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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지 않는 라면상자

대한인 2012. 8. 3. 05:43

 


 

줄어들지 않는 라면상자

다음은 어떤 분의 겪은 어려웠던 시절의 따뜻한 손길을 회상한 글을 간추린 것입니다. 나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으러 헤매다가 작고 허름한 인쇄소 앞에 멈추어 섰다. ˝저 일자리 없을까요? 무슨 일 이라도 좋아요. 아저씨, 일하게 해주세요˝ 하며 울먹이며 말을 꺼내었다.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울지 말고 들어와 보렴.˝ 벽에 기름때가 시커멓게 묻고 잘린 종이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인쇄소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작은 곤로에 라면을 끄려 내게 먹어라 내밀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어 치우자 아저씨는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너, 어디 잘 데는 있니?˝ ˝아니요, 놀이터에서도 자고...˝ ˝음, 그러면 우리 인쇄소에서 일 해라. 학자금이 모아지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도록 해주마.˝ 그 아저씨 덕분에 그 날부터 나는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라면으로 매끼를 때우고 찬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자야 했지만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참고 견디었다. 받은 월급은 라면 한 상자를 사는 것 외엔 모두 저금했다. 어느 날 저녁을 먹기 위해 라면 상자에 손을 넣어 두 개의 라면을 확인하고 한 개를 꺼내 먹었다. 다음날 아침 라면 상자에 손을 넣었다. 이상하게도 라면은 여전히 두개이었다. ˝분명히 하나를 끓여 먹었는데. 손에 닿지 않게 숨어 있었나?˝ 그러나 다음 번에도 라면은 줄지 않고 두 개 그대로 이었다. 따져보니 스무 개 밖에 안 되는 상자에서 삼십일이 넘게 라면을 꺼내 먹었던 것이다. 다음 날 나는 종일 라면 상자가 있는 쪽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일을 했다. 대강은 짐작되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저녁시간에 김씨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동식아, 요 앞 가게에 좀 갔다올래?˝ 나는 밖으로 나갔지만 가게에 가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라면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슬금슬금 주위를 살피시던 아저씨가 라면 상자 쪽으로 걸어가서는 한 개의 라면을 상자에 집어넣은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흥얼거리며 걸어나오셨다. 그 당시 김씨 아저씨는 어린 남매 넷과 병든 아내와 함께 월세 단칸방에 살고 계셨다. 그 날 나는 아저씨의 심부름도 잊은 채 인쇄소 옆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