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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의 술과 음식 이야기 .11] 거창 파평윤씨 사증종가 ‘부각’

대한인 2016. 10. 15. 04:30

[종가의 술과 음식 이야기 .11]

거창 파평윤씨 사증종가 ‘부각’

  • 김봉규기자
  •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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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가지 재료 찹쌀 풀 입혀놨다가 손님 오면 바로 튀겨내

오희숙씨가 만든 다양한 부각. <오희숙씨 제공>
종택에서 부각을 만들고 있는 오희숙씨. <오희숙씨 제공>

다양한 채소나 해조류 등에 찹쌀풀을 입혀 말려뒀다가 튀겨 내는 부각은 역사도 오래된, 우리의 전통음식 중 하나다.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의 내림음식으로, 전국 곳곳에서 반찬 또는 간식거리로 만들어 먹어왔다.

거창은 옛날부터 어느 지역보다 부각이 발달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집에서 다양한 부각을 만들어 먹고, 또한 내다 팔기도 했다.

거창의 대표적 종가인 파평윤씨 사증종가는 특히 맛있는 부각으로 유명하다. 이 종가의 부각은 집안 종부들이 대대로 종가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손님들에게 내놓음으로써 종가의 특별 음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거창 파평윤씨는 대언공(代言公) 윤안적(고려 충렬왕) 후손이 450여년 전에 한양에서 거창으로 내려와 자리 잡았다. 사증종가는 대언공의 후손인 영호(瀯湖) 윤경남(1556~1614)의 넷째 아들 사증(思曾) 윤기(尹琦)를 시조로 하는 가문이다. 현재 12대 후손 부부가 종가의 부각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윤경남은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참전해 전공을 세웠으며 장수현감, 운봉현감 등을 지냈다. 윤경남이 태어난 윤경남 생가(거창군 남하면 양항리)가 종가의 부각 전통이 이어져온 고택이다. 사증종가에는 수많은 손님이 찾아들었고, 그 종부들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종택에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에게 언제라도 술상을 차려 낼 수 있는 음식으로 부각을 특화시켜 온 것이다.

손님들은 농산물이 한창 나올 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나지 않는 겨울에 찾아와도 손님들에게 격이 있는 술상과 음식상을 차려내는 데는 부각이 안성맞춤 음식이었을 것이다.

이 종가 내림음식인 부각은 지금은 종가를 찾는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부유층 사람들의 입을 사로잡는 일류 웰빙 스낵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언제든 손님 찾아오면
술상 바로 차려내도록
인삼·더덕·다시마 등
항아리 가득 저장해놔

맛본 사람은 못잊어
美·日·中 등 수출

◆종가 찾는 손님 술상과 음식상에 내놓던 부각

현재 사증종가 전통부각의 맥을 이어 국내외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부각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주인공은 사증 윤기의 12대손 윤형묵씨(65) 부부다. 가문의 전통 부각 비법을 전수해 오늘이 있게 한 주인공은 윤씨의 부인 오희숙씨(60). 윤씨 부부는 종손 부부는 아니다. 종손의 둘째 동생 부부이다.

오씨가 부각 전통을 잇게 된 것은 종손이 직장 때문에 종택을 지키지 못하고, 대신 오씨 부부가 종택(윤경남 생가)에 살게 되면서 오씨가 종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그렇게 해서 15년 동안 종택에서 시어머니(5년 전 별세)와 살면서 부각 노하우를 배우게 되었다.

“시어머니가 손님의 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면 무슨 요술방망이를 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언제 어떤 손님이 찾아와도 바로 멋지게 술상이나 음식상을 차려내는 것이 정말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 상차림의 중심에 있는 것이 부각이었다. 종택에는 어른이 들어갈 정도로 큰 항아리가 많은데, 거기에는 항상 맛있는 술과 저장음식인 부각이 가득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채소를 찹쌀풀에 입혀 저장해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어떤 손님이냐에 따라 그 입맛이나 격에 맞는 재료를 꺼내 바로 튀겨서 술상을 차려냈다고 오씨는 말했다. 특히 인삼 부각은 귀한 부각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인삼은 부각으로 만들어 먹으면 쓴맛은 없어지고 단맛만 남아 아주 맛있다고 한다.

