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진해기지사령부내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 인근에 있는 육각형 정자. 1949년 8월 8일 이 대통령과 중화민국 장제스 총통이 만나 태평양 동맹 결성을 위한 예비회담을 제안한 유서깊은 곳이다. 연합뉴스 | 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벚꽃만 있는 곳이 아니다.일제잔재와 근·현대사 관련 역사적 유물이 다른 어느도시보다 풍부하게 남아있는 곳 중 하나다. 일제시대 일본은 바다에서 외적이 침입하기 어려운 천혜의 요새 지형을 갖춘 진해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또 군병력을 따라 대량 이주한 일본인들이 머물 수 있는 도시를 해군기지 주변에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인 진해의 시작이다. 일제가 패망해 물러가자 대한민국 해군이 일본 해군이 남긴 시설을 이어받았다. 일본이 만든 도시인 진해에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만 7곳에 이른다. 그 가운데 시내에 있는 진해역(등록문화재 192호)·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등록문화재 193호)을 제외한 5개 등록문화재가 해군기지 영내에 있다. 100년 이상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군부대 내에 있어 개발, 훼손의 위기로부터 비교적 온전히 제모습을 보전할 수 있었다. 수령 수십년이 된 아름드리 소나무, 벚나무, 편백나무들 사이로 근대문화유산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창원시는 2008년부터 해군의 협조를 받아 20인 이상의 단체 관광객에 한해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내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군항문화탐방' 관광객을 연중 모집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제시대 잔재와 한국 현대사 현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관광코스로 짜여 있다. 매년 1만명 정도씩 최근까지 7만 여명이 군항문화탐방 코스를 둘러봤다. 군항문화탐방의 시작은 해군진해기지사령부 정문에서부터 시작한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입구에서 해군 복무 경력이 있는 관광해설사가 버스에 탑승해 안내를 한다. 군 기지인만큼 군사시설을 무단 촬영했거나 훼손했을 경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등 어느정도 행동의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군항문화탐방객을 맞는 첫 시설은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고 길쭉한 돌에 새겨져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비다. 이어 일제시대 일본이 물자수송을 위해 깔아놓은 진해선의 종점인 통해역(統海驛)을 볼 수 있다. 2006년까지 해군장병들의 출퇴근용 기차가 다니기도 했다. 통해역 이후부터는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풍 건물 형태의 등록문화재들을 줄줄이 볼 수 있다. 옛 진해요항부 사령부(등록문화재 194호), 옛 진해요항부 병원(등록문화재 197호), 옛 진해방비대 사령부 본관·별관(등록문화재 195호·196호) 등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 탐방로를 따라 줄줄이 들어서 있다. 진해요항부 사령부는 일본이 1914년 지은 건물로 지금은 해군진해기지사령부가 쓰고 있다. 청기와가 인상적인 옛 진해요항부 병원은 1912년 건립된 후 국군 진해병원, 해양의료원 건물로 활용됐다. 1912년 건립된 옛 진해방비대 사령부 본관·별관은 해군작전사령부를 거쳐 군수사령부가 쓰고 있다. 군항문화탐방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쓰던 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옛 일본해군 통신대가 쓰던 건물을 양옥과 한옥을 절충해 별장으로 꾸몄다. 이승만 대통령 부부가 쓰던 침대, 탁자, 의자,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싱크대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쓴 '화락(和樂)', '경천애인(敬天愛人)' 글귀도 벽에 걸려 있다. 유사시에 대비해 침실 옆에 해안가로 급히 피신할 수 있도록 파놓은 비상탈출구도 볼 수 있다. 별장 옆에는 1949년 8월 8일 이 대통령이 중화민국 장제스 총통을 만나 태평양 동맹 결성을 위한 예비회담을 제안한 육각형 형태의 정자도 있다. 버스를 타고 각종 해군함정이 정박해 있는 부두를 둘러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2시간 정도 진행되는 군항문화탐방의 마지막은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다. 해군이 운영하는 박물관 답게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대한민국 해군 초대 참모총장을 지낸 손원일 제독 자료 등 해군 관련 사료가 충실한 점이 특징이다.
내국인은 탐방 5일 전, 외국인은 탐방 10일 전까지 창원시 군항문화탐방 홈페이지(http://naval.changwon.go.kr)로 신청해야 한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