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주는 동기부여

인간의도리인오대덕목(五大德目)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지키자.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한글 사랑은 애국입니다

조경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

카테고리 없음

제야의 종소리

대한인 2012. 2. 12. 13:22

제야의 종소리 / 김별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반짝이던

나뭇잎이 떨어지고

모닥불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듯이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이 한 해도 다 끝나버리고 말겠지요

끝없이 밀려오던 풍랑 속에서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버텨 온 고단한 삶이

너무도 힘겨워 그만 내려놓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지고 온 내 몫의 짐을

나도 무사히 내려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저녁에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경건한 기도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따듯이 물을 데워

당신의 수고한 언 발을 씻어드리고

그 발등에 입맞추겠습니다


내 기도의 시작은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척했던 것

마음만 아파하며 돌아섰던 것에게

비로소 용서를 구하고

가장 미워했던 순간을 반성하며

내 종아리를 세차게 때리겠습니다


종교와 법률과 윤리의 잣대를 빌리지 않고

이념과 환상과 감정에 의지했던 모든 부당함과

싸움과 미움과 갈등을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의 가책으로

용서를 빌고 용서하겠습니다


이 저녁에는

진정 소중함의 의미를 다시 깨닫겠습니다

선의 이름으로 든 분노의 칼을 내려놓고

가난한 이 삶도

지금껏 받아 온 고통과 굴욕과 멸시

혼자서 감추었던 숱한 눈물조차

한 알 한 알 꿰어야 할 진주알이었음을

설령 늦었더라도

더욱 소중히 간직 하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일 뿐

태초부터 그랬듯이 세상은

혼돈과 유혹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어리석은 판단과 힘으로는

내 스스로조차 온전히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이 초라함으로 어찌 세상을 살았다 할 수 있을까만

나의 분노와 절망과 사랑은

벼랑 끝에 떨고 있는 한 송이 꽃처럼

눈물겹고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었으니

다시 폭풍을 견뎌야 할 이유를 배우겠습니다


내 사랑은 부족했습니다.

장작불처럼 활활 타올랐지만

온전히 나를 버리고 희생하는 헌신을

다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 비움은 탐욕스러웠습니다

허전함을 채울

충만함을 배우지 못했고

작은 손익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직 나의 저울은

넉넉함보다는 아쉬움의 무게가 더 큽니다


경솔함과 진지하지 못함을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뜨겁게 열변을 토했을 뿐 냉정히 듣지 못했고

주머니에는 아직 버리지 못한 송곳이 번뜩여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결국은 내 자신을 찌르고 말았습니다

닥쳐 올 시련을

스스로를 달구어 때리는 더 큰 용기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돌아보거니

모든 것이 부끄럽고 죄스럽고 황량합니다

가장 쉽고 평범한 진리로 사랑하고 감동하는 방법을

책이 아닌

목마름이 아닌

종교보다 더 큰 평범한 상식으로 배우겠습니다


총명함보다는 성실함이

출중함보다는 순수함이

지혜로움보다는 우직함이

진정한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 줄 것임을 의심치 않고

늦었다고 조급함이 없이

언제나 처음처럼 마지막의 자세로 살겠습니다


태초부터

인간은 불의 사용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불은 밥을 짓고 차를 끓이고

따듯함만으로 쓰여 지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물의 사용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래로 흐르는 순리를

연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거슬렀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인 것을 잊고