종가에서는 가양주도 서너 가지를 빚어왔다. 여름에는 백설기를 발효시켜 만드는 백일주를 빚었고, 봄에는 죽순이 올라올 때 항아리를 덮어 일정 기간 뒤에 벗겨내고 그 죽순을 잘라 술을 담그는 봉황주를 빚었다. 지금은 이런 가양주를 담그지 않고 있다.

◆세계적 스낵 식품으로 발전하고 있는 종가 음식

1977년 파평윤씨 사증종가로 출가한 오씨는 이듬해부터 거창에서 살게 되면서 시어머니(이진혜)로부터 300여년 동안 지켜온 종가의 내림음식을 하나씩 전수했다. 시어머니는 함안이씨 종가에서 파평윤씨 집안으로 출가해 양 가문의 전통음식과 예절을 전수했는데, 음식솜씨가 뛰어나 주위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었다. 특히 더덕과 도라지 자반(간을 해서 말려 튀긴 음식. 부각으로 통칭되고 있음), 인삼 부각은 문중의 큰 행사나 귀한 손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최고의 음식으로 종가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오씨는 종가의 내림음식 중 이 부각에 특히 주목했다. 다른 음식과 달리 보관과 휴대가 쉬운 점 등을 살리면 현대인들도 쉽게 부각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오씨는 시어머니와 함께 다양한 부각을 만들어 남편의 지인을 비롯해 주위에 선물을 하기도 했는데, 맛을 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주문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1992년 부각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를 차려 창업을 했다. 95년 전남 곡성에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부각 생산을 시작했고, 얼마 후 남편도 직장을 그만두고 부인의 사업에 동참했다.

2004년에는 오씨가 전통식품 명인(제25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성장을 거듭한 오씨 부부는 현재 진주·가조·곡성·거창(완제품)의 4개 공장을 통해 ‘오희숙 전통부각’을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현대,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을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도 스낵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일본, 필리핀, 중국 등에 수출되고 있다. 올해 매출은 62억원 정도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수출이다. 갈수록 찾는 이들이 늘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추, 연근, 우엉, 감자, 고구마, 호박, 콩, 마늘, 인삼, 더덕, 도라지, 김, 다시마, 미역 등 2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감잎부각 4년 만에 복원하기도

부각을 상품화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금방 튀겨서 먹는 것과 이것을 유통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달랐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련 특허만 14가지나 얻게 되었다. 그중에 특히 기억되는 것이 감잎 부각이라고 한다.

약용이나 다식으로 쓰이던 감잎 부각은 이름만 전해올 뿐 만드는 방법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다 자란 감잎 중 연한 잎을 골라 만드는 경우가 있으나 잘 만들어지지 않고, 식감도 떨어진다.

오씨 부부는 감잎 부각에 도전, 4년 동안 해마다 시도를 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곡우 이후 10일 이내에 감잎이 두 잎으로 돋아났을 때 채취해 소금물에 헹궈내 물기를 뺀다. 그리고 마른 찹쌀가루를 묻힌 다음 시루에 삼베를 받쳐 고루 펴서 살짝 찐다. 얇은 비닐에 깔아서 온돌에 말린 후 채종유에 튀긴다. 색깔이 노릇하게 곱고 옅은 단맛과 고소한 맛이 난다. 다식으로 알맞다.

다시마 부각도 이들 부부가 처음 개발했다고 한다. 다시마를 삶아서 찬물에 식힌 다음 소금기를 씻어내고 물기도 뺀다. 건조기판에 맞물려서 고루 편 후 양념한 묽은 찹쌀풀을 바른다. 건조한 후 한입 크기로 잘라서 튀긴다.

사증종가의 부각은 종가 후손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종가의 음식이 지구촌 사람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세계적 고급 스낵으로 발전한 대표적 사례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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