디게 온다. 1,500m 고지의 남향 비탈에서는 눈이 녹은 잔디밭에 크로커스 꽃이 고개를 내밀지만 2,000m 지대는 여전히 눈밭이라 산행을 위해서는 겨울철 산행준비가 필요하다.

통나무집들이 사라지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이 깊어 설피를 신는다. 곧 로리아 산장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은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인데 오늘은 우측의 전나무 숲으로 난 길을 오르기로 한다. 하산할 때 임도를 이용하면 좋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 사이로 몽블랑 산군의 침봉들이 차츰 눈에 들어온다. 에귀 뚜르에서부터 샤르도네와 베르트, 드뤼 등 주로 몽블랑 산군의 북측 끄트머리 쪽에 위치한 봉우리들이다. 불나방 같은 알피니스트들이 청춘을 불태우면서 오른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알피니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침봉들이다. 필자 역시 대부분의 봉우리들은 정상까지 다 올라갔지만 샤르도네만큼은 20년 전에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까지밖에 오르지 못했다. 아쉽게도 그 후 다시 오를 기회가 없었다. 그 옆의 베르트만 해도 샤르도네보다 높고 어렵지만 각각 다른 루트로 그것도 겨울에 두 번을 포함해 세 번이나 올랐는데, 산과의 만남도 사람 간의 인연과 비슷한가 보다.

전나무 숲 사이로 난 길도 차츰 좁아지고 급해진다. 몇몇 구간에서는 설피를 벗고 통과해야 하는 구간도 있어 설피 벗는 일을 귀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산에서의 사고는 주로 이런 사소한 문제로 많이 생긴다. 지난 겨울에도 알프스에 사는 한 지인이 산악스키를 이용, 설사면을 오르다가 경사진 사면에서 스키를 벗고 올라야 하는데 그냥 오르다가 미끄러져 심하게 다친 사고가 있었다. 알피니즘의 메카인 샤모니에 있다 보면 자주 접하는 산악사고 중 많은 경우가 안전사고인데, 하산 중에 발생하거나 안이한 생각 때문에 일어나곤 한다. 안전하고 즐겁게 오래도록 산에 다니기 위해서라도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난간이 없는 나무다리나 급사면에서 몇 번 설피를 벗어 오르다 보니 나무들의 키가 차츰 낮아지는 지점에 이르자 또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이제 시야가 트인다. 저만치 앞에 현지 트레커 셋이 오르고 있다. 다들 나이 칠십은 넘은 분들이다. 할머니도 계신다. 알프스의 겨울은 이렇게 나이도 잊게 만든다. 수목 한계선 위로 오르자 뒤로 몽블랑 산군이 훤히 건너다보인다. 몽떼 고개 너머로 펼쳐진 몽블랑 산군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은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가장 먼 곳에 있지만 가장 우뚝 솟아 늠름하다. 몽블랑의 연인 몽뷔에가 그리워할 만도 싶다. 이제 나무들이 드물어지고 황량한 눈밭이 펼쳐진다. 계속되는 설사면을 반 시간 이상 올라 드디어 로리아 산장에 이른다. 뷔에 마을에서 두 시간 이상 걸렸다.

2,000m가 조금 넘는 남향의 알파인 풀밭에 위치한 로리아 산장은 목장을 개조해 산장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여름철에만 산장지기가 거주하면서 트레커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겨울에는 비상대피소로 한쪽 문만 열어둔다. 산장 앞에 있는 대여섯 개의 건물은 요즘도 여름철이면 축사로 이용되고 있다. 산장에서 몽블랑 산군을 조망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뒤편 언덕으로 눈밭 트레킹을 다녀오면 좋다. 하산은 임도 쪽으로 걸어 내려가기 위해 한동안 오른편의 완만한 길을 따라간다. 산허리 길을 따라가면 쉽게 임도를 찾을 수 있다. 눈앞에는 계속해서 몽블랑 산군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어 하산길이 지겹지 않아 좋다. 가파른 전나무 숲길에 비해 길도 넓고 안전하다.

산행 안내=알프스에서 야생 허브가 가장 많은 몽떼 고개 너머에 있는 뷔에 마을은 샤모니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는데, 산악열차인 몽블랑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약 20분 걸린다. 샤모니 계곡을 오르내리는 몽블랑 익스프레스는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샤모니 계곡의 각종 숙박업소에 비치된 티켓(carte d’Hote)을 소지하면 무료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로리아 산장 트레킹을 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마을 위 베라르 계곡 하단의 폭포도 둘러볼 만하며 여름철에는 차량으로 5분 거리인 스위스 국경으로 이동하여 에모송 호수도 둘러볼 만하다. 국경 기차역에서 에모송 댐 전망대로 오르는 관광용 케이블 열차가 운행하며 자동차로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다.


알프스 전문 산악인 vallot@naver.com

기사 작성일 : 2015년 0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