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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오버코트

대한인 2016. 12. 2. 07:28


 사진:펌

 

 

유난히도 추웠던 70년대 어느 해 겨울

읍내의 오일 장날,

어머니는 마늘 몇 접을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시고

장터로 마늘을 팔러 갔습니다.

오늘도 오버코트 하나 없이

검정 교복에 손뜨게 장갑만 끼고서

학교로 향하는 어린 딸을

가슴 아프게 그냥 바라볼 수만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터에서

백원만 깍아 달라는 흥정에도

어머니는 깍아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한

어린 딸의 오버코트를 살 수가 없었으니까요.

 

저녁이 다 되어서는 곤색 오버코트를 사오신

우리 어머니

"어서 입어봐라.

우리 딸 입히려고

제일 예쁜 것 골라서 사오느라 이렇게 늦었단다."

하시며

어머니는 오버코트를 제게 입혀 주셨습니다.

 

어린 딸 오버코트를 사주시려는 생각에

하루종일 장터의 살을 에는 추위에도

좋은 가격으로 마늘을 파시려고

점심마저 굶으시고 장터의 한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이 추운 겨울에 얇디얇은 스웨터만 입고

계셨다는 것을

강산이 몇번이나 바뀌어 버린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이제 당신의 어린 딸년이

이 추운 겨울

당신의 따뜻한 어버코트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 황일라 / 어머니와 오버코트 -

 

출처:문학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