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만찬 오늘도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인력시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상민이 경기 침체로 인해 공사장 일을 못한지 벌써 넉달, 인력시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가랑비 속을 서성거리다 쓴 기침 같은 절망을 안고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상민의 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있는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 상민 대신 힘겹게 가계를 꾸려 나갑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한 초라한 밥상에서 상민은 죄스러운 한숨만 내뱉었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오늘도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상민은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목이 긴 작업신발 속에 발을 밀어 넣으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둠을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주인집 여자를 만날까봐 발소리조차 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벌써 여러 달째 밀려 있..