만물의 영장인 양 행세하며

제왕으로 군림했습니다

이제야 그 어리석음을 깨닫고 재앙을 두려워합니다


이 밤

아직은 반성과 희망의 기회를 남겨 놓은

자연의 숭고함과

인간의 경건함에 감사하게 하소서


가지 끝에 매달린 까치밥 한 알에서

순결하고 경이로운 기쁨을 배우게 하시고


독수리에게 자신의 시신을 던져

자연의 은혜에 기꺼이 순응한

거룩한 인간의 마음과

한그루 나무 밑에 묻혀 씨알이 된 마음과

강물에 뿌려져 다시 이슬이 된 마음과

흙으로 돌아가 무성한 녹색을 키우는

이 땅의 사라진 영혼들을 잊지 않게 하세요


고목이 되어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나무에게서

나이를 먹을수록 영악하고 추해진 내 몸을 씻어

투명하고 깨끗한 눈으로 만물을 마주 보게 하소서


평등과 행복을 말하기 전에

차별이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죄악임을 알게 하시고

오늘의 이 가장 평범하고 준엄한 약속을

세상을 다하는 날까지 목숨보다 귀하게 지키게 하소서


어느 구세주나 권력자의 말보다

등이 굽고 손이 거친 무지렁이들의 노고가

이 세상을 꽃밭으로 가꿀 수 있는 힘인 것을

의심치 않게 하소서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했던 한해였지만

또다시 아쉬움과 부족함과 후회만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른 세 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손을 모아 반성하고 소망하고 감격하며

더 소중한 한 해이기를 기약하겠지요

나도 작은 등불을 들어

이들과 끝까지 밤을 함께 하겠습니다


손과 손이

눈빛과 눈빛이

마음과 마음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맞잡아도 흐트러짐이 없이

언제나 하나인 강강술래의 거대한 원이 되어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꾸는

새로운 꿈을 갖게 하소서


돌아보면 내 자신

언제나 어리석고 보잘 것 없던

나약하고 불쌍한 몸과 가련한 영혼으로

이 밤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영혼들이여

나의 통곡을 들어 주소서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섭리로

이 춥고 시린 밤을 축복으로 채우게 하소서


연평도와 아프카니스탄과

지구촌 곳곳에 쏟아지는

저 미친 총성을 멎게 하시고


비만의 세상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짐승보다 못한 목숨들을 살려 주소서


그리고 또 이 밤은

지하철역 콘크리트 바닥에서 새우잠이 든 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꺼진 탄불을 피우는 소년소녀가장과 함께 하겠습니다


낯선 이국의 노동현장에서 곱은 손을 호호 부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아무리 죄가 밉다 해도

창살 속에 갇힌 나와 다르지 않은 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이 졸린 아이처럼

온갖 고난과 절박함에 둘러싸인 북녘의 동포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지진과 해일과 질병과 가난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 간 이 땅의 가여운 목숨들을

가장 순결한 모국의 언어와 가슴으로

기도하고 아파하고

그들을 위해 조시를 쓰고

한 잔 술을 바칠 수 있게 하소서


오늘 이 세상에는 단 한 사람의 타인도 없이

모두가 향기로운 꽃처럼 행복해야 합니다


배고픈 자는 먹어야 하고

추운 자는 따듯하게 잠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

어떤 도전과 탄압에도 두려움 없이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혀야 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세상의 허허벌판에서

아무런 버팀목 하나 없이 살고 있지만

결코 부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나약한 무신론자로 살았지만

그것이 종교를 부정하거나

성인의 가르침을 외면해서가 아니고

내 자신이 강하거나 정당해서도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바다가 있듯이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나를 바로 보기 위함이었으니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의 손으로

이 어리석고 그래도

진실은 거짓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이 못난 사람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소서


살아볼수록 부족함만 늘어가는 나를

천만 번 쓰러져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는 힘을 주시고


내가 있어 당신이 있어

잠들 수 없는 이 밤을 최고의 순간이게 하시고

사랑이게 하시고

원수처럼 미워했던 세월이 태산처럼 쌓이고

성벽이 되었다 해도 다시 사랑하게 하시고


이 밤 한 사람도 소외됨이 없이

사람이기에 존엄하고

감사한 날이게 하시고


이렇게 추운 날 내리는 눈송이들이

향기롭고 눈부신 꽃을 피울 씨앗이게 하시고


사랑함과

사랑하지 않음이 다르지 않게 하시고


미움과

미워하지 않음이 더 큰 사랑의 근본이게 하시고


이 별이 설령 지옥이었다 하더라도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천국일 수 있게 하시고

어둠을 이기고 다시 떠오를 태양처럼

다가 올 날들을

절망 대신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게 하시고


아름다운 오늘을 내일로 다시 내일로

강물이 되어 이어지게 하시고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이 별을

당신과 내가 있어

남이 아닌 우리가 있어

영원히 영원히...복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