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한 번쯤은 마른 장작 태산처럼 쌓놓고
가고 없는 영혼을 불러 모아 되묻고 싶다
한 번쯤은 번갯불 치는 그 순간 몇 겹에
형체 없는 순수를 모아놓고 목놓아
울고 싶다
한 번쯤은 우물 속에 상반신을 집어넣고
맘에 없는 울분까지 뽑아내 메아리로
듣고 싶다
한 번쯤은 하루씩 온전한 시간을 들여
평생 동안 속 쓰리게 한 자들를 위해
욕을 하고 싶다
한 번쯤은 내 남은 세월을 위해 정성껏
사랑 미움 인간성을 차분히 고르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리고 한 번쯤은 우리도 남을 존중하며
존중받는 시대를 한 번쯤은 살아보고
가르치고 싶다
- 이주림, ‘태양을 화장하고’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