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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 만끽… 역사 기행 떠나요

대한인 2016. 10. 3. 09:48
봄 기운 만끽… 역사 기행 떠나요
가족`연인 봄나들이로 어디를 갈까.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면서 주말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샘솟는 계절이다. 테마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여행코스는 달라지기 마련. 당일치기 가벼운 발걸음이라면 남도 인물기행 코스로 떠나보면 어떨까. 대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대한민국 주요 인물들을 따라 떠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인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이뤄지는 기행이라 차 안에서는 인물과 역사 이야기가 절로 꽃핀다.

일석이조(여행+공부)의 여행을 떠나자. 대구를 떠나는 방법부터 달리하자. 대구수목원∼대구테크노폴리스 새 도로를 이용하면 좋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달리며 즐기는 코스다. 달성군에서 창녕군-의령군-산청군-하동군으로 넘어가는 국도 인물탐방이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인물이 홍의장군 곽재우. 현풍IC를 빠져나와 창녕군으로 향하는 국도를 가다 보면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에 위치한 곽재우 장군의 묘지 및 문중 묘를 볼 수 있다. 문중 추모 비석을 자세히 보면, 벼슬(의주 목사, 황해도 관찰사 등)을 했던 곽재우 장군의 할아버지가 문무를 겸비하도록 다섯 손자를 엄히 교육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상의 음덕은 후대에까지 미치고 있다. 대구 곽병원 집안이 바로 직계후손들이며, 이 문중 묘를 잘 관리하고 있다. 곽재우 장군의 문중 묘에서 10분 정도만 더 가다 보면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의 군자금을 지원했던 백산 안희재(경남 의령 출생) 선생의 생가도 만날 수 있다.

다음 인물은 붓 뚜껑에 목화씨를 숨겨 들여와 온 백성의 의류 혁명을 가져온 삼우당 문익점. 산청군 단성면 목화로 887번지에 위치하고 있는 목면시배유지(국가사적 108호)에 방문하면, 고려 말 문익점이 중국에서 어떻게 목화씨를 들여와 재배했는지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문익점이 처음 목화를 심었던 밭에는 지금도 목화가 심어져 있다.

목면시배유지에서 5분 거리에는 성철 대종사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로 전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성철 스님이 남긴 유품들과 일대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성철 스님의 집안은 당시 쌀을 200섬 정도 지었을 정도로 부잣집이었음이 다소 이채로웠다. 성철 스님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동상이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성철 스님을 만났다면 10분만 더 가자. 의병활동의 뿌리가 되었던 남명 조식 선생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붓을 버리고 칼을 차게 했던 조식 선생의 꿋꿋한 절개를 배울 수 있다.

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부잣길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살았던 생가가 있는 의령군-진양군(진주시)이다. 부자의 기운이 흐르는 땅이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의 설립자인 이병철 전 회장은 의령군 정곡면 호암길 22-4에서 태어났다. 이 전 회장의 생가를 가보면, 그 당시 얼마나 부유한 집안이었는지 곳간을 보면 제일 잘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변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해, 존경을 받았던 집안이라는 점이다. 7년 동안 개방을 했는데, 지금은 보수공사 때문에 출입을 막고 있다. 이병철 전 회장의 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곽재우 장군의 생가(유곡면 세간마을)와 현고수(에밀레종과 같은 밑둥치 모양의 느티나무, 이곳에서 북을 쳐 의병들을 모이게 했다)도 만날 수 있다.

의령군을 벗어나 진주시로 가보자. 진주시(진양군) 지수면에 가면 어떻게 이렇게 작은 한 마을에서 두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탄생했을까라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지수면 승산리 하동. 놀랍게도 이곳은 이병철 전 회장의 누나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전 회장이 이곳 지수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풍수지리를 잘 몰라도 이곳 마을에 부자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마을 뒤편 반달 모양의 야산과 함께 방어산에서 거북이가 재물을 안고 내려오는 듯한 목 모양의 야트막한 앞산이 재물이 모이는 길지임을 보여준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LG의 구씨 집안은 한곳에 모여 살았고, GS의 허씨 집안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 이곳 동네 사람들에 의하면 허씨 집안에는 후처가 있어, 집안 형제들이 이곳 동네에 따로 살았다고 한다. 두 재벌 일가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사업적으로 잘 협력해왔고, 아직도 서로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잘 지낸다.

글 사진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기사 작성일 : 2015년 0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