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행복 / 김별
나는 내 옷만 입습니다
초라하지만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습니다
근사한 친구가 멋있게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즐겁고
어쩌다 매어보는
늘 같은 넥타이가 잘 어울립니다
신발을 감추는 친구를 뿌리치고
늦더라도
숨이 찬 언덕길을 따라
좁고 가난한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외로워하지만
낡고 삐걱거리는 내 자리가
그래도 편안합니다
세상을 잊고 단꿈을 꿉니다
어느 날은 내 마음을
그윽한 눈길로 전하고도 싶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밋밋하게 바라보다가
그만 얼굴이 뜨거워 미안해합니다
간절한 그 마음을
끝내 모른 체하고 맙니다
때로는 꿈속까지
당신의 차지입니다
더는 속일 수도
다스릴 수도 없는 마음을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들키고 말지만
종이컵의 커피 한 잔을 같이 마신
행복으로
그렇게 아쉬운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