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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두 어머니가 계십니다

대한인 2013. 1. 21. 08:54

   나에게는 두 어머니가 계십니다 

 

 

 
똑같이 어머니라 부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 분은 나의 생모이고
다른 한 분은 남편의 생모입니다.

두 분은 69살 동갑나기에다가 8일 차이로 같은 달에 태어나셨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4년전 술을 좋아하시긴 했지만 건강한 편이셨던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다음해엔 풍채좋고 건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법하던 친정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신 지 한달 남짓 되는 어느 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시면서
마치 정해진 길처럼 나란히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되셨습니다.
그 후로 두 분은 사돈간이면서도 마치 친구처럼, 친자매처럼 예전보다 더 사이좋게 지내셨지요.

시어머니집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걸으면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벌써 여러해 전 아버지 살아생전에 대전에서 이사오신 친정어머니집은 우리 아파트,
같은 층에 우리집과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남편과 나는 신택지개발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난 두 어머니는 마치 먼 해외로 떠나기라도 하는 양
매일을 걱정스런 한숨과 함께 눈물을 보이곤 하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사계획을 포기하고 지금껏 13년 동안을 한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친정 어머니는 작년 뒤늦게 딸을 대학 보낸 후로 줄곧 손주와 사위의 저녁 챙기는 일을 도맡아 하시고 계십니다.
바지런 떨어 어머니의 손을 덜어드려야 마땅함에도 늘 막내딸인 나는 어머니께 넘치는 일거리로 불효를 저지르기 일쑤이며 그 언젠가 어머니께 내 아이들을 맡기는 것으로 부담드리는 일은 걸코 하지 않겠다던 내 결심까지 허물어뜨리며 모든 걸 짐지워드렸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너희들 덕분에 내가 외롭지 않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양 죄스러워 하는 딸을 위로하곤 하십니다.

엄마가 가까이 계시지 않았다면 난 아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치르는 행사 때 엄마가 손수 빚은 송편과 김치와 식혜로 친구들을 대접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남편과 아이들 걱정으로 어쩌면 대학이라는 곳에 발을 디밀 용기조차 내지 못했을 지도 모르지요.

오늘도 어머니는 맛갈스럽게 익었다며 오이김치 두 쪽을 들고 들어서십니다.

어머니는 한없이 주려고만 하시고 자식은 한없는 사랑을 받고도 늘 부족해 하고 주시는 사랑의 한조각 조차도 되돌려 드리지 못하니.
어머니는 딸이 뒤늦게 대학교라는 그룹에서 잘 적응해 나가는 것만으로 기뻐하시고 어느날 시낭송 대회에 참여해 작은 상 하나를 받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지금 이 순간까지 여전히 자랑스러워 하시고 밤새 정성껏 빚은 송편으로 학우들이 감사히 맛나게
잘 먹더라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당신의 피로함도 잊은 채 너무나 행복해 하셨습니다.


지금 나에게도 두 아들이 있지만 어머니가 어릴적 나에게 주셨던 그 무게만큼의 사랑은 주지도 못하거니와 무조건적인 사랑은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헌신적인 것이 아닌 단지 의무적인 사랑만을 주는 것은 아닌 지.
그렇게 생각하면 난 늘 부끄러운 엄마입니다.
자기일로 바빠 다른 엄마들이 챙기는 것들의 절반이나 챙길까?
그런데도 우리 아들들은 다행히 엄마를 최고라고 말해줍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내일은 5월 8일 어버이날.
이마트에 갔다가 화사한 오렌지색 장미화분 두 개를 샀습니다.
생화와 너무나 흡사해 향기라도 날 듯한 조화입니다.
유독 밝은 색을 좋아하시는, 그리고 하루 이틀 지나면 숨이 사그라드는 생화를 거부하시는 두 어머니를 위해서...
공교롭게도 올해 어버이날은 친정어머니의 생신이시고 8일후인 16일은 시어머니 생신날입니다.
이제는 때마다 무슨 선물을 해드릴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 분께서는 이제 어떤 선물로도 변신이 가능한 현금이 최고의 선물이라 하시니까요.^^*

그런데 올 어버이날은 보름전 허리를 삐끗하시고 하루 걸러 한 번 병원을 다니시는 시어머니일로 왠지 맘이 편칠 않습니다.
이제는 갈 수록 다치시면 회복이 늦어지고 그 아픔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신 듯하고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당신 스스로의 지난날이 서러워 밤새 눈물짓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때론 지난 날 자식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다니면서 당신의 몸을 혹사시킨 어머니가 원망 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늙어가겠지.
그 생각에 차마 미움을 가슴에 담지는 못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건강하고 씩씩하게 저희모두의 곁에 오래도록 함께 계셔 주세요.

두 분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